[(49)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 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첫걸음
2014년 갑오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으로 이와 관련하여 많은 기념행사와 학술대회가 있었다. 1994년 100주년만큼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이 추진되었다. 특히 각 지역에서 각 지역의 기념사업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다양하게 펼쳤고, 학술적 영역에서 역시 학회와 기관 그리고 기념사업단체들이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기념행사와 학술대회의 큰 흐름 중에 하나는 동학농민혁명을 보는 관점을 한국사에 국한시키지 않고 동아시아사 더 나아가 세계사적 관점에서 동학농민혁명을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동학농민혁명이 한국사 속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을 우리는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그 무엇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하여 세계유산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정비하고 보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여해야하고 또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우리나라의 유적지의 세계유산 등재에는 대략 10년 동안의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 것을 볼 수 있다.반면에 세계기록유산은 기록물의 등재 필요성과 목록을 어떻게 잘 정리하느냐에 따라 등재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현황을 보면, 훈민정음(1997년), 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민주화운동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기록물(2013년) 등이다.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그 활용을 진흥하기 위하여 1992년부터 유네스코가 도입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우수한 기록유산을 발굴하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함으로서 뛰어난 기록문화를 보유한 문화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기록유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바로 이러한 세계기록유산에 가장 부합되는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세계기록유산 선정의 기준은 유산의 진정성,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인 유산,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 등인데,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여기에 대단히 부합한다. 유산의 진정성이란 해당 유산의 본질 및 기원을 증명할 수 있는 정품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모두 정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인 유산이란 특정기간 또는 특정 지역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음이 분명한 경우인데, 동학농민혁명은 19세기 말 한국, 중국,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사건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이란 한 지역이 아닌 세계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인데,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사의 역사적 지향을 변화시켰으며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유네스코에서 통용될 수 있는 보다 정치한 논리를 만들고,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목록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 놓은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30권, 1996)를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성격별로 분류해보면 동학경전 및 천도교 기록(13건), 동학농민군 기록(13건), 민보군유생기록(82건), 조선정부 기록(11건), 관군토벌군기록(29건),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원회 기록(3794건) 등이 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은 동학교단 기록, 동학농민군 기록, 민보군유생 기록, 조선정부기록, 관군 기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생성된 기록들이 공존하고 있는 특징이 있으며,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기록은 100여년이 지난 다음 한국정부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들 개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조사하고 등록한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전체라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매우 많은 기록들을 포함해야 한다.현재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유하거나 보관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에 대한 목록을 만들고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과 개인들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일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여겨진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범국민적인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어서 소장 기관과 단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세워 추진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주제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논리를 구축하고 기본적인 데이터를 집적할 필요가 있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2년마다 지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일정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2015년 11월 세계기록유산등재대상을 선정하고 유네스코는 2017년 7월 세계기록유산을 최종결정하게 된다.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이다. 동학농민혁명에는 자유, 평등, 평화, 민주, 개혁, 인간존중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세계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이러한 정신이 동학농민혁명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등재는 동학농민혁명에 내재되어 있는 이러한 높은 가치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인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것이다.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