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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지역별 유적지와 기념사업 - 경상도 지역(하)] '살림과 모심' 정신으로 유적지 보존·기념물 건립 나서야

관련 시설물 31곳, 타 지역 비해 매우 저조 / 기념단체 1곳뿐…지자체 창립 지원 필요 / '민족민주항쟁' 동학혁명 인식 재검토해야

▲ 구미시 선산읍 선아 관아가 있던 선산 읍성.

현재까지 파악·확인된 경북지역 유적지 혹은 기념시설물은 모두 31곳(약8.8%)인데, 이들 유적지 정비 및 기념시설물 건립·설치가 타 지역에 비해 그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경북지역 기념사업 추진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파악되고 확인된 유적지를 보존하는 것과 함께 해당 유적지의 성격에 맞게 기념시설물 건립·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유적지 정비는 지역주민에게 동학농민혁명이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 지역의 역사라는 친근감과 함께 긍정적인 인식의 기틀로 자리하는 매개체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나아가 21세기 문화관광의 시대 해당 시·군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전통을 확인하여 지역 정체성으로 정립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경북지역의 역사문화적 전통의 핵심적인 위상은 ‘양반문화’라고 볼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신분제를 골간으로 하는 중세시대의 산물인 양반문화는 인류역사발전의 흐름에서 보면 역사발전의 역방향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근대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대규모 민족민주항쟁으로 인류역사발전의 순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경북지역이 지녀온 양반문화라는 위상을 한쪽 날개라고 한다면 다른 한쪽 날개는 근대민주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이다. 동학의 본고장의 면모를 살려 21세기 경북지역 발전의 양쪽 날개를 활짝 펼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 정신과 그와 관련 유적지를 경북지역 역사문화관광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지역발전의 핵심기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그동안 전국 각 지역에서 추진된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 및 기념시설물 건립·설치 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과 폭넓은 검토를 통해 경북지역 유적지 성격에 부합하면서도 타 지역 기념사업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독창적인 기념시설물 건립·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경북지역 기념사업 추진의 기본토대의 하나로 ‘살림과 모심’을 제안한다. 그동안 추진된 기념사업이 1980~2000년대 한국사회의 민주화 요구에 붙잡힌 나머지 불가피하게 반제 반봉건 항쟁으로서의 1894년 농민전쟁에 집중된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살림과 모심’을 기본토대로 가져가는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일 것으로 여긴다. 이는 21세기 초입 한국사회의 매우 중대한 해결과제인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물질중심주의가 불러온 각자위심을 딛고 참된 공동체로 나가야한다는 시대적 과제와도 부합된다. ‘살림과 모심’이라는 기본토대는 ‘동학창도, 탄압, 포교’ 등과 관련된 경북지역 유적지들을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시·군별 기념사업단체 창립 필요

▲ 경북 상주 동학농민혁명기념비.

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념사업단체는 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한 곳뿐이다. 지난 1996년 창립되어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기항의사기념비’와 생매장 당한 동학농민군을 기리기 위해 생매장 터에 ‘위령비’를 세우는 등의 활동을 펼쳤던 예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현재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의 숫자와 그 지역에서 추진된 기념시설물 건립·설치 및 각종 기념사업 추진 경과가 정비례한다는 것을 앞에서 확인했다. 따라서 경북지역에서 기념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북지역 각 시·군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기념사업단체 창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경상북도, 그리고 경북지역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해당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기념사업단체 창립에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단체 창립 이후에도 이들 단체들이 스스로 자기 지역의 특수성에 맞는 기념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전후하여 서울의 역사문제연구소 ‘동학농민전쟁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전주의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전국 각 지역단체 창립 및 그 활동 지원을 통해 백주년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냈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역사발전의 순방향에서 인식전환을

 

경북지역이 지녀온 ‘양반문화’는 인류역사발전의 큰 틀에서 살펴보면 역사발전의 역방향이다. 그러나 근대민주정치를 구현하고자 온몸으로 떨쳐나섰던 동학농민혁명은 인류역사발전의 순방향이다. 그동안 경북지역이 양반문화라는 한쪽 날개만 폈다면 이제는 역사발전의 순방향에 자리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한쪽 날개를 마저 활짝 펼쳐야 한다. 두 날개를 활짝 펴는 바로 그곳에 21세기 경북지역의 창공이 있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120주년을 맞은 지금 향후 기념사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 1994년 전후부터 헌신적인 기념사업 추진을 통해 특별법을 이끌어냈던 기념사업 추진주체들의 헌신과 정성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21세기 기념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난 시기에 견지했던 동학농민혁명 역사인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1980~2000년대 한국사회는 보다 진전된 민주화를 강력하게 요청하였고,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도 위와 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했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난 시기 기념사업이 반봉건 반외세의 틀에 메인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일제식민지시기, 동서냉전체제 구축기, 군사정권집권기 등을 거치면서 연구자체가 금기시되어 역사적 사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시대적 제한성도 역사인식의 외연확장을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21세기 기념사업 추진방향 모색은 이전시기 기념사업의 중심축이었던 반외세, 반봉건 항쟁으로서의 역사인식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경북지역의 기념사업 추진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어서는 이전시기와는 사뭇 다른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제1단계(1860~1893) 동학운동, 제2단계(1894. 1~4월) 제1차 동학농민전쟁, 제3단계(1894. 5~8) 근대민주정치구현, 제4단계(1894. 9~12) 제2차 동학농민전쟁, 제5단계(1895~1945.8) 항일독립투쟁 등으로 다소 위험하지만 획기적인 역사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또한, 동학에 대한 이해도 중세문명과 근대문명,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충돌하던 19세기 전반으로 그 폭을 넓혀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재검토를 통해 서구적 근대는 무엇이고, 동학에서 추구한 동양적 근대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의문 혹은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수운이 문명전환의 방안으로 제시했던 시천주사상(侍天主思想)과 후천개벽사상(後天開闢思想)을 다시금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각자위심(各自爲心)이 만연한 세상을 동귀일체(同歸一體)의 세상으로 바꾸고자했던, 수운이 살았던 19세기와 또 다른 차원의 각자위심이 만연한 오늘이 어떤 점에서 같고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면서 시천주의 시(侍)를 내유신령(內有神靈) 외유기화(外有氣化) 일세지인(一世之人) 각지불이자야(各知不移者也)라고 설명했던 수운의 생각도 곰곰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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