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자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쳤던 시민들이 야외로 몰리고 있다. 산과 공원 등 야외가 실내보다 코로나19 감염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심리인데, 일부 시민들이 야외라는 이유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어 방역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게다가 밀리는 관광지를 피해 동네공원을 점령한 외부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등 각종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양심불량 ‘잔디족’에 세병공원 몸살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요?”
지난 22일 오후 전주 에코시티 세병공원. 세병호를 둘러싼 넓은 잔디 광장은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과 수십 개의 돗자리가 빼곡했다. 세병공원은 에코시티 주거단지 내 위치해 주로 주민들이 오가던 공원이었지만, 최근 SNS상에서 ‘숨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외부 방문객이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야외활동에 심취해 코로나19를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일부는 돗자리에서 도시락 또는 배달음식을 먹거나, 마스크 없이 세병공원을 누비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주민들은 이처럼 잔디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명 ‘잔디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 한 아파트 경비원은“분리수거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대부분 음식물 관련 쓰레기인데 치우는 건 우리 몫이다”라며“버리지 말라고 해도 버려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공원과 바로 연결된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배달음식 쓰레기가 가득했다. 분리수거가 되지 않아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렸고, 분리수거와 쓰레기 처리는 거주민들의 몫이 됐다. 결국 주민들은 꾸준히 민원을 제기하다 최근 시에다 아파트 차원에서 대책 마련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세병공원에 계속 사람이 몰려 전주한옥마을처럼 주민과 외부 방문객 간 갈등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주시 관계자는“지난 4월에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 공문이 접수되어 현재 대책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방역 사각지대 된 완주 모악산
23일 오전 완주 모악산. 화창한 날씨를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르는 등산객 속 5인 이상 모임을 하거나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 벤치에서는 10명 무리가 함께 출발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한 등산회에서 단체로 등산을 나온 것이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도 했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에 저촉되는 모습이었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야외에서도 친목 형성 등 사적 목적을 이유로 5인 이상 집합하는 것은 방역지침에 위배된다.
산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방역수칙 위반 사례는 많았다. 등산객 대부분이 주위에 사람이 있음에도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어 버렸다. 산세가 높아 숨이 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바닥에 침을 뱉는 등산객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하산 중이던 한 등산객은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에게 ‘안녕하세요. 날이 참 좋네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모악산을 관리하는 완주군 관계자는 “산 내부 곳곳을 감독하기엔 한계가 있어 곳곳에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다”면서도 “등산객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무뎌진 방역 경계심으로 야외현장 역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창섭 전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에서 사람이 없는 경우에 마스크를 잠깐 벗는 것은 괜찮지만, 야외에서라도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게 되면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삼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상민·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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