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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의 '세차작전'

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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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0.06 16:36

숙맥(菽麥)의 난(亂)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숙맥(菽麥)이라고 한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쑥맥!’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진시황제가 죽고 2세인 호해(胡亥)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곁에는 환관인 조고(趙高)가 있었다. 간신 조고는 진시황제의 가장 우둔한 아들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였다.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신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사슴(鹿)을 호해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하였다. 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물어보자고 하였다. 신하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침묵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선택한 부류였다. 또 한 부류는 ‘사슴파’였다. 분명 말이 아니었기에 목숨을 걸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신하들이었다. 마지막 한 부류는 ‘숙맥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슴이라고 하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슴과 말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숙맥들만 남고 모든 신하는 죽임을 당하였다. 바야흐로 숙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숙맥의 시대는 채 몇 년도 가지 못하였다. 더는 숙맥으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봉기하여 결국 진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 전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하고, 이런 시대를 숙맥의 난(亂)이라고 정의한다. 숙맥의 난맥상은 그 어떤 혼란의 시대보다 폐해가 크다. 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한다. 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홀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된다.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으로 인정된다. 숙맥교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그들의 잇속을 챙긴다. 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거품을 물고 욕을 해댄다. 이념이 사람을 잡아먹고, 관념이 현실을 가린 숙맥의 난이 펼쳐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숙맥의 난(亂)으로 들끓었다. 서양에는 르네상스가 동양에는 성리학이 이성(理性)을 기치로 숙맥의 난을 평정하려 하였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진실은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숙맥의 난에 절정에 이르고 있다. 숙(菽)과 맥(麥)을 분별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은 숙맥의 시대에 기름을 부으며 부추기고 있고, 각종 권력은 그 위에서 마음껏 난세를 즐기고 있다. 콩과 보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의 세상을 침묵파로 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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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4:14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석․박사학위 통합된 과정 포함)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과,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군전공의 수련기관에서 정하여진 과정을 마치고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참고로,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교육부에서 선발시험 합격자로 통보한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에 한하며,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과학기술원을 제외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는 선발전형 없이 편입가능하며, 교육부의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로 선발된 사람은 편입대기자로 관리되어 의무부과가 연기되며, 재병역판정검사도 제외됩니다. 과학기술원은 배정인원 범위에서 자체 선발합니다. 자연계 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 출원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는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하는 날의 14일 전까지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에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병역지정업체의 장에게 제출,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병역법 제35조의2에 따른 4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현역병 입영대상은 배정인원(보충역은 업체 필요인원) 범위내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병무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병무청에서는 업체 및 편입신청자에 대한 편입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편입여부를 결정하여 업체의 장을 거쳐 편입신청자에게 그 결과를 통보합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원서 제출 시 구비서류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편입 등 신청서,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 이행 서약서, 박사학위과정 수료증명서입니다. 참고로, 전문연구요원 의무복무기간은 3년으로 편입된 날로부터 기산하게 되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6 14:13

전북 업체가 군산서 아파트 첫 시행, 성공 예감

전북의 낙후된 현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경제계에서의 전북 현주소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일례로 전북에서 크다고 하는 건설업체나 주택업체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100위 이내는 커녕, 300위 이내, 500위 이내에서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대형업체에 밀려 존재감을 잃은지 오래인 전북 주택건설업계에서 모처럼 눈길 끄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지역 토종 설계업체와 건설사가 합작해 만든 시행법인 SG산업개발이 군산에 704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G산업개발은 군산시 구암동 317-4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전용면적 84·109㎡, 총 70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추진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SG산업개발은 전국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와 전북 토종 건설업체인 상현종합건설이 각각 지분을 투자해 조성한 시행 법인이다. 그동안 도내 주택업계는 막대한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외지 대형업체가 독차지했다. 추첨식으로 입찰이 진행되는 일부 임대주택 부지도 광주 등지에 기반을 둔 대형 건설사들이 거느린 수백개의 법인이 투입돼 낙찰을 도맡다시피했다. 지역업체들은 그동안 전북에서 추진된 공공택지 분양 과정에서도 낙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간택지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대부분 외지 대형업체 차지로 돌아가면서 지역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북혁신도시나 효천지구, 만성지구 할 것 없이 신도시 개발현장에서 조금만 눈여겨 보면 전북업체가 아닌 외지업체 브랜드 아파트가 숲처럼 서 있는 게 그 결과다. 안방까지 외지 대형업체에 내주고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지역주택건설업계에서 이번 SG산업개발의 쾌거는 희망을 주는 계기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번에도 지역업체가 시공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한편으로 이번 성사를 계기로 지역업체들도 브랜드 파워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행업체들이 시공을 지역업체에게 맡기고 싶어도 외지 대형업체들에게 브랜드 파워가 밀리면서 분양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지업체에게 시공을 맡기는 현실을 직시하고 도내 업계에서도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06 14:03

지역현안 묻힌 ‘정쟁 국감’ 안 된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전국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국감을 지역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새만금 메가시티와 전북특별자치도, 제3금융중심지 지정, 남원 공공의대 설립 등이 이번 국감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란 점에서 전북지역 주요 현안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부각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이 극한 정쟁에 돌입하면서 민생과 지역 현안을 외면한 ‘정쟁 국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그 우려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윤석열차’ 만화 작품 전시 논란이 다른 이슈를 모두 삼켜버렸다. 전북도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 중 하나인 국제 태권도사관학교 건립 사업의 당위성을 부각시켜 사업 추진 기반을 확보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전북 출신 여야 의원들이 지역 현안은 제쳐놓고 ‘윤석열차’에 대한 공방에 앞장섰다. 지역현안보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것이다. 이 같은 정쟁국감·파행국감의 모습이 올 국감 기간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사실 국감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파행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새삼스러운 모습도 아니다. 국정감사는 나라 살림 전반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꼼꼼히 살펴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민생현안이 뒷전에 밀려서는 안 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민생과 현안을 챙겨야 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안정 등 챙겨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새롭게 민선8기를 시작한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공약사업을 비롯해 지역발전의 대전환을 이룰 성장동력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기대하며 이번 국정감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올 국정감사에서는 정쟁국감,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06 13:51

동분서주한 정치인 출신 김 지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관영 지사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바깥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을 지사가 된 이후 알고 난 후부터는 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도민들은 정치인 출신 김 지사에 기대가 크다. 그간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30년 동안 서서히 나락으로 내려 앉은 전북도의 위상을 바로 잡아야할 책무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머리가 명석해 상황판단이 빠른 김 지사는 자신의 공약 실천부터 시작해서 그간 헤아린 도정방향의 우선순위를 놓고 동분서주한다. 전북의 우수한 농산물 판로개척을 위해 최근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기업유치를 위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 지사는 뭔가 도민들에게 빨리 하나라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국회와 중앙부처를 왔다갔다하면은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 만큼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즐비해 있다. 취임하자마자 전북특별자치도 문제가 이슈로 부각,전북 출신 여야의원들이 원팀으로 나서서 입법중에 있지만 갈 길이 바빠졌다. 바다가 없는 충북과 경기도가 경기북도특별법 제정을 의원입법으로 나서는 바람에 급해졌다. 이들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고 자치단체의 역량도 강화돼 있어 자칫 정치논리로 휩쓸릴 경우 전북의 불이익이 우려되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올 연말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당장 내년도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게하거나 빠진 것을 살려 내야 할 형편이다. 예산국회가 열리면 국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전북은 국회의원수가 9명밖에 안돼 전체 상임위에 고르게 배치가 안돼 예산철만 닥치면 애를 먹기 일쑤다. 다행히도 국힘 정운천 의원이 7년 연속으로 예결위원으로 들어가 있고 이용호 의원 한병도 의원까지 가세해 천군만마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긴축재정을 내걸고 심지어 공약사업 예산까지도 삭감해 그 만큼 김 지사한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환경단체들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수상태양광이나 해상풍력사업이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엉뚱하게 가고 있어 골칫거리다. 군산조선소도 불록생산 형태로 재가동되었지만 선박 건조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업체 형편에 따라 가동을 멈출 수 있어 이 문제 또한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현중과 확실하게 몇 년 후에 배를 건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맘 놓고 전북도가 현중한테 물류비를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적재적소에 역량있는 직원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김지사 측근들이 이 지역 출신들이 아니어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 때가 전북도로서는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정치적 여건이 불리한 지금은 도민들이 김 지사를 적극 밀어주는 수밖에 다른 묘안이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05 17:54

교사 농어촌·벽지 가산점제도 개선해야

불합리한 교원 인사에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하다. 농어촌과 도서벽지 근무자에 대한 가산점의 효율성 제고가 핵심이다. 승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감도를 높이는 개선 방안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가산 점수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12년 만에 추진하는 이번 인사 개편안은 무엇보다 농어촌과 도서벽지에 대한 기존 통념을 깨뜨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요즘엔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과거 ‘교통 오지’ 란 부정적 개념의 용어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예전에는 그 지역에 머물며 숙식을 해야만 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출퇴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그에 걸맞은 인사 개편 방향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교직 사회 관행에 따르면 교감 교장 승진을 앞두고 농어촌·도서벽지 가산점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승진 연한에서 최소한 4∼5년을 앞당길 수 있을 만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어촌 벽지 근무를 하지 않으면 교감 승진이 쉽지 않다는 교사들의 푸념도 있다. 이 때문에 이 곳을 지원하려는 교사들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학생 감소로 인해 농어촌 폐교가 늘면서 경쟁률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도시 시내권 학교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교사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교사들은 한결같이 학생 지도에 고충을 토로하면서 열악한 환경의 근무지로 낙인이 찍혀 이에 대한 출구 전략이 절실한 형편이다. 교원단체는 이번 개편에서 농어촌과 도서벽지 가산점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도서벽지가 시청이나 군청에서 30분 이내에 있고 섬들은 거의 연육교로 연결돼 있어 농어촌 근무 가산점 2.5점에 도서벽지 가산점 0.5점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인사 개편 방향의 큰 줄기는 가산점의 형평성을 해소하고, 산간벽지 근무자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일이다. 이와 함께 도시 과밀 학급 교사에게도 이에 못지않은 인사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05 17:50

빼앗긴 국가하천관리 용담댐 용수는 만경강으로 오는가

문재인정부가 2018년부터 시작한 물 관리 일원화 작업의 마지막 단계가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는 하천의 개발공사 및 인허가 업무로서 물 관리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1월부터 그동안 익산국토관리청 하천국이 수행하던 업무가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이관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익산국토관리청이 관할하던 전북지역의 무주, 진안, 장수군에 위치한 금강 상류의 국가하천이 대전에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으로, 섬진강 상류지역인 임실, 순창, 남원의 국가하천이 광주에 있는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되었다. 전라북도 지도를 놓고 보면, 전라북도에 있는 국가하천의 금강과 섬진강이 사라지고, 하천을 관할하던 면적이 반토막이 되어 버렸다. 전북지방환경청은 만경강, 동진강에 대한 하천정비 및 유지보수, 하천점용허가, 수해방지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물관리일원화의 산물로 국가물관리위원회,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충청권과 함께 전북권 환경운동가들의 끈임 없이 주장해온 자연성 회복을 위하여 유역중심의 통합물관리의 실현이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국가하천관리가 달라진 광역지자체는 하나도 없다. 오로지 전북만 금강과 섬진강을 빼앗게 버렸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하천국이 있고 4개의 하천관련과, 대구지방환경청은 1개의 하천과를 운영하는데, 한강유역환경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북지방환경청은 새만금유역관리단 소속으로 독립된 하천과도 없이 과장1명, 직원3명으로 하천관리업무을 배정하였다. 원주와 대구지방환경청은 무엇 때문에 행정구역별로 관리하고, 왜, 전북지방환경청은 유역중심으로 관리해야만 하는가? 결과적으로 충청권은 금강이 금강유역환경청 관할이 되어서, 그동안 20년이 넘게 끌어온 용담댐과 대청댐 물배분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전남권은 익산국토관리청이 관할하던 섬진강의 하천관리을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게 되어서 섬진강댐과, 섬진강하류의 물부족 문제, 여수와 광양권 공업단지 물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앞으로 불평등 및 소외된 예산배정과 하천관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업무활동 등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금강유역환경청 내에 있는 금강수계위원회에서 물이용부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강수계기금 사용 및 내용을 보면, 20년 동안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잘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전북의 정치권은 국회환경노동상임위원회에 여당간사를 포함하여 2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물관리일원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전북의 입장을 말 한마디 안했다, 그 동안 물관리일원화의 관련된 상황을 살펴보면, 20년 동안 자연성 회복을 구실로 충청권과 연계하여 유역변경에 의한 용담댐 방류수를 만경강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하여 새만금수질개선에 역행하는 행위에 동조하였다. 또한 금강하구역의 수질과 생태계 개선을 위하여 전북 김제의 호남평야에 공급되는 농업용수에 대한 대안도 없이 금강하구둑의 개방을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논의 하고 있다. 섬진강 하류 하동 염해피해의 원인을 물 부족으로 내세워, 섬진강댐에서 동진강으로 공급하는 기득 수리권인 농업용수의 변경을 영섬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동조하는 전북의 정치권 및 환경부와 환경운동가의 주도에 의한 물관리일원화는 진정으로 누구를 위한 물관리일원화 인가? /박영기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5 14:02

호남주재 중국 외교관이 던진 묵직한 한마디?

중국 공무원 사회에는 ‘괘직단련(掛職鍛煉)’이라는 제도가 있다. 젊은 간부 공무원들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살펴보고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오라는 제도다. 특히 이런 괘직단련은 준비된 중국 지도라들 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을 바라볼 때 흔히 그 사회는 당성과, 인맥, 학벌만으로 이뤄져 우리보다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 같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중국을 오랫동안 지켜 본 입장에서 괘직단련을 포함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배양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며, 복수의 검증과 훈련이 젊은 시절부터 치열하게 이뤄진다. 그 중 조직 내에서 전문성과 창의성, 국제적인 시야 같은 안목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간부로 성장하지 못한다.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도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반동분자의 아들로 몰려 15세에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베이징을 떠나 산시성 북부의 황량한 황토고원에 위치한 옌안 등지에서 7년간 상산샤상((上山下鄕)의 고된 과정을 견뎌야 했다. 공산당 개국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태어나 고위 간부들의 자제들이 운집했던 베이징 81학교를 다니는 남부러울 것 없는 특권을 누렸던 그는 학교 대신 동굴을 집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고된 노동을 하며, 말단 농촌 조직의 실상을 온 몸으로 느꼈다. 중국공산당 5세대로 불리며 시진핑과 정치의 축을 이루고 있는 리커창(李克强)총리,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리위찬차오(李源潮)전 국가부주석 등도 동시대에 거의 비슷하게 중국 농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다. 시진핑은 7년 만인 22살의 나이로 겨우 복권되어 칭화대학교 ‘공농병’ 청강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중고교를 다니지 못하고 늦깎이 청강생으로 대학에 들어가 기초 화학 공식 하나 제대로 몰랐지만 후에 중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이유로, ‘상산샤샹’의 경험과 수련이 정치적 자본이 되었음을 술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얼마 전 중국 사회과학원과 연례적으로 열리는 한·중인문학포럼에 토론자로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김에 27년간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주광주총영사관 장청강(張承剛) 총영사와 오찬을 함께 하며 전라남·북도 지방공무원들을 상대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하얼빈 출신인 그는 김일성대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91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가 30년간 6번이나 남·북한 주재 경험이 있고, 92년 한·중수교 현장 배석,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 시 정상 통역, 최근에는 6년간 평양주재 참사, 대리대사를 역임하고 2020년 7월 광주 총영사로 부임했다. 그도 역시 괘직단련의 과정을 거친 인재로, 충칭(重慶)시 관할의 융촨(永川)시 부시장을 역임하며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투자 유치와 국제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거쳐 간 핵심 한반도 전문 외교관들 중에 역시 지방정부의 부시장 등을 역임한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경우만 해도 4명이나 된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장 총영사가 호남 지역에 주재하며 활동한 2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북도지사, 광주시장 접견 등 공무원 접촉 61회, 전·남북 언론사 인터뷰 및 기고 31회, 양국우호행사 49회, 대학 및 기관 강연 34회 등 홈페이지에 열거한 공식 행사만 열거해도 휴일을 빼면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지역을 누볐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전·남북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중국과의 접점 지역을 틈틈이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경청한 경험을 들려줄 때는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다. 지방 공무원들을 상대한 좋은 경험을 말 한 것은 빼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딱 한 가지 우리가 새겨들어야할 말 한마디만 적고 싶다. “왜 한국은 모두가 사령관이 되려고 합니까? 조직 내에 사령관 말고도 참모도 필요하고 전략가도 필요하고 궂은일을 할 사람도 필요한데 모두 머리가 되려고 하고 하는지, 특히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오히려 너무 권위적이어서 더 놀랍습니다.” 평소 벗이 잘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뜻인 송무백열(松茂柏悅) 문구를 좋아한다는 그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고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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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14:00

농어촌 공간재편의 첫걸음, 빈집정비·활용

농어촌 빈집이 급격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농촌 빈집 수는 65,203동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빈집’이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촌 주택이나 건축물을 말한다. 또한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같은 해 어촌 빈집 수는 36,056동이다. 두 기관에서 산정하는 ‘빈집’의 근거 법령과 기준이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10만 호가 넘는 빈집이 방치되고 있다. 농어촌의 빈집은 도시에 비해 노후주택이 많으며, 대부분 철거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 전국 시·도별 현황을 보면 전북과 전남의 빈집 발생 문제가 타 시·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전북과 전남의 농어촌 빈집 수는 각각 17,337동과 21,601동으로, 전체 빈집의 40%에 육박했다. 농어촌 빈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점에서 보면, 호남에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징표다. 방치된 빈집은 마을과 지역사회의 치안과 안전은 물론 경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경우 빈집의 상당수가 건설경기 저하 및 주택 수급 문제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로 구성돼 있지만, 농어촌의 빈집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어 지역의 활력 저하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필자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농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과거에 비해 농어촌의 생활여건이 좋아졌다지만 도시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농어촌의 인구는 줄고 빈집도 급격히 늘고 있으며, 마을 자체가 비어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시골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농어촌 공간구조를 재편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이 농어촌의 빈집을 정비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농어촌의 빈집을 정비하고, 나아가 빈집 자체를 농어촌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회에 들어온 후 2년 단위의 빈집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빈집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빈집정비 강화법’(농촌정비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력을 통해서라도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의 확보도 중요하다. 정비된 빈집 터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고 잉여에너지는 판매하는 에너지 자립마을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어촌에 산재한 빈집을 외국인노동자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지난 2020년 실시된 ‘농어업분야 종사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종사 외국인노동자의 약 70%가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등 가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냉난방·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빈집을 외국인노동자들의 숙소로 활용하면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농어촌 내 늘어나는 빈집 방지와 활용을 위한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지난 9월 23일 대표발의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로 빈집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고려할 때, 정부와 지자체는 빈집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필자 또한 농어촌 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을 뒷받침할 법률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서 농어촌의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그리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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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13:58

전북특별자치도 연내 입법 막바지 총력을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입법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을 제정해 특별자치도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최근 ‘특별자치도 설치’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특별자치도로 승격되면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자치권을 부여받는다. 또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와 함께 세금 경감, 규제 해제, 인사권 확대 등 각종 권한을 확보할 수도 있다. 자치권 강화를 토대로 정부 재정 지원 확대와 자율 행정,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지난 6월엔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취임 후 줄곧 전북특별자치도 설치에 주력해왔다. 올해 말까지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을 지역정치권에 수차례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전북 출신 의원들이 나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말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전북 특별자치도 설치’ 를 재차 약속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혹여 입법이 지연되거나 무산된다면 전북은 ‘수도권 1극체제’ 재편 차원에서 진행되는 메가시티와 특별자치도,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 광역자치단체로 남아 정부 지원에서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전북 대전환의 시대를 여는 토대가 돼야 한다. 이런 가운데 각 광역지자체가 특별법 제정 및 메가시티 연대에 앞다퉈 나서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입법이 더욱 급해졌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각 지역의 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정 지역 지원을 골자로 한 특별법 입법이 자칫 정치논리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떨치기 어렵다.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지역 형평성 논란에 막혀 입법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특별법 연내 통과를 목표로 매진해 온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에서 심기일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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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0.05 11:44

우범기와 김승수 두 갈래 길

2014년 김승수 시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이 백지화됐다. 전임 송하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다. 시중에선 김완주-송하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업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적인 비토 심리가 지나치게 개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주변 돌아가는 상황도 김 시장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먼저 송 시장 신분이 도지사로 바뀌어 넘사벽 존재가 되었음은 둘째치고 김 시장 본인의 자질론마저 쉽게 가라앉질 않고 있었다. 선거 때부터 불거진 김완주 측근으로서 참모 경력만 화려했지 정작 본인의 능력 검증은 사실상 전무하기에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촉발된 양측의 감정적 충돌은 그로부터 오랜 기간 사사건건 대립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지난 7월 취임한 우범기 시장은 선거 때부터 돌직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 초년생인 그는 ‘뇌관’ 이나 다름없는 지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완주 전주 통합은 물론 종합경기장, 대한방직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 추진 입장을 보이면서 여론을 뜨겁게 했다. 전임 김 시장이 공론화를 핑계로 3년 이상 뭉개며 이 눈치 저 눈치만 살피던 것과 달리 그는 180도 입장을 바꿔 이를 공개 천명하면서 술렁대기 시작했다. 우 시장은 최근에도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해서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자 시민단체는 반대에 나섰다. 그럼에도 그는 시의회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함으로써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임 시장에 비해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에게 신선함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우 시장에 대한 시민들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선거 때 그들은 침체일로에 있는 전주를 확 바꿔 달라며 그를 뽑았다. 중앙 예산부처에서 잔뼈가 굵어 인맥이 두터운 데다 세일즈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다. 전임자 시절 굵직한 대형 사업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8년 세월 허송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시민들이다. 그들은 “전주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공유한 터라 주저없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유권자 기대에 그는 부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 전시 행정의 흔적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번 불기 시작한 거센 변화 물결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지역 발전의 호기를 맞았다며 시민들이 최근의 역동적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반기는 까닭이다.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간 정치인들이 핵심 사업에 대해 입장 표명을 꺼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들뜬 분위기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려는 전주의 응집된 에너지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은 전적으로 시민들 몫이다. ‘로또 전주’ 의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설레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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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10.04 19:05

새만금해상풍력 좌초위기, 뭐라도 해명하라

새만금 해상풍력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는 데도 이를 관리해야 할 새만금개발청이 거의 손을 놓다시피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라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칠 때와는 달리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는 데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책임론이 일고 있다. 지난 2017년 합의각서 체결 당시만 해도 새만금청은 전북도와 군산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초 새만금청이 먼저 사업 시행자에게 이 사업 진행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뒤 인허가 절차 등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사업의 전체적 윤곽은 방조제 인근에 공공과 민간 합쳐 4400억 원을 투자해 3.5MW 24기와 3.0~3.2MW 4기의 풍력발전시설을 설치, 국내 최대 규모인 99.2 MW급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65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제작을 ‘전북지역 업체’로 명문화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북도와 군산시가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구조가 불투명해 신뢰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도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며 우려를 전달하고, 6개항의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해당 부지를 최소 30년 장기 점용함에 따라 수변 공간 활용과 부지 매립 등 새만금 전체 그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변의 이런 우려와 반대 표명에도 새만금청은 강하게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시작 5년이 지나고 진척 사항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데도 새만금청은 도대체 뭘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는 사이 재생에너지 자립권은 이미 외국 기업으로 넘어가 향후 사업 추진에 있어 지역 업체의 설 자리는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관련자들은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 특정 가족 회사로 시작해 사업권 일부가 외국 기업에 매각되는 등 원래 사업 추진계획서 이상 기류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관리해야 할 새만금청이 방관하고 있는 것은 직무 유기란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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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10.04 18:17

메타버스 세계와 감성의 ‘아고라’

빈민가 컨테이너 촌에 살고 있는 ‘웨이드 와츠’는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매일 접속하는 청년이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도 ‘오아시스’ 안에서는 멋진 캐릭터로 자기 꿈을 맘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아시스’를 만든 괴짜 천재 ‘할리데이’가 죽는다. 그는 죽기 전에 3개의 “이스터 에그”를 다 찾은 이에게 5천억 달러와 오아시스 소유권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첫 번째 미션을 깬 이는 바로 웨이드였다. 갑자기 유명해진 웨이드는 거대기업 IOI의 살인 위협에 쫓긴다. 꿈과 희망의 ‘오아시스’는 누가 차지할 수 있을까. 웨이드와 IOI의 대결이 진짜 세계와 가상 세계를 오가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SF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이다. 이 영화에서는 실재의 현실과 메타버스로 들어간 가상현실이 공존하며 전개된다. 영화 속의 메타버스 현실은 환상이 아니다. 우리 삶에 이미 와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함께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뇌 스포츠의 꽃이라는 바둑계에서 AI를 이기는 프로 기사를 찾을 수 없는지 오래이다. 이제는 가상인간이 등장하여 현실 세계에서 실제 사람처럼 여러 경제활동도 한다. 광고 모델 ‘로지’나 쇼호스트로 데뷔한 ‘루시’가 낯설지 않다. ‘메타 폴리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가상 오피스를 만든 회사도 있다. 직원들은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오피스에 출근해 일을 한다. 완전 원격 근무이다. 가상의 지구를 한 구역 단위로 사고파는 부동산 매매 메타버스도 등장했다. 이 플랫폼 안에서 백악관을 구입한 사람이 1년 만에 1415배의 차익을 얻기도 하였다니, 가상세계가 현실을 닮아간다. 메타버스의 세계가 게임이나 오락을 넘어 이제 사무실, 상점, 회의장, 콘서트, 교실, 운동장 등의 가상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메타버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메타버스 허브를 구축하여 일상생활과 산업, 교육과 의료, 사무 등의 플랫폼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도 ‘미래교육 캠퍼스’ 구축이나 AI, 메타버스를 접목한 수업혁신으로 교실혁명을 꿈꾸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보 산업기술의 도입에서는 모든 소통방식을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AI와 메타버스의 세계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 세계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은 감성의 ‘아고라’를 넘을 수 없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아고라(agora)는 일상적인 생활의 중심지이자 시장이었으며 시민들이 서로 만나 소소한 개인사를 얘기한 광장이었다. 메타버스 광장 시대에 더욱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이러한 아고라 광장이며, 감성의 세계이다. 기술도 휴먼 테크(human tech)이다. ‘돌봄’과 ‘공감’, ‘관계’와 관련한 감성적 세계는 인간의 고유성이다. 메타버스 세상이 와도 ‘아고라’ 광장은 중요하다. “이스터 에그” 미션의 열쇠도 사랑과 우정이었다. 오늘 한번 자신과 친한 ‘관계’가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공감’의 언어를 던져 보자. 직접 얼굴을 보며 환한 낯빛으로 말을 걸어보자. 오늘 잘 지냈어? 정말 보고 싶었어. 네 말이 옳다. 너무 잘 했어, 그래 우리 같이 가자. 옆 사람을 배려하고 소통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자, 그가 바로 진정한 ‘아고라’의 시민이다. /김용재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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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4 16:05

애끓는 농민의 외침에 정부는 응답하라

가혹한 농민 수탈로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됐던 정읍 이평면 만석보 들녘에서 지난달 말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고 쌓아놓은 볏단을 불태우는 장면을 보면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꾼 벼를 자기 손으로 불태우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출정하는 동학농민군의 비장함과 다를 바 없었다. 쌀은 농민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 흘리며 김 매고 비료 주고 농약도 치면서 정성을 다해야만 가을에 수확을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애써 땀 흘려 지은 농사를 갈아엎는 농민의 마음은 굶어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농촌 들녘마다 농민들의 한탄과 울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논을 갈아엎고 벼를 불태우는 농민들의 분노가 땅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으로만 일관하고 있으니 성난 농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시국을 맞으면서 모든 물가가 크게 올랐다.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비료 농약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폭등했다. 그러나 쌀값만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쌀 수확이후 올 9월까지 1년 새 25%나 떨어졌다. 정부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대 폭락이다. 45년 전 쌀값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쌀 생산비는 40%나 더 늘어났다. 이러니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논 한마지기(200평) 당 대략 16만 원 정도 적자를 본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땅을 놀리고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다. 농사를 중단하는 것은 생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값 하락대책으로 시장격리 45만t, 공공수매 45만t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쌀 초과 생산이나 쌀값 5%이상 하락 시 시장격리 의무 시행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재정 부담 가중을 이유로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우리 주곡인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양곡정책이 원인이다. 그동안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내세우면서도 농민들의 쌀 생산비 보장은 등한시했다. 50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해온 농민에게 희생만 강요했지, 생존권 보장에는 뒷짐만 져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업·농촌을 위해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제시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고 소멸 위기에 빠진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농업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업직불금 예산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조 원까지 대폭 늘리고 우량 농지 지원 강화, 농어업인 영농 경영비 및 금융비용 부담 감소 방안 등을 두루 약속했다. 하지만 쌀값 폭락으로 도탄에 빠진 농촌 현장에 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 농민들의 쌀값 보장 외침에 대통령의 응답은 아직 없다. 오히려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농정관련 내년 예산은 줄줄이 삭감되거나 축소됐다. 고령중소농 은퇴직불금이나 청년직불금 식량안보직불금 탄소중립직불금 조건불리직불금 등 농업 직불금 확대 공약 이행을 위한 대책이나 마스터플랜 수립도 아직 없다. 지난 대선 때 제시한 농업·농촌·농민 관련 공약이 무색할 따름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농민과 농촌 농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도 남의 나라 손에 맡겨지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려면 애끓는 농민의 외침에 정부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10.04 14:03

조승환 해수부 장관에 묻는다

지난 5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그는 해운물류, 해사안전, 해양개발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여 풍부한 식견과 정책 감각을 겸비한 해양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걸맞게 그에게 어정쩡한 정체성에 객관적인 기준없이 예방선을 배치, 논란을 빚고 있는 산하 공기업인 해양환경공단(이하 공단)의 혁신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는 이렇다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망이다. 공단은 해양환경관리법에 근거, 해양 환경의 보전· 관리· 개선 등 공익적 목적이 설립 배경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임에도 무려 20여년동안 전국 항만에서 예방선을 통한 예선 사업으로 민간업체들과 수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국 항만에 약 300척의 민간 예선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단은 27척의 예방선으로 사기업같이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의 조합원, 항만의 지방예선운용협의회의 예선업체로서 각각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민간업체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공공기관인 공단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민간업계는 '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민간의 밥그릇을 빼앗는가'라며 공단과 심심치 않게 충돌하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정체성논란이 야기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공단은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군산항에만 유독 높은 비율의 예방선을 배치, 반발을 사고 있다. 군산항은 입출항 선박기준으로 항세가 전국의 2.2%로 빈약하다. 그러나 공단은 전국 평균 비율보다 7배나 높은 예방선을 군산항에 배치, 예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항만 예선 322척 중 공단의 예방선 27척이 차지하는 비율이 8.4%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산항에서는 전체 예선 7척중 4척이 공단의 예방선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7.1%에 달한다. 민간예선은 전국의 0.9%인 3척에 그치고 있다. 군산항은 2022년 정부의 적정 예선 수급계획상 6척의 제한에 묶여 민간이 새로 진입할 여지조차 없다. 쥐꼬리만한 군산항의 예선시장에서 공단은 군림하면서 민간 활성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반면 예선및 방제수요가 훨씬 큰 인천항, 여수 광양항, 대산항, 목포항에서 공단은 예방선을 운용치 않는다. 공단을 지도 감독하는 해양수산부가 전북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단의 이런 예선사업 행태가 공기업의 위상에 걸맞고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것인지 조장관에게 묻고 싶다. 민간과 경합하고 고유 목적사업외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비핵심 기능은 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 라인이 최근 제시됐지만 공단의 혁신에 대해 아직 메아리가 없다. 1998년 공단이 예선사업을 시작하던 때와 24년이 지난 현재, 민간이 크게 성장하는 등 항만여건이 크게 변화했다. 그런만큼 정부의 지원아래 공단이 항만 예선사업에서 이제 발을 떼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객관적인 기준아래 항만별로 예방선을 배치, 공적인 예선과 방제업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때만이 공기업으로서 비틀거리는 공단의 정체성이 바로 서고 대외 공신력을 확립할 수 있다. 조장관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논리를 고집할 게 아니라 시대변화에 맞게 공단의 혁신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 /안봉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2.10.04 13:48

의료 불균형 해소, 공공의료 인력 확충부터

역대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꾸준히 외쳤지만 지역 불균형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지역 불균형이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필수 의료서비스 공백 현상까지 벌어진다. 우선 의료인력 규모에서 지역 격차가 크다.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지역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어촌지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보건의료 서비스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급기야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 같은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도시는 공공의료 기반마저 취약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산·남원의료원과 진안군의료원 등 전북지역 공공보건의료원의 의사 수가 정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삶의 질 격차’를 줄여야 한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격차 해소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 강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 확대와 공공의료 인력 확충 등 지역 공공의료 기반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내놓았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방안부터 재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공공의료서비스를 확충하고 의료 취약지역의 여건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공공의대 설립 정책이 추진됐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막혀 흐지부지됐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이 죽어가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일이 균형발전 정책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격차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주요 국정목표로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간 극심한 의료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먼저 인구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인력 확충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04 12:11

‘도시락 검사’의 추억, 그리고 쌀

수확의 계절, 들녘이 어김없이 누렇게 물들었다. 풍성한 가을걷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디서도 풍년가는 들리지 않는다. 햅쌀 수확기인데 아직도 소비되지 않은 재고가 창고에 가득하다. 고물가 시대, 속절없이 떨어지는 쌀값에 농심이 들끓었다.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과잉으로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게 핵심이다. 농민단체는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식량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 쌀이 제 위상을 잃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점심시간. 학교급식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기, 아이들은 책상 위에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놓고 담임교사의 검사를 기다려야 했다. 혼식검사다. 보리나 잡곡이 30% 이상 섞이지 않은 하얀 쌀밥이 적발 대상이었다. 행여 교육청 장학사가 일선 학교에 혼식 검열을 오는 날이면 교사들이 수업 전에 사전 검열을 하기도 했다. 학교 측의 지시를 깜빡 잊고 흰 쌀밥을 싸온 아이는 교사의 엄명에 따라 친구 도시락에서 보리밥이나 잡곡 한 두 숟가락을 떠서 쌀밥 위에 덮어야했다. 검열 나온 장학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 교사의 지시로 즉석에서 혼식 도시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흰 쌀밥 위에 남의 집 보리밥이 얹혀져 얼룩덜룩하게 변한 밥을 한술도 뜨지 못하고 쫄쫄 굶는 비위 약한 여학생도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쳤다. 식생활을 개선해 국민의 영양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상은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으로 인구가 급증했으나 쌀 생산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쌀 부족 현상이 심각했던 탓이다. 정부가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도시락까지 단속했던 그 시절로부터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그 사이 쌀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품종개량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식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소비량은 날로 줄어들었다.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큰 반전이다. 산아제한 정책은 출산장려로 바뀌었고, 부족했던 쌀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을 불렀다. 우리 사회에 닥친 심각한 위기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다시 뿌리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가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또 한 번의 반전을 통해 쌀이 제대로 대접받는 날이 우리 시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03 17:53

드론·UAM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완성하자

드론과 불꽃이 전주 월드컵경기장 밤하늘을 장식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주최한 ‘드론과 불꽃의 밤’(9월29일)에서는 드론400대가 군집해 지구본·한반도·디지털트윈 등을 연출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기에 성악가 김동규, 뮤지컬 가수 배다해· 손준호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OST 연주가 더해지면서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귀호강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공공 부문 드론 전담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LX공사가 드론의 대중화,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상용화를 위해 기술력을 선보이고 대국민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모바일 생태계를 만든 스마트폰처럼 드론·UAM은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플랫폼으로 부각되고 있다. ‘드론 택시’라 불리는 UAM은 활주로 없는 도심에 수직 이착륙장을 활용해서 저고도 공역(300~600m) 운항하는 것으로 하늘길 출퇴근이 가능케 할 차세대 모빌리티다. 택배로 배송하고 관광을 지원하며 재난재해에 사람을 구하는 드론·UAM 산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구진하다는 평가다. 현재는 비행체 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운항 관제·자율주행·이착륙 시설 등 인프라와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드론·도심항공모빌리티 선도국가 도약’을 선언하고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K-UAM’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대로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지면 2025년 하늘을 나는 택시가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대에 주파하게 된다. 이처럼 높은 인구밀도와 교통 체증을 해결할 미래 교통수단인 UAM은 도심 외곽의 항공영역을 도심 내로 확장시키고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도 하늘길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LX공사도 도심항공교통 민관 협의체인 ‘팀코리아’에 참여해 디지털트윈을 접목시켜 기상·소음 등 데이터를 융·복합해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3차원 정밀지도를 구축·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이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10주년을 맞는 LX공사는 전북을 드론 산업의 메카로도 육성·지원한다. 이를 위해 남원시에 드론 비행 관제와 드론 촬영 영상 등을 관리할 드론활용센터도 구축한다. LX공사는 이를 거점으로 드론전문기관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민간 드론산업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한다. 그동안 LX공사는 국·공유지 점유현황 조사, 기반시설 점검 등 국토조사와 지적재조사, 재난관리에 드론을 선도적으로 활용해왔다.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는 기존 항공기 촬영과 대비해 해상도는 10배, 위치·사물의 정확도는 3배, 소요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드론·UAM은 ICT,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수단이다. 이미 진행 중인 ‘모빌리티 혁신’은 공간과 이동의 혁신으로 국민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LX공사는 드론 전문기관으로서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고 민간의 산업 육성을 위한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하늘길 출퇴근 시대를 앞당길 훨씬 더 과감한 모빌리티 혁신을 기대해도 좋겠다. /최규명 LX한국국토정보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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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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