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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웨슬리와 감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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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ESG연구소 소장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개신교의 한 종파를 세운 인물이자 기독교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살아서 그가 꽃길을 걷지는 않았다. 개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신학적으로 적잖은 공격을 받았다. 

웨슬리의 동시대 사람으로 웨슬리와 함께 감리교의 기틀을 세운 주요한 인물로 꼽히는 조지 휫필드는 웨슬리를 이단으로 비난하며 “당신의 하나님은 나의 악마”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했다”는 보편구원설이 공격의 근거였다. 비기독교인 보기엔 보편구원설이 문제가 없지만, 소위 개신교 정통교리에선 은총을 받은 선택된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다. 

보편구원론은 감리교의 사회적 성화 교리와 연결되고, 노예제 반대 등 인권 중시의 실천적 사회참여로 연결된다. 웨슬리의 사회적 관심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였다. 제철과 섬유 산업의 발전은 단순노동을 기계노동으로 대체하여 자영업을 몰락시켰고, 곡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2차 인클로저는 농촌 사회를 다시 한번 교란하며 도시빈민과 산업예비군을 형성했다. 부르주와 프롤레타리아가 동시에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이 시점에 영국에서는 기독교가 역사적 두 계급의 대립을 완충하면서 자체의 활로를 확보해야 하는 전환에 직면했는데, 감리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갖게 된다.

보편구원론은 자본주의의 발흥은 물론 근대국가의 토대 형성에 긴요했다. 웨슬리가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에 부정적이었다고 하여도 보편구원론과 노예제 반대, 여성권을 포함한 인권 중시 등의 태도는 근대 서구민주주의의 이상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보편구원론과 사회적 성화의 교리는 제도적인 보편선거의 도입과 내용상 봉건체제의 대체와 맥을 같이한다. 감리교가 이러한 전환에 복무하였다기보다 이런 시대의 전환에서 종교가 감당해야 할 변화를 감리교가 떠맡았다고 해야 한다. 

웨슬리는 가난을 가난한 사람들의 나태함의 결과이거나 하나님의 선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불변적 운명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난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극복해야 할 불행으로 여겼기에 끊임없이 그 원인을 연구하고 책임 있는 이들을 질책하며, 또한 격려하고 부지런히 일하도록 부추겼으며, 사회적인 불의를 제거하기 위하여 부유한 사람들과 영향력 있는 이들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려고 시도하였다.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도 요청했다.  

그렇다고 웨슬리가 혁명적 사상을 전파했다고 할 수는 없다. 노예제 반대, 여성인권 신장, 빈민구제 등 진보적 사유가 확연했지만 정치적으론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왕정을 옹호하고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도식적으로 분류하면 정치적으로 보수, 사회적으로 개혁, 종교적으론 진보적이었다 하겠다. 

그의 감리교는 근대사회의 전환기에 사회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종교가 해야 할 일을, 정치혁명이 아닌 사회적 성화란 이름으로 수행했다.

웨슬리는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고 기독교 교회와 성직자의 세계에 부와 권력이 흘러넘치게 함으로써, 이전에 있었던 수십 번의 박해가 가져온 것보다 더 악한 일들을 교회에 불러들였다”며 “콘스탄티누스 이후 종교개혁까지 이런 상태는 실로 한탄할 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곧 성탄절이다. 지금의 한국 기독교도 한탄할 만한 상황이다. 웨슬리가 꼭 정답을 제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 시대정신을 고민하며 종교의 활로를 모색한 건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4차산업의 중층 위협 속에서 지금 표류 중인 기독교가 새로운 ‘사회적 성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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