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1:47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피니언

규제 개혁의 충분 조건

image

지난 2018년 무렵이다. 고향 선배가 한옥마을 인근에 상가를 새로 지었다. 공사가 끝나갈 즈음 그는 큰 낭패를 겪었다고 한다. 1층에 커피숍 등 프랜차이즈 임대 문의가 줄을 이었는데 행정 규제 때문에 계약을 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 뒤 수 차례 상가협의회를 통해 생존권 위협하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읍소했지만 허사였다. 한옥마을 보존과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취향과 선호도에 역행하는 근시안 행정을 고집한 것이다. 꽉 막힌 행정은 전북에 본사가 있는 업종 장사만 강요한 셈이 됐다. 먹고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한옥마을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전락했다. 팔달로 주변 상가들은 각종 규제로 묶을 때는 한옥마을에 포함하고, 개발과 인센티브 혜택 때는 제외시키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처럼 지역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대못과 전봇대’ 를 뽑기 위해 우범기 시장이 칼을 빼들었다. 그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서민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옥마을 음식 품목 자율화와 함께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을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 시장은 선거 때부터 '경제도시 전주' 를 표방하고 이를 위해 그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한방직과 종합경기장 개발을 약속해 왔다. 그의 강공 드라이브는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과거 선거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판단으로 행정이 불합리한 규제를 만들어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 시장 입장에서 규제 개혁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가 전주 변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발표할 때마다 시민단체와 이익집단들이 제동을 건다. 침체된 분위기를 걷어내고 역동적인 전주를 만들어달라는 시민 요구에 부응함에도 막무가내식이다. 실제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를 통해 건설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도 건설 단체 어느 곳 하나 지지 성명은커녕 입장문 한줄 내지 못한다. 서울과 광주 업체가 지역 건설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지역업체가 맥을 못추는 이유다. 아무리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 해도 자기 밥그릇과 관련해서 제 목소리를 낼 때는 똘똘 뭉쳐 내야지 그마저도 못하면 더 쪼그라드는 건 시간문제다. 

전주의 개혁 드라이브는 우 시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유관 기관이나 관련 단체들이 함께 나서 추진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대한방직 석면 철거를 위한 대형 가림막 설치와 관련해 환경단체가 인근 맹꽁이 서식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전주 서곡교 부근 교통난 해소를 위해 언더패스 설치 주장이 나왔을 때 인근 전주천 수달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에 막혀 무산된 적이 있다. 지금 그 일대는 출퇴근 상습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아 운전자들 불만이 폭발하기 일쑤다. 개혁 과제를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도 우 시장 몫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주 규제완화
김영곤 kyg@jjan.co.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