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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기자 정신

일러스트=정윤성 최근 대선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의 능력 검증보다는 이들의 아킬레스건을 둘러싼 공방전만 전개돼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인물 검증 차원에서 이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블랙홀 처럼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것은 못마땅하다. 더욱 아쉬운 건 이 뉴스 중심에 기자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김건희씨의 대화 녹취록이 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상대가 기자다. 대장동 부동산 의혹도 기자가 이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기자가 연루된 사건이 심심찮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함으로써 동료들의 취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주 본보에 실린 해직기자 출신 김종량 국장의 사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1980년대 군부 독재의 기사 검열과 언론 통제에 맞서 펜을 들고 자유언론 수호를 위해 싸웠던 34명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영상물이 최근 제작됐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전북일보에 근무했던 김 국장이다. 당시 살벌했던 언론 감시 속에서도 정론직필의 기자 본분을 다하고자 고초를 겪었던 뒷 얘기들이 그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언론 자유는 끝없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기자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던 선배 언론인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는 말을 맺었다. 보안부대에 끌려가고 강제 해직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그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혹했던 시절 감춰진 진실을 읽고 지금의 언론 현실을 생각해 봤다.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꿈꾸던 취재의 자유는 거의 성역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문제는 그에 비해 언론이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느냐 여부다. 특히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군부독재 통제 속에서 가시밭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자처했던 선배들의 기자 정신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껏 누리는 언론 자유 속에서 진실을 담지 못하는 뉴스는 제도적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이다. 거짓 정보로 인한 보도 피해자를 없애는 동시에 기자의 치열한 취재정신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오보를 둘러싼 언론중재위 역할이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9월 시사인이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2위에 개그맨 유재석이 선정되면서 추락한 기자 위상을 가늠케 했다. 이런 가운데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언론의 무한 변신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계로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을 반영한 온라인 뉴스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실제 171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의 독자 850만 명 중 90% 이상이 유료 서비스인 온라인 기사를 읽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도 독자의 이런 선호도에 따른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런 환경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지 그것이 언론의 핵심 가치임에는 변함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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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01.25 20:26

향후 3~4년 군산항 준설공사 어쩔셈인가

안봉호 선임기자 군산항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제 2준설토 투기장 축조공사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으로 선정되도록 하는데 주력해 성공했더니 이제는 향후 34년의 군산항 준설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코 앞에 닥쳤다. 이 문제는 제 2준설토 투기장의 활용이 가능할 때까지 군산항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토사 매몰이 심각해 매년 유지준설공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올해말이면 준설토를 더 이상 버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군산항 준설토를 버릴 수 있는 곳은 금란도밖에 없다. 그나마 금란도의 투기여력마저 현재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투기여력은 겨우 8만4000㎥이다. 금란도의 4개 공구 중 증고가 이뤄지지 않은 1개 공구마저 올해 증고 공사를 할 경우 수토량은 78만9000㎥이 된다. 그러나 올해 (주)선광과 SGC에너지(주), 에스오일(주)의 비관리청 항만준설공사와 올해 국비 약 100억원으로 유지준설공사가 이뤄질 경우 금란도의 투기여력은 제로(0)상태를 보이게 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제2준설토 투기장도 언제부터 활용이 가능하게 될 지 안갯속이다. 제 2준설토투기장은 군산국가산단 서측에 호안 4170m를 축조해 조성된다. 이 투기장은 사업기간만 무려 6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착공을 위한 예산확보가 관건이다. 75억원인 설계 예산을 확보해야 내년에 기본및 실시설계를 2023년도에 마무리해 이듬해인 2024년에 착공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공사중에 가토제 축조 등을 통해 빠르면 2025년 하반기, 늦으면 2026년부터나 준설토 투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도 예산확보 등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를 가정한 전망이다. 내년부터 제2준설토 투기장을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군산항의 준설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비상대책을 강구치 않으면 내년부터 군산항은 준설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높다. 투기장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준설공사가 가능하겠는가. 준설공사를 하지 못할 경우 토사매몰현상이 심각한 군산항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경쟁력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재 군산해수청에는 이에 대비한 구상만 있지 아직 확정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군산항은 매년 360만여㎥의 토사가 매몰되고 있다. 매년 유지준설공사를 해도 이같이 토사가 쌓인다. 준설공사 후 수심이 고시될 쯤이면 준설 장소에 또다시 토사가 쌓여 고시된 수심이 맞지 않을 정도다. 선박이 뻘에 얹히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선박대리점들은 불안정한 수심으로 '불안, 불안'해 한다. 부두는 규모에 맞게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준설이 제대로 안돼 부두마다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외적으로 군산항은 '불안한 항만'으로 인식돼 있다. 준설공사는 군산항에 있어 항만 운영에 원활함을 도모하고 안전한 항만으로서의 숨통을 틔우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전북도와 군산시 및 군산해수청은 머리를 맞대고 비상대책을 조속히 강구,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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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2.01.25 20:26

전북가야, 본래 이름 찾았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가야문화연구소 가야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만든 신조어가 전북가야다. 전북 동부에서만 발견된 가야 봉화망에 그 근거를 두었다. 전북 남원시와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임실군순창군, 충남 금산군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시 또 전북가야의 용어에는 국정과제에 국민들을 초대하기 위한 대중적이고 홍보적인 의미만 담겼음을 밝힌다. 우리나라 전통지리학의 지침서가 산경표이다. 순창군 순창읍 남산대에서 탄생한 신경준이 편찬했다. 이 책에 실린 백두대간은 전북가야의 보금자리였다. 한반도의 척추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전북가야의 품속이자 터전이었다. 백두대간 양쪽 운봉고원과 진안고원에 기반을 둔 가야세력이 가야 소국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가야사 국정과제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운봉가야와 장수가야라는 임시 용어로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솔직히 전북가야의 가명(假名)들이다. 왜냐하면 워낙 발굴조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라북도의 예산 지원으로 그 실체가 명쾌하게 검증됐고, 가야 봉화 및 산성, 제철유적의 분포양상도 파악됐다. 모두 다 전북가야의 아이콘(icon)들이다. 백두대간 동쪽 운봉고원은 신선의 땅으로 회자된다. 그 의미에 걸맞게 가야 이야기도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급 위세품을 거의 다 모았다. 가야 고총에서 나온 금동신발, 철제초두는 모든 가야 영역에서 한 점씩만 출토됐다. 중국 양나라에서 바다를 건너온 계수호와 청동거울도 역시 운봉가야 고총에서만 나왔다. 금강 최상류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장수가야는 봉화 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가야 봉화는 국가의 존재와 국가의 영역과 국가의 국력을 대변한다. 현재까지 복원된 가야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이다. 240여 기의 가야 고총이 장수군 일원에서 발견되어 고고학 자료로 장수가야의 존재를 확증했다. 엄밀히 말하면 장수가야는 ICT왕국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력의 원천은 철이다.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던 제철유적은 포항제철과 그 의미가 똑같다. 전북 동부에 가야 봉화망을 구축하려면 반드시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북가야의 영역에서 250여 개소의 제철유적이 발견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직은 전북가야와의 연관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철유적의 밀집도가 가장 높다. 가야 소국의 위치 비정은 역사고고학의 범주에 속한다. 문헌의 내용이 유적과 유물로 입증되면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근거로 결론 도출도 가능하다. 전북 동부에서 축적된 고고학 자료를 문헌에 접목시켜 운봉가야를 기문국으로 장수가야를 반파국으로 비정했다. 당시 문헌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고고학 자료로 충족시켰다.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은 가야로 본격 진출할 때 기문국의 복속을 선언했다. 반파국은 기문국을 지키기 위해 백제와 3년 전쟁을 불사했고, 신라와는 적대관계를 야기한 봉화 왕국이다. 중국, 일본 문헌에 한 묶음으로 기문국과 반파국이 등장한다. 전북가야를 탄생시킨 가야 소국들로 역동성과 다양성, 국제성으로 상징된다. 언제나 늘 국민들은 가야를 철의 왕국으로 복원해 달라고 열망한다. 모든 가야의 영역에서 가장 많은 제철유적이 전북 동부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증이 요망된다. 올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등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도 염원한다. 전북 동부에 350여 기의 가야 고총과 120여 개소의 가야 봉화를 남긴 전북가야가 백두대간을 무대로 대도약하길 소망한다. /곽장근(군산대 교수가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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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5 20:26

객기를 부린다는 것

송준호 우석대 교수 객기(客氣)라는 말이 있다. 공연히 부리는 호기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했으니, 그 또한 객기에서 나온다. 한자말 객기의 객(客)은 손님 아니면 여행을 떠난 사람이다. 그러니까 여행자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바로 객기다. 낯선 곳에 갔으니 아주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객은 남[他人]이기도 하다. 그의 기운을 내 안에 들여서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일을 꾸미거나 실행하는 것, 바로 객기다. 지난 세밑에 친구가 운영하는 치과의원으로 사랑니를 뽑으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저녁에 즐거운 술자리가 잡혀 있었다. 내가 말이지, 사실은 오늘 저녁에 술 약속이 있거든? 이빨을 뽑고 저녁에 술을 좀 마시면 안 될까? 발치 기구를 손에 쥔 친구한테 나는 좀 실없이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곧장 돌아왔다. 술? 거, 좋지. 그게 아니고, 술을 먹어도 뒤탈이 없겠느냐고? 아니, 십중팔구는 아플 걸?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거든. 그런데 날더러 마셔도 된다는 거야? 이 사람아, 친구가 치과의산데 자네는 뭐가 걱정인가? 아프면 나한테 또 와. 공짜로 치료해줄게. 그 말이 내게는 좀 어이가 없게 들렸는데 친구는 또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길지도 않은 인생, 뭐 별거 있는가? 어쩌다 한 번씩은 말이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질러버릴 줄도 알아야 되는 거여. 그 소리를 듣고 자네한테 그런 걸 물어본 내가 그렇지. 하면서 속으로 웃어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어금니에 솜뭉치를 물고 치과를 나서다 보니 인생이 뭐 별거 있느냐고 오히려 되묻던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이었다. 밤에, 전라선을 타보지 않은 者하고는 / 인생을 논하지 말라. 안도현 시인이 쓴 <인생>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다. 밤에, 그깟 전라선 열차를 한두 번 타본 사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시인은 이런 식으로 도발을 감행한 걸까. 사람 대신 놈[者]을 굳이 가져다 쓴 건 또 뭐란 말인가. 괜한 딴지였다. 비 내리는 호남선이든 부산으로 가는 대전발 0시 50분 기차든 다를 게 없는 것이었다. 그걸 새벽에 탔어도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놈이면 어떻고 사람이면 또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인생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라는 것. 시인은 어쩌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사실은 새벽에 경부선을 타본 놈하고도 얼마든지 인생을 논할 수 있으니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주시라는 것. 살다 보면 온갖 일을 선택해서 겪게 마련이다. 대개는 원칙과 규범에 따른다. 유불리를 따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뭔가에 속수무책으로 홀린 듯 오로지 솟구쳐 오르는 감성에 이끌리기도 하는 것 또한 삶의 한 부분 아닐까 한다. 뼈아프게 후회하더라도 그런 시간 역시 소풍 나온 우리네 삶의 중요한 대목임을 믿어서다. 통장 잔고 따위는 거들떠보지 말고 오랫동안 꿈에 그려온 북유럽 여행 티켓에 열두 달짜리 카드 할부질도 해보는 것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폭우가 쏟아지는 숲길을 우산도 없이 걸어서 흠뻑 젖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호랑이해라고 하니 그 비슷한 걸 저질러보자면서 새해를 맞긴 했는데, 여전히 일상에서 한두 걸음조차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채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준호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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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1.25 20:26

메르켈리즘과 20대 대선

권순택 논설위원 정말 희한한 대통령 선거다. 이제껏 이런 선거전은 없었다. 후보를 둘러싼 폭로전과 흠집 잡기,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데다 세대별 계층별 성별 갈라치기가 횡행한다. 게다가 뜬금없는 무속 논란까지 증폭되면서 대선이 아사리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혼돈과 혼란에 빠진 유권자들은 선거 혐오감만 팽배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가 지도자를 뽑고 제대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치닫는 선거전은 끝나도 문제다. 초박빙의 승부가 예견되는 가운데 누가 대권을 잡든 패배한 쪽은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 같다. 지금껏 지켜봐 왔지만 야당이 되면 사사건건 시종일관 딴죽걸기만 해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협치는 뒷전이고 오직 당리당략과 집권에만 함몰됐다. 누가 당선돼도 걱정이다. 무작정 남발한 선심성 공약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천문학적인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선거 망국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날로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다 미중 간 패권전쟁 틈새에서 우리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기후 재앙과 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을 흔들고 문화 충돌과 국가 간 갈등은 세계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내적으로는 인구 격감으로 인해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젊은 층은 희망을 잃어가고 수도권만 키운 탓에 지방은 설 자리를 잃었다. 투기 광풍과 집값 폭등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면서 국민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국가 미래 비전 제시나 국민 통합에 나서기보다는 되레 지역과 세대 계층 간 갈등만 부추긴다. 정책은 뒷전이고 치부 들추기로 반사이익만 노린다. 국정농단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선거판에 무속인이 오르내리고 주술 논란이 증폭되니 한심할 따름이다. 지난해 12월 전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으면서 퇴임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부럽다. 16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메르켈 총리는 임기 말 지지율이 80%에 달했을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그는 총리 관저를 마다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퇴근 후에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등 소박한 삶으로 국민에게 다가갔다. 그가 총리에 취임한 2005년 독일은 동서독 통일 비용 증가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청년실업률은 11%에 달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유럽 재정금융위기까지 덮쳤다.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그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히, 그리고 일관되게 자신의 정책을 추진해나갔다. 그리스 구제 금융과 이탈리아 재정위기, 이란 핵협상,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등 수많은 난제를 풀어가면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에도 국제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EU 회원국을 설득해가며 1048조 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해 유럽 통합의 상징이 됐다. 보수당 출신이지만 소속 정당의 입장에 매몰되지 않고 토론을 통해 국민적 공론을 형성해가면서 쟁점 법안과 국정 현안을 풀어냈다. 포용력과 중재,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는 독일을 재건했고 명실상부한 EU의 맹주로 올려놓았다. 그와 정파가 다른 인사들도 그의 재임기간을 메르켈의 시대, 독일의 황금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은 메르켈의 실용주의와 통합의 리더십을 일컬어 메르켈리즘(Merkelism)이라고 부른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입으로는 통합과 실용주의를 외친다. 하지만 내놓은 정책과 언행을 보면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표만 된다면 편 가르기도 서슴지 않고 국가 재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 지금 우리에겐 메르켈 같은 지도자. 메르켈리즘이 필요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1.25 20:26

설 연휴 코로나19 방역 동참 절실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어가면서 전북지역 확진자 수가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 강화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확산세를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는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더욱 걱정스럽다. 전북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명 발생하며 처음으로 200명대를 넘어선 이후 24일에는 2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이미 50%를 넘어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있다. 최근 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매일 거의 모든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학교, 기업, 교회 등 곳곳에서 오미크론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최근 발생한 도내 주요 집단 감염 사례 16건중 12건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방역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진안에서는 경찰관들이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을 어기면서 일반인들과 쪼개기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전북경찰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50여명에 이르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역과 터미널 등에도 방역관리자가 없고 발열 체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통제가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공공근로인력을 운용할 예산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는 변명은 행정의 안일한 방역 대책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부터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접촉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 확진자 폭증이 우려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설 연휴 이동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차분하고 조용한 명절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설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설 이후 각 학교들의 개학에 영향을 주고 국민들의 일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관의 비상한 방역 인식과 대책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1.25 20:26

기아 중고차시장 진출 영세업체 피해 없도록

완성차 대기업인 기아와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해 자동차 매매업 사업 등록을 신청하면서 중고차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읍 신태인에 신차 출고센터를 운영 중인 기아는 지난 19일 정읍시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고차 매매업 사업 등록 신청서를 냈다. 이에 전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정읍시장 면담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중고차 업체의 반발이 거센 데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부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일단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자동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다. 중기부는 대선 이후에나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자동차관련 단체에선 중고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이유는 신뢰 확보에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시 시장이 투명해지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 이들 단체에선 지난해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범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판매 채널이 생겨나면서 중고차 시장 규모도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량이 각각 2.7배, 2.4배씩 증가했다. 현재 신차 대비 1.4배에 불과한 국내 중고차 판매량도 시장 개방 땐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선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기존 중고차 업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가족을 포함해 100만여 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며 반발한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가 2019년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다시 생계형 적합 업종을 신청했지만 중기부에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인 만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영세업체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 확보뿐만 아니라 중고차 업계도 살아갈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1.25 20:26

초등학교 종일돌봄 시행해야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국가아동정책조정위원 어쩌랴.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의 총인구가 지난해 드디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 한국의 가임여성 출산율은 0.8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였다. 출산율 저하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양육의 부담, 즉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돌봄이 불안정하면 가정의 삶이 흔들리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로부터 가장 호응이 높은 정책이 돌봄이라고 한다. 돌봄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높지만 현재의 돌봄이 만족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돌봄은 보통 오후 5시까지 운영되었다. 그래서 맞벌이 가정에서는 퇴근시간까지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돌봄을 저녁 7시까지 연장해야 한다. 7시까지 돌봄은 시대적 요구다. 교육부에서도 올해부터는 7시까지 돌봄을 하겠다고 한다. 여당의 대선 후보도 7시까지 돌봄을 공약했다. 이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아니다. 현행의 돌봄 체계로는 안정적인 돌봄이 불가능하다. 학교 현장을 보자.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는 하루 4시간 정도 근무하는 단기간 근로자이다. 4시간 근무로는 종일 돌봄은 물론 돌봄 관련 업무도 할수 없으니 별수 없이 교사에게 업무가 돌아가는 구조다. 학교 교사들은 돌봄 업무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돌봄전담사들은 계약직이라는 신분상의 불안정과 저임금에 대한 불만, 모호한 신분으로 인한 차별을 호소한다. 교원이 아니니 가르칠라 말고 지켜만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단다. 그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늘 파업전야인 것이다. 혼란의 원인은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돌봄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돌봄 시스템은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방과후아카데미 등으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돌봄 대상과 시간, 내용 등이 중복되고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도별로도 지침이 다르고 시행 방법도 제각각이다. 또 저녁 7시까지 돌봄을 하려면 돌봄교실을 확충해야 한다.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 연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안정적인 돌봄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학생중심 미래교육 서거석이 제안한다. 돌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돌봄을 법제화해서 돌봄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영국,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돌봄교실을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다. 돌봄전담사의 국가 채용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저녁 7시까지 돌봄을 하려면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근무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돌봄 관련 업무도 맡을 수 있다. 안정된 신분과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돌봄의 질이 높아진다. 파업으로 돌봄이 파행 운영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그리고 마을이 장소를 제공하고, 운영은 국가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돌봄을 국가가 운영하고 돌봄전담사가 전일제 근무를 하면, 방학 중에도 오후까지 종일 돌봄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돌봄,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의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으로 저녁 7시까지 돌봄,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근무부터 즉각 시행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방과후학교지원센터에서 돌봄 업무까지 전담케 해 교사들의 돌봄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돌봄 걱정 없는 나라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이, 교육청이 함께 하면 해결할 수 있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국가아동정책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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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만찬주(晩餐酒)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국가 주요 행사에서 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타국에서 진행되는 일정 속 피로와 긴장감을 덜어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이때 선정되는 술은 주로 행사의 주체 목적이나 초청 국가부터 인사의 개인적인 특성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 선택되기 때문에 행사를 빛내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17년 백악관 공식 초청 만찬에 오른 두 와인은 당시 전문가들이 한국과 닮은 와인이라 평가했다. 바로 스톤 스트리트 소비뇽 블랑과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누아이다. 두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알렉산더 밸리의 높은 고도와 험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만들어졌다는 점과 1990년대 후반에 설립된 짧은 역사를 가지는 점에서 한국의 성장 역사와 유사하다. 두 와인은 짧은 역사에 비해 그 맛과 품질은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와인이다.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와 안성맞춤이다. 이렇듯 각국 정상들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선택되는 만찬주는 그 자리에 걸맞은 상징성이 부여된다. 중국의 마오타이주는 시펑주, 오량액, 수정방과 함께 중국의 백주 중 명주로 꼽히고,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술이다. 시진핑 주석은 국빈을 맞을 때 보통 4천 위안(약 74만 원) 짜리 마오타이주를 대접하는데, 2018년 북한 방중 만찬 때는 126만 위안(약 2억 3천만 원) 짜리 마오타이주를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16년간 숙성된 초호화 술을 내놓은 것이다. 그야말로 술 하나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와 회담의 상징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국가 행사에 선정되는 술들은 행사 자체가 가지는 표면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술 자체로서 객관적인 품질과 맛을 인정받는 프리미엄도 얻을 수 있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에 건배주로 선정됐던 부산 전통주인 천년약속은 2004년 매출이 4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엔 185억 원으로 매출이 40배 이상 증가했다. 보해복분자 역시 APEC 만찬주에 이어 2007년 한중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연이어 국가 행사 식탁에 선보이며 출시 당시 매출 65억에서 5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매출 급증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만찬주로 선정된 점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기업이 아닌 정부기관 등 공적 영향력이 강한 단체에서 선정되는 술은 수 억의 미디어 광고 노출보다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인 지표로서 영향력을 갖는다. 일례로 201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우리술의 품질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최한 우리술품평회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선정된 우수한 품질의 전통주는 대통령상 수상과 국제 행사나 국빈 초청 만찬주로 선정하는 등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 번씩 들어봤을 법한 술로는 2018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만찬주인 여포의 꿈과 남북정상회담 문배술이 대표적이다. 2022년 임인년이 밝았다. 올해는 새로운 변화의 불씨가 피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제20대 대선과 프랑스 등 13개국의 대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남아메리카 16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종 행사가 간소화되고 있다. 그래도 행사를 빛내는 만찬주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2022년을 대표하는 만찬주로는 어떤 술이 선정될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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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알바했는데, 보이스피싱 공범이라고요?

의뢰인은 생활정보지 구인란에 부동산 사전조사원 주 5일, 출장업무, 월 300~400만원이란 광고를 보았다. 물어보니 일당 10~15만원으로 사무실에서 지시한 곳으로 가 사람을 만나 돈을 받아오면 된다고 했다. 의뢰인은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 계좌에 입금했다. 의뢰인은 3~4차례 더 일했고, 이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아 자신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뢰인은 알바인줄 알았는데, 처벌 되는 것인지 물어왔다. 뉴스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흔히 보게 된다. 그리고 필자도 보이스피싱 범죄 상담이 늘고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상담은 대부분 어린 학생이거나 생활환경이 어려운 사람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유혹이 범죄라는 사실도 몰랐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필요한 건, 전화, 계좌 그리고 돈이다. 범죄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포전화와 대포통장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단순 가담자에 해당하는 범죄는 대포 전화와 통장이었다. 대포전화는 전기통신사업법, 대포통장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이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의 공범이라 보진 않았고, 단순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졌다. 종전 현금 전달책은 약한 고리의 조직원이었다. 최근 전달책은 무가지 광고를 통해 모집하고 있다. 아주 고액도 아니고, 보통 알바보다 조금 더 많이 받는 수준의 돈을 준다. 전달책은 스스로 알바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의뢰인은 무죄가 아니냐 묻지만, 전달책의 처벌 없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와 수상한 일을 하며 범죄임을 모를 리 없다는 점이 반영돼 사기 공범으로 처벌된다. 간혹 무죄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을 시키는 사무실 직원을 한 번도 대면하지 않았고, 돈을 주는 피해자가 저리 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을 갚는다는 등 전형적인 피해 형태를 보이며, 입금하는 계좌가 금융회사가 아닌 대포통장이다. 알바라 생각했다 큰 화를 당하는 경우가 없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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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동학농민혁명 세계화 종합계획 세워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걸어온 길은 당시 사건 만큼이나 험난했다. `동학란`에서 현재의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100년이 필요했던 역사가 이를 대변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혁명 참가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혁명을 기리는 기념일도 제정됐다. 선조들의 항쟁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당당히 자리매김 되면서 이제 혁명의 세계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민중항쟁사에서 수십만명의 민초들이 참여해 1년 가깝게 지속적으로 투쟁한 역사만으로 동학농민혁명은 특별하다. 민중들이 내걸었던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와 그 안에 담긴 화해와 상생 정신, 집강소를 통한 주민자치 실현 등 내용적으로도 그 위대성을 학계에서 평가한다. 여기에 동학농민혁명과 맞물려 청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동아시아 역사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에 갇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세계로 열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는 세계사적 보편성 획득을 위한 연구의 진전과 세계 속에 알리는 작업들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이런 활동과 노력들이 근래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혁명 2주갑을 맞아 한중일 석학 초청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정읍시는 국가기념일 제정 1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전주시가 엊그제 동학농민혁명과 세계 근대혁명의 만남 주제로 제1회 세계혁명예술 전주국제포럼을 개최한 것도 혁명의 세계화에 방점을 둔 행사였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위대성을 외치는 1회성 행사만으로는 혁명의 세계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분야에서 나아가 문화예술로의 승화,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등재 등 사업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국제학술대회만 하더라도 개별 기관이나 단체의 낯내기식이 아닌, 협력체계를 갖출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혁명의 세계화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국가기념일 제정 등으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대중화 측면에선 여전히 미흡하다. 혁명의 세계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의제가 아닌 만큼 관련 기관과 단체가 힘을 모아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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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못다 쓴 헌혈증서와 생명나눔

일러스트=정윤성 A형, B형, O형과 같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 박사다. 빈대학교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혈청학을 연구하던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혈액이 혼합되는 과정에서 피가 엉겨 붙는 응집현상의 3가지 패턴을 발견해 A그룹, B그룹, C그룹으로 구분했고 이것이 ABO식 혈액형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1901년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고대 시대에는 아픈 사람에게 거머리를 이용해 피를 뽑아 치료하는 사혈(瀉血) 요법이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혈 치료 과정에서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에서는 17세기때 부터 수혈이 치료법으로 등장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치료법이었고 영국에서 소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이 숨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수혈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ABO식 혈액형 발견으로 이전까지 거의 포기 상태였던 치료 목적의 수혈이 다시 시작됐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노벨상 위원회가 ABO식 혈액형 발견이후 30년이 지나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업적을 인정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 이유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로즈 조지(Rose George)는 지난 2018년 발간한 책 5리터의 피(Nine Pints)에서 사혈의 시대는 갔고 수혈의 시대가 왔다며 혈액을 둘러싼 문화와 의료 산업을 조명했다. 사람 몸에 들어있는 혈액량은 체중의 6~8%(약 1/13) 정도로 성인의 경우 약 5ℓ 안팎의 피가 흐른다고 한다. 전 세계 176개국의 헌혈센터 1만3282곳에서 해마다 1억1000만명이 헌혈을 하며 3초마다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100회 이상 헌혈자들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100회 이상 헌혈자는 4147명에 이른다. 700회 이상 헌혈을 한 사람이 2명, 600회 이상 헌혈자도 6명이나 있다. 30년 이상 쉼없이 헌혈한 사람들이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려진 전북지역 최다 헌혈자는 유진성 씨(46)로 헌혈 횟수가 568회에 이른다. 하근수(457회), 김윤홍(438회), 황옥 씨(419회) 등 400회 이상 헌혈자 4명을 비롯해 100회 이상 도내 헌혈자가 204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군산에서는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증)으로 13년 동안 투병하다 먼저 떠난 딸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헌혈증서 1000매를 부모가 군산시에 기탁한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고교 친구들과 교사,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헌혈증서라고 한다. 다 쓰여지지 못한 헌혈증서가 다른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헌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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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1.24 19:48

문화강국 KOREA,  세계가 한국을 주목 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세계인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날과 한국주간을 맞아 특별행사가 열렸다. 16일 열린 한국의 날은 세계엑스포 참가국별로 열리는 국가의 날 공식 행사로서 두바이 엑스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알 와슬 프라자(Al Wasi Plaza)에서 개최됐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표로 문승욱 산업부장관, 정의용 외교부장관, 유정렬 코트라사장 등 우리 측 인사 50명과 2020 두바이 엑스포 정부대표인 나흐얀 UAE 관용공존부 장관 등 두바이 측 인사 50명이 참석했다. 문화공연에는 리틀엔젤스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 UAE 현지 인기그룹인 한국 아이돌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출연해 전통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눈길을 모았다. 문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과 사막의 기적을 실현한 UAE는 번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한국의 혁신기술과 문화가 힘이 되길 바라며, UAE와 함께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함께 회복하며 함께 도약 할 것을 역설했다. 나흐얀 UAE 관용공존부 장관(두바이 엑스포 총괄책임) 또한 연설을 통해 우리 꿈에는 한계가 없다,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면서 마음의 연결, 미래창조라는 엑스포 주제로 세계를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관은 2020 엑스포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신기술을 보여주고 있고 4차 산업 혁명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며 두바이 엑스포를 넘어 한국과 특별한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켜 상생과 번영을 도모하고자한다고 했다. 우리정부는 두바이 엑스포 내 한국관 건립을 위해 총 471억 예산을 투입해 192개 참가국 중 5번째 큰 규모를 자랑한다. 두바이 엑스포 한국의 날 부대행사로 마련된 K-Pop 콘서트는 두바이 엑스포장 내 가장 큰 야외공연장인 쥬빌리 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관 홍보대사인 가수 스트레이 키즈를 비롯해 싸이, 선미, 여자아이들, 골든차일드, 포레스텔라 등 6팀이 출연해 6천여 명의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현지 대학마다 한류클럽소속 학생들은 한글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관객들은 모두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번 2020 두바이 엑스포에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도 한국의 날과 한국주간에 맞추어 참석했다. 새만금 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은 192개국이 참가한 두바이엑스포를 방문해 각 국가관을 둘러보며 최첨단 기술과 세계문화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엑스포에서의 다양한 컨텐츠를 체험하며, 새만금 문화엑스포 추진계획과 새로운 문화 컨텐츠 개발을 구상하였다. 또 하나의 기적! 새만금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필자는 두바이엑스포를 보며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문화의 힘이다! 예전에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만 했지만, 이제는 안으로의 세계화가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2023년 새만금세계잼버리 대회 등 대규모 국제 행사나 전시회를 메타버스 이벤트로 개최할 방침이다.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눈을 크게. 더 멀리, 시선을 높이 두어야 한다. 한국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컨텐츠 개발로 더욱 찬란한 문화강국을 이루어야 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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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새만금 개발지침 개정, 사업 효율성 기대한다

새만금 사업 구역의 개발계획 수립 방향을 담은 새만금 사업지역 개발 지침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새만금 2단계사업(2021~2030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개발지침은 새만금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7년 12월 고시된 후 이번에 처음 개정됐다. 새만금개발청은 개발 지침을 개정해 새만금개발 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변화된 여건에 따라 구체화했고, 민관 개발사업에 대한 주요 기준을 담았다. 특히 새만금 기본계획 재정비 기한을 5년 단위로 설정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개발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기본계획 수립 때 경관계획을 반영하고, 광역개발시설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등이 먼저 투자하고 사업지구별 개발 사업자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했다. 지난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새만금 사업의 방향과 비전은 그간 수차례 변경됐다.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개발사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지고, 사회경제적 여건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만금사업의 최상위 계획인 새만금 기본계획도 수차례 변경됐다. 사실 그동안 지역에서도 새만금 개발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않게 나왔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대역사를 통해 조성된 새만금이 담당해야 할 시대적 역할과 지역사회의 기대에 변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현 정부는 새만금 개발전략을 그린성장을 실현할 글로벌 신산업의 중심지로 정했다. 물론 기본계획을 너무 자주 바꾸게 되면 자칫 사업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해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사업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수십년 전에 수립한 비전과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능한 사업 비전과 주요 전략을 유지하면서 세부 계획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5년 마다 재정비한다면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공공주도 선도사업인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중심으로 새만금 2단계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에 개정시행된 새만금 개발지침이 국내외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새만금의 비전 달성에 한발 더 다가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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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보이지 않는 손

일러스트=정윤성 요즘 지방선거가 대선에 가려있지만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열기 만큼은 대단하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묶여 있지만 최근 6명까지로 모임이 확대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 17일까지 민주당 복당신청이 마감되면서 경쟁자들로 표밭이 뜨겁게 달궈진다. 오는 4월에 치러질 민주당 지방선거 경선대진표가 거의 완성되어 간다. 대선 후에 치러질 민주당 단체장후보 경선이 임실 무주 고창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 없어 경쟁이 불꽃처럼 치열하게 타오른다. 전북은 민주당 정서가 워낙 강해 당원이나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함께 간다. 당원과 일반 시민 50대 50으로 경선을 치르지만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지역에서 서로 체면 관계로 입당원서를 써줬기 때문에 막상 경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일부 캠프에서는 표 이탈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 연줄망을 총동원해서 실탄을 써가며 표관리에 절치부심한다. 일주일후 설민심이 대선이나 지선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그 때 형성된 여론이 제대로 된 여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캠프별로 지지율 상승에 안달이다. 민주당 지사후보경선에 안호영 김윤덕 재선국회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중에서는 너무 약체라는 평가가 나와 단일화가 안될 경우는 맥빠진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두 의원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너무 약해 다음번 공천 받기도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면서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3선도전장을 낸 송하진 지사는 이재명 대선 승리와 도정에만 골몰할 뿐 경선에는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선거 참모들로 어공이 된 별정직들이 그대로 도청에서 일하고 있어 경선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중에서는 송지사 3선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대체할만한 강력한 대항마가 없어 경선이 찻잔속의 미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반면 공석이 된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자리는 피 튀기는 경쟁이 이뤄진다. 이들 선거판에 복당파가 가세해 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중에는 연일 그럴싸하게 포장된 시나리오가 난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 보다는 실탄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선거 결과를 객관화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의 정치력으로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무튼 지선경선판에 선거기술자들이 불나비 마냥 속속 모여 들어 민심이 왜곡될 소지도 다분하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 때부터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계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캠프마다 후보만 누가 진정한 실력자인지를 알뿐 조직체계상 가려지고 숨겨진 부분이 있다. 선거는 보이지 않는 소수가 쥐락펴락 한다. 그들은 실탄을 마련해서 보이지 않게 총알을 나눠주며 쓴다.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임기내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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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1.23 18:52

전북지역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은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여성들에게 많이 인색한 분야였다. 과거 중년 남성 엘리트 중심으로 유지돼 온 정치구조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성평등젠더 등의 구호와 함께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 여성의 정치참여 통로가 넓어졌다. 단단한 유리천장이 깨지면서 여성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비율이 높아지고, 부단체장을 포함해 여성 고위공직자도 늘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보면 여전히 성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이후 지금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통틀어 여성 단체장 도전자는 있었지만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여성계에서 성평등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공천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가산점과 공천 할당을 약속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요 정당의 공천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면서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성별 불균형이 더 심각하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 이후 광역은 물론 기초에서도 단 한 명의 여성 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게다가 오는 6월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 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인사 중 지금까지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변화에 따라 전북지역에서도 지방의회와 공직사회 고위직에 여성들의 진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유리천장이 유독 높다. 급격한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보수성향이 강한 편에 속하는 전북정치권의 변화와 여성인재 발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전북에서 여성단체장 배출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정당에서 여성을 전략공천하거나 공천심사에서 파격적인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도 근본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여성 정치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브랜드를 강화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또 지역 여성단체에서도 능력있는 여성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해 지방자치단체장 예비 후보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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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1.23 18:52

새만금 지역업체 우대 물품, 용역으로 확대해라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 건설시장이 좁은 전북지역에서 전북 건설업체들이 그나마 연명하는 곳이 공공 건설시장이다. 그 중 새만금사업은 전북 업체에게 특수 시장이다. 그러나 새만금사업도 방조제 축조공사부터 오랫동안 외지 대형업체들이 독차지했다. 다행이 근래 지역 업체 우대 기준이 마련되면서 전북 건설업체들의 참여 비율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새만금사업에서 지역 업체 우대는 엄연히 법으로 규정돼 있다. 2013년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때부터 공사ㆍ물품ㆍ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라북도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는 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우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새만금개발청이 그간 우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지역업체 배려를 소홀히 해오다 2017년에서야 전북지역기업 우대기준을 마련했다. 지역기업 우대 기준이 마련된 후 지역기업의 참여율은 우대 기준 제정 전 12.6%에서 기준 개정 후 36%까지 늘어났다. 좀 더 일찍 우대 기준이 마련됐더라면 전북 업체에 더 많은 혜택이 주어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새만금청이 정한 현재 우대 기준도 `공사 부분`에 한정하고 있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사뿐 아니라 물품이나 용역 등의 계약 때도 전북업체를 배려할 수 있으나 새만금개발청에서 정한 지역기업 우대를 공사 부분에 국한시킨 것이다. 물품계약의 경우 새만금위원회 등에서 지역업체 우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용역분야는 아예 관심 밖이다. 실제 지난해 새만금개발청에서 체결한 기술 용역은 총 8건, 66억원 규모로, 외지기업이 7건(63억원)을 도맡았다. 일반 용역 역시 별 차이가 없었다. 용역은 노무나 노력 및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분야로, 대형 사업의 용역에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지역업체로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용역분야에서 지역업체를 더욱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새만금청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기업 우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법에서 정한 지역기업 우대 조항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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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1.23 18:52

꼴찌 전북, 누구의 책임인가

송재복 정의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새해 벽두부터 좋은 이야기가 아닌 싫은 소리를 써야겠다. 꼴찌 전북은 어제 오늘 듣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가 있어서 그와 관련하여 우선 짚고 넘어가야할 사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북 180만 명의 인구는 깨졌다. 매년 약 1만8000~2만 명이 일자리, 교육을 찾아서 전북을 떠났다. 지역의 경제활동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2억 9670만원(2020년 기준)으로 충북, 강원도보다 낮다. 1인당 지역총소득도 2962만 7000원(2020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16위이다. 그래도 전북의 비교대상이 충북, 강원도이었으나 이제는 이들 도보다 뒤쳐진 신세다. 재정 상황으로서 재정자립도도 전북도청이 최저 수준이다. 인구소멸지역 대상에서 14개 시‧군 중 11개 지역이 앞으로 사라질 시‧군이다.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메가시티(mega city)계획에서 광주전남에도 끼지 못하는 그룹에 속한다. 지역의 숙원사업으로서 전주완주의 통합도 이루지 못하고 그 자리만 헛돌고 있다. 꼴찌 전북의 이러한 상황은 현재 더 나아질 가능성도, 비전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꼴찌 전북을 초래한 사람은 누구인가. 일차적인 책임은 선출직들이다. 도지사, 시장군수 및 지역정치인일 것이다. 이들은 8년이란 세월동안 지역을 이끌었으나 결과는 꼴찌 전북의 성적표이다. 이들 선출직들은 지역발전의 적임자이며 주민의 삶의 수준을 높인다는 구호아래 출마했지만 사람은 떠나고 지역은 쪼그라들고 있다. 재직기간에 대기업 하나도 유치하지 못하고, 일자리는 악화되는데 자신은 최고의 지사요, 시장군수이며 정치인이라고 한다. 다른 시도에 비해 총액 비율에서 최하의 예산유치에도 도민에게는 최고의 예산확보로 떠들어 댄다, 중앙무대에서 대통령, 장‧차관을 만났다는 홍보는 많이 하나 결과는 항상 별것이 없다. 선출직은 주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다. 지역발전의 그림을 그리고 적절한 자원배분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삶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책임론의 입장에서 보면 꼴찌 전북을 만들어내는 지도자라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그것이 양심있는 리더의 정치윤리이다. 물론 주민투표로 책임을 묻을 수도 있다. 정치는 혼자하는 연극이 아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시민이 있다. 시민은 장자크 루소(J.J.Rousseau)가 지적하듯 잘못된 통치자를 내려앉히는 고유의 저항권이 있다. 꼴찌 전북을 만든 지역리더를 교체하는 작은 혁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못한 선택은 권한위임자로서 시민의 책임이다. 단체장, 지역정치인들은 재임기간 자신의 성적표와는 관계없이 다시 표를 달라고 출마한다. 시민의 선택은 반복된 실패를 거듭한다. 잘못된 오차를 수정하기보다 과거의 학습된 행위를 반복한다. 비록 민주정치가 오랜 기간을 거듭해도 큰 진전이 없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제약된 선택행위에 있다. 4년의 주기 속에 6월 1일 있을 단체장 선거에서 우리는 누구를 택할 것인가에 고민해야 한다. 반복된 선택실패로 또다시 지역을 피폐시키고 사람을 떠나게 하는 출마자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에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은 엄청난 변화를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농경산업과 새만금에 갇힌 전북을 ICT, 메타버스 등 미래세계로 열어갈 사람, 그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송재복 정의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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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18:52

전북의 대전환 - 역사문화자원에 투자하자

송화섭(중앙대 교수후백제학회장) 그동안 전북도민들은 전북발전에 상실감과 자괴감이 컸다. 도내에는 큰 산업체도 없고, 돈을 만드는 대기업은 폐쇄되고 공기업은 타도로 이전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탄식만 해왔다. 일자리가 없으니 돈이 돌지 않고 지역경제가 어렵고 재정 형편이 열악한 상황이다. 새만금도 30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새만금에만 매달려야 하느냐고 불만이다. 결국 도민들의 볼멘소리는 무능한 정치권으로 향한다. 각 시군별로 농공단지에 중소기업 유치를 힘쓰고 있으나 전북발전에 큰 동력은 되지 못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였다. 전라북도는 낙후되어 있으니 지역발전이 더디다고 한목소리이다. 지역발전의 기준은 무엇인가. 낙후되었으니 희망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지역발전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자. 대기업 유치만이 살길은 아니다, 연기 없는 굴뚝산업이 관광산업이다. 전북의 중심 전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이다. 전라북도는 덜 개발된 덕분에 자연미적인 관광자원이 넘쳐나는 지역이다. 불과 23년 사이에 전라북도 역사문화권 관광자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이 전북 동부 산간지역의 가야문화권이다. 가야사가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로 초대되면서 고고학자와 발굴기관의 헌신적 노력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지난 1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최하고 후백제학회가 주관한 역사문화권 지정을 위한 후백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후백제가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 입법 발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발 앞서 김제, 정읍, 고창 등 서부평야지대의 마한이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추가 지정되었다. 전라북도 역사문화권은 전주가 후백제문화권, 동부산간지역이 가야-후백제문화권, 서부평야지역은 마한-백제문화권, 군산도-변산반도-줄포만의 해양문화권이 산간, 도시, 평야, 해양의 균형 구도를 갖추고 있다. 전라북도 역사문화권이 한국을 넘어서 세계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전북가야고분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된데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장수 삼봉리 가야고분군과 운봉 유곡리 가야고분군은 산의 나무를 벌채만 하였는데, 산덩이만한 가야고분의 실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라볼수록 감동적이다. 미래산업은 디지털미디어와 역사문화자원이 결합한 문화콘텐츠산업이 주도할 것이다. 전북 역사문화자원에 디지털미디어 옷을 입히자. 코로나19 팬데믹 현상도 지구환경의 훼손과 파괴의 결과이다.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더 이상 자연생태를 파헤치지 말자. 앞으로 정책은 자연생태와 문화생태 보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발전은 개발논리를 앞세워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토건주의에 의존해왔다면, 앞으로 지역발전은 자연생태와 문화생태를 살려내는 방향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줄포만 갯벌의 훼손이 불 보듯 뻔한 고창-부안 노을대교 건설보다 그 건설비용으로 줄포만 해양문화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주민소득과 지역경제에 동력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전라북도 역사문화의 관광자원화는 저비용 고효율의 황금알을 낳는 미래산업이다. 역사문화가 콘텐츠라면, 관광은 활용이요, 수익창출이 산업이다. 전북발전의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타 도와 차별화 전략으로 문화콘텐츠산업에 투자하자.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전북정신에 불을 당겨 미래지향적 전북발전에 상승 기운을 타자. /송화섭(중앙대 교수후백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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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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