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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고마운지구 그 거대한 정수기

한줄기의 봄비가! 엊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산불 걱정과 뿌연 하늘을 말끔히 씻어 내렸다. 산야의 모든 것들에게 본래의 색상과 생동감을 되찾아 주어, 우리 모두가 그 가운데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 지구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있고, 지구 시스템은 태양의 힘을 빌어 끊임없이 그 물을 정수하고 있다. 즉, 수표면에서 증발된 물 즉 증류수가 구름이 되어 떠돌다가 비가 되어 내리고, 모든 생명들에게 신선함을 나눠준 후, 다시 바다에서 만나게 되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육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극히 적은 양의 물로 인하여 인류의 희비가 엇갈리곤 하는 것이다.

 

지구 표면에는 약 13억 5천만 세제곱 킬로미터 부피의 물이 있는데, 이는 한반도를 7천여 킬로미터의 물기둥으로 덮을 수 있는 수량이 된다. 이 중 97% 이상이 소금기 많은 대양의 물이고, 빙산 빙하 등이 2% 넘어, 나머지 1%에 크게 못 미치는 양의 물이 육지와 구름 속에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육지와 구름 속의 물 가운데 지하수가 80%를 차지하여, 우리 눈에 보이는 내륙의 호수, 강수, 내해수 등을 모두 합산하더라도 이는 지구상 물 총량의 1/6000에 불과하다.

 

지구 표면적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양은 증발되는 물의 대부분을 제공한다. 대양은 또한 증발되기 전의 대양 표층수를 지극히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또 하나의 정수 작용을 담당하고 있어 실로 중요한 물 환경이다. 대양의 평균 수심은 4천여 미터로서 표층 1/4을 제외한 나머지는 섭씨 영도의 찬물 덩이여서, 뚜렷하고 항구적인 두 개의 물 층으로 되어 있다. 이는 상층에서 하층으로 가라앉은 물질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도록 꾸며진, 기가 막힌 표층 정수 시스템인 셈이다. 수천 년간 그렇게 맑아진 대양 표층수가 증발하여, 소금기 없는 증류수만이 구름으로 변하는 것이다.

 

비와 눈이 내려 유지되는 지표수를 또다시 정화하는 것은 지표수 4배 규모의 지하수 체계를 통한 지하 정수 시스템이다. 그 물이 좋다하여 샘물로 또는 약수로 즐겨온 우리가 아닌가? 물론 호수와 강수와 같은 지표수에도 다양한 천연 정수시스템이 있다. 이를 호소와 하천의 자정능력이라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수중 식물과 분해 세균 등이 저절로 작용하여 지표수가 깨끗해지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양, 구름, 지하수, 지표수의 자정능력, 이들 하나하나는 놀랍고도 거대한 정수기인 지구를 돋보이게 한다. 참 고마운 지구이다.

 

한반도는 물에 관한 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타고났다. 우선 연 평균 강수량이 1.3미터나 된다. 이 풍부한 수량이 지표수와 지하수를 반복적으로 교체해 준다. 특히 계절적인 집중 강수는 지표의 많은 노폐물들을 연례적으로 씻어 내려 준다. 주변 바다는 어떠한가? 동해는 대양의 특성을 띠는 가까운 바다로 우리 곁에 있어, 상층의 깨끗한 해수나 저층의 부영양 해수를 언제든지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국토의 2배나 되는 서해는 생물생산력이 매우 높은 대륙붕 역인데, 게다가 간만에 따른 조차가 커서 연안역을 신선한 생물 고밀도 해역으로 유지하기에 유리한 여건이다.

 

이토록 놀라운 혜택을 베풀어 주는 우리의 천연환경을 돌아보며,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고마운 지구 정수시스템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또 이를 어떻게 대해 왔던가?

 

이 지구 혹은 우리의 한반도가 충분히 광대하여, 아직 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물에 대한 다툼의 세기가 되리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가?

 

지구의 거대한 정수시스템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아는 바가 매우 적다.

 

인류는 그 동안 지구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라, 오히려 그 운영자인 것처럼 지내왔다.

 

깨끗한 물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10년 후에 시작하는 것보다 1백배는 유리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 한다면, 금세기는 "물에 대한 다툼의 세기"로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비가 갠 봄 하늘을 바라보며, 떨칠 수 없는 생각을 하나 더 적어 두고 이 글을 맺는다.

 

한반도에서 판매되는 식수 한 병 값이 현재의 1백배 되는 날이 온다면 우리 후손들은 어찌하나? 만약 우리 물이 세계 생수 시장에서 최고품으로 호평을 받는 시대가 온다면 그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원호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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