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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추억속의 寒碧堂

한벽당(寒碧堂:樓)은 전주시 교동1가 산 7-3 승암산 기슭의 발산(鉢山) 머리 절벽을 깎아 세운 누각이다. 조선조 개국공신이자 이름난 유학자인 월당(月塘) 최담(崔湛)공이 서기 1400년에 세웠으며 빼어난 주변 경관으로 전주팔경(全州八景)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벽청연(寒碧晴煙)은 한벽당 아래 깎아 지른 바위 벼랑에 전주천 맑은 물이 부딪치면서 마치 안개처럼 뿌연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관을 표현한 것이다. ‘한벽당/그 맑고 푸른 물/피리·모래무치 노닐고/개구쟁이 물장구로 낭만이 영글던 냇가…’ 어느 시인이 읊은대로 한벽당은 전주 사람들에겐 사시사철 가장 친숙하고 아련한 추억들이 묻어나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50대 후반에 들어섰거나 그 이전 세대들은 한벽당 아래 한 길이 넘는 물속에서 멱감고 놀던 초·중학교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전주천 제방을 따라 봄철 눈발처럼 휘날리던 벚꽃하며 한벽루 아래 냇가에서 갓잡아 올린 피리·모래무치 ‘오모가리탕’의 별미 또한 잊지 못한다. 지금도 이 일대에서 매운탕 집들이 성업중이지만 그 시절에 비하면 맛이나 풍류는 영 아니다.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전주천 상류에 물막이 보(洑)가 시설되면서 유수량이 크게 줄고 한벽당 앞을 가로질러 교량까지 놓이면서 지금 이 일대의 풍경은 옛 모습을 잃은지 오래다. 덩그렇게 홀로 남은 누각의 초라함이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엊그제 서울을 방문한 도내출신 북측 이산가족들이 고향에 갈 경우 찾아보고 싶은 곳으로 이 한벽당을 첫번째로 꼽았다 한다. 그럴 것이다. 대부분 이순을 훨씬 넘긴 그들에게 반백년동안 추억의 갈피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어릴적 고향의 모습으로 이 보다 더 한 명소가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전주시가 퇴색해가는 한벽루의 정취를 되살리기 위해 이곳을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단장할 계획이라 한다. 시민들에게 마땅한 쉼터를 되돌려 주는 계기외에 ‘이산의 아픔’도 보상하는 그런 의미있는 복원사업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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