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혹은 '리스크관리' 등의 리스크 관련 기사들이 IMF관리체제 이후부터 최근까지 국내 경제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필자가 리스크관리업무를 맡다보니 주위에서 리스크관리 업무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리스크'란 '위험' 또는 '예상외 손실'이란 의미인데, 이 리스크를 구체적 금액으로 측정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리스크관리라고 한다. 리스크는 신용리스크, 금리리스크, 유동성리스크 등 그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 중에 BIS자기자본비율과 연관이 깊은 리스크가 신용리스크이며 주로 대출과 관련하여 발생한다. 은행은 어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고 대출을 하지만 실제 손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커질 수가 있다. 갑작스럽게 경제위기나 불황이 닥치면 손실이 예상했던 규모보다 커지는데 이러한 예상외 손실을 평소에 측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은행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는 일이 신용리스크관리이다.
예상외 손실은 대출고객에게 금리로 직접 부담시키지는 않고 은행이 보유한 자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예상외 손실규모에 비하여 은행이 보유한 자기자본 규모가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리스크측정지표 중 하나가 BIS자기자본비율이다. 예금보장한도 축소계획이 발표된 뒤부터 BIS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제는 시골 할머니도 은행에 예금하면서 '당신네 은행의 BIS가 얼마요?'하고 물을 정도이다.
이렇게 리스크와 BIS비율이라는 단어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요즈음 은행 고객들이 BIS비율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사실 중 하나는 BIS비율이 높으면 해당 은행의 리스크관리능력도 높은가하는 점이다. 단적으로 대답한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이다. 왜냐하면 리스크관리능력이 높으면 평소 부실이 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를 적절한 수준 이내로 잘 관리하여 당연히 BIS비율도 높겠지만 BIS비율은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중 개인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해 온 시중은행은 보유한 리스크관리능력에 비하여 BIS비율이 높은데 이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BIS비율 산출과정에서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리스크관리능력이 낮아 기업대출부문에서 큰 부실이 발생한 후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 자기자본이 많아진 시중은행들이 있다. 이 경우 일단 BIS비율이 올라가 건실한 은행으로 보이겠지만 문제는 공적자금을 받은 후 신인도 제고를 위해 해외 유명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비싼 값에 도입해도 리스크관리능력은 쉽게 향상되지 않는데 있다. '신토불이'란 말이 있듯이 외국의 선진 시스템이 국내 금융상황과 맞지 않는 점이 발견되고 있고, 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내부 역량과 데이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스크관리능력이 조속히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BIS비율이 회복되더라도 이는 일시적으로만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게 된다.
결론적으로, 은행이 리스크관리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원한다면 BIS비율 산출에서 유리한 특정대출만 늘리려하거나 화려한 시스템 구축에 앞서기 보다 최고경영층이 리스크관리 향상을 경영의 중요 목표로 삼고 이를 꾸준히 추진해 가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의지 없이 그 외의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아 리스크관리 수준을 높이려 시도하거나 BIS비율 자체만을 높이려는 노력은 해당 은행의 이익만 떨어뜨리고 고객을 착각시킬 뿐이다. 따라서 고객 측에서는 은행의 건실도를 알기 위해서 BIS비율 뿐 만이 아니라 경영진의 리스크관리능력 향상을 위한 확고한 의지도 함께 점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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