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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글 맞춤법 시험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중 하나인 ‘한글’을 언문(諺文)으로 하대했다간 큰일난다. 일간신문 잡지등 출판물이 거의 한글전용으로 바뀌고 관공서의 공문, 일반 기업체의 기획안·결재서류등도 한글화 한지 오래다. 지금 젊은 세대에겐 아무리 한문(漢文)이 뜻 글이고 꼭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어렵다 해도 단지‘배우기 힘들고 귀찮은 존재’일뿐 ‘가깝게 하기엔 너무 먼 글자’가 바로 한자이다.

 

그러나 지금도 한자가 가장 대접받는 분야는 있다. 학문적 연구나 수치(數値)의 개념이 아니라 바로 법률용어에서다. 민사소송법을 보면 ‘受命法官(수명법관)’이니‘受託判事(수탁판사)’니 ‘訊問(신문)’ 또는 ‘審問(심문)’이니 하는 용어에다 ‘關係法院(관계법원)에 共通(공통)되는 直近(직근) 上級法院(상급법원)’같은 문장도 나온다. 한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대강의 뜻은 알겠지만 ‘直近’이란 말은 영 아니다. 우리 말에는 ‘곧은 뿌리’라는 의미의 ‘直根’은 있어도 ‘直近’이란 말은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 어디에도 없다. 일본 법률을 배워 오다 보니까 그렇게 됐겠지만 ‘가장 가까운’ ‘바로 연결되는’이라는 뜻으로 보이는 이 용어는 순전히 조어(造語)가 아닌가 싶다.

 

법률과 직접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용어를 쉽게 바꿔써야 한다는 욕구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진즉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대법원이 이처럼 딱딱하고 이해하기 힘든 법전중 특히 민사소송법을 한글 문장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지만 과문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그것이 실현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한글날을 맞아 검사들을 포함하여 4백여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한글 맞춤법 받아쓰기 시험을 실시하여 화제다. 띄어쓰기, 철자법, 표준어 가리기등 총 50문항이 출제된 이번 시험은 채점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것이 한글이다. 알쏭달쏭한 문항때문에 시험이 어려웠다는 직원들의 호소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새삼 우리 글을 배우고 익히는 계기를 마련한 법무부의 신선한 발상은 박수를 받을만 하다. 한자 좋아하는(?) 법원쪽은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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