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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왜곡되는 ‘東學’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동학’을 ‘팔고’ 다니고 있어 뜻 있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퍼졌던 반봉건 반외세의 거족적 민중항쟁이 특정지역의 전유물인냥 왜곡하는 사람들이 그 하나라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기를 쓰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그 둘이라 하겠다.


 

자신의 생존전략을 이것과 연계시키려 하는 정치인들의 불순한 의도는 어제오늘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자신이 주도한 불법 군사쿠데타가 동학농민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며 드높은 기념탑을 세운 독재자가 그 원조 격에 해당한다면, 전봉준장군이 자신과 같은 성씨라며 드넓은 기념관을 지은 또 다른 군사독재자의 행태는 역사적 회화화의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불순한 의도’ 덕분에 일제에 의해 자행된 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 축소를 그나마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는 모르쇠한 채 수백억원이나 하는 국가예산을 구체적인 운영계획 하나 없이 대규모 기념관 건립에 쏟아 부으려 하는 현역 자치단체장이나, 오랫동안 기념사업을 해온 전국의 기념사업단체들의 명칭을 농민혁명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여 회수하려 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저의는 아무리 되뇌어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농민혁명을 어느 작은 지역에서 일어난 민란정도로 축소 조작하려 했던 일제의 역사 왜곡을 이 대명천지에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특별법 제정의 일차적 목적이 농민군들의 명예회복과 역사적 복권일텐데 이를 위해 헌신해온 십 수개에 달하는 전국의 기념사업단체들의 활동을 하필 그 법을 통해 막으려 하다니 말이나 되는 일인가?


 

정신계승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용만 하려 할 때에는 낭패를 당할 뿐 아니라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요즘 매관매직으로 수모를 당하고 있는 단체장 역시 역사왜곡은 나 몰라라한 채 기념관 유치에만 열을 올렸던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이런 차원에서도 의미심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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