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항로에 대해서도 자로 잰듯 정확하다. 지구의 자장(磁場)으로 방향을 측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태풍이나 폭풍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비행할 수 있다.
어쩌다 방향을 잃고 낯선 해안가나 내륙에까지 날아드는것은 바로 지진이나 태풍등 자연계의 이상징후를 미리 알고 피하는 수단으로 보면 된다. 선두의 대장이 인도하는데로 정확히 대오(隊伍)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편대를 보면 새들의 행동학이 얼마나 오묘한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 철새들이 해마다 잊지않고 찾아드는 곳이 바로 철새도래지이다. 강하구나 저수지등 철새들이 머무는 도래지는 먹이사슬이나 번식환경이 넉넉하여 수십만마리의 각종 철새들이 군락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낙동강하류나 주남저수지, 경포호수, 우포늪등이 대표적이다. 서해안 쪽으로 김포매립지와 대호방조제, 천수만, 서산간척지, 금강하구둑 등지도 빼놓을수 없다. 어느곳이 한철을 나기 좋은지를 철새들은 정확히 알고있고 그곳이 오염됐다 싶으면 다시 찾지 않는것도 당연하다.
동양 제일의 철새도래지로 손꼽혀온 낙동강 하류가 갈대밭 훼손으로 외면받는 대신 90년 완공된 금강하구둑에 철새들이 대량 서식하는것도 환경변화에 민감한 철새들의 생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인 부안군 계화면 일대에서 기러기떼가 보리밭을 습격해 농사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농민들에 따르면 수만마리의 기러기들이 보리밭을 습격(?)하여 보리 새싹과 뿌리를 쪼아먹어 피해면적만 1백㏊가 넘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역이 철새도래지로 지정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환경보호의 참 뜻일진대 이제는‘철새들의 엉뚱한 공격’에 속앓이 하는 농민들의 하소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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