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群雄)이 할거(割據)하던 춘추전국시대, 유방(劉邦)을 도와 폭군 진시황제(秦始皇帝)를 치고 한(漢)나라를 세운 개국공신 장량(張良)은 공신들에게 내리는 왕작(王爵)벼슬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방원각(方圓閣)이라는 정자를 짓고 청빈한 생활을 즐겼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두 아들이 다른 공신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보잘것없이 살아야 하느냐며 불평을 했다.
장량이 두 아들에게 말했다.“포악무도한 진시황이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려 현명하고 의로운 한패공(유방)을 도와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초·한(楚漢) 승부가 끝나고 백성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대장부 세상에 태어나서 만민(萬民)을 도탄에서 구해냈으면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니냐? 그이상 욕심을 가지면 몸을 망치느니라.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꽃은 구월에 핀다. 이것이 다 제 스스로 때를 알기 때문이다.”
욕심이란 끝이 없다고 했던가. 다른 공신들은 권좌를 탐하다 결국 한패공에게 죽임을 당했다. 천하를 도모하자마자 청빈낙도의 길을 택한 장량이야말로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현명한 인물이었다.
최근 단행된 민주당 중간 당직자 인선에서 한 때 잘나가던 동교동계 구파 세력이 된서리를 맞았다.
권노갑(權魯甲)전최고위원의 구속과 김옥두(金玉斗)의원이 최고위원 낙선, 한광옥(韓光玉)전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4위에 이어 중간 당직 인선에서까지 철저히 배제됨으로써 동교동계 구파는 이제 공중분해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동교동계의 퇴진은 역사적 흐름이라며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은“우리를 잡초 쯤으로 여기고 제초제를 뿌린듯한 느낌”이라며 극심한 소외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하나 어찌 할 것인가. 세상사 모두 흥망성쇠의 궤도를 벗어날 수가 없고 올랐으면 내려와야 하는 것을…. 등산을 할 때도 오르기 보다 하산하기가 더 어렵다. 구차한 욕심 다 버리고‘국민의 정부’가 역사앞에 덜 부끄럽도록 뒷 마무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직도 권력의 단맛에 빠져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는 탐욕스런 정치인들은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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