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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빨리병 치료사

 

얼마 전 서점가에 '느리게 사는 법'이라는 책이 세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얼마나 급하게 살았으면 이제는 천천히 살라는 책에 관심이 쏠렸을까를 생각해본다. 화급을 다투는 일이든지 아니든지 숨돌릴 틈도 없이 재촉하며 조급증을 내는 우리민족에게 세계인들은 빨리빨리병 환자라는 닉네임을 하나 더 주었다.

 

"빨리”와 상반되는 "천천히”를 생각하면 중국의 "만만디”가 연상된다. "게으르고 느려서 따라올 수 없다”고 치부했던 중국이 빨리빨리하며 도망친 우리들의 뒷춤을 잡고 있다.

 

급하게 행한다 해서 안 될 일이 되어진다거나 천천히 행한다 해서 될 일이 안 되어지지는 않는다.

 

서두르는 사람들을 보면 광주로 출근하던 시절의 한 사고가 생각난다. 그 날도 새벽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규정속도로 달리는 우리 차 뒤로 차 한대가 바짝 달라 붙었다. 추월을 하려는지 비상등을 깜박거리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렇게 급할까? 사고나면 어떡하려고, 급하면 조금 일찍 나서지”하고 걱정을 했는데 10여분이나 지났을까? 잘 달리던 차의 속도가 떨어지더니 결국 밀리기 시작했다.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 때문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조금 전에 우리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며 추월하던 그 차량이었다. 중앙분리대를 받고 충격으로 차량이 전복되었는데 뒤에 달리던 차가 연속으로 들이받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었다. 파손된 정도로 보아서는 운전자가 사망했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 같았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규정속도를 지켰으면 험한 사고는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안타까웠다.

 

원불교 정법회상의 2대 교주이신 정산종사님께서는 조급증을 가지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루 품삯은 곧 나오나 일년농사는 가을에나 수확을 거두듯이 큰 이익은 늦게 얻어지고 큰 공부는 오래 걸리나니라. 복을 조금 지어놓고 곧 안 돌아온다고 하여 조급증을 내지 말고 계속하여 더 지으며 죄를 지어놓고 곧 안 돌아온다고 안심하지 말고 곧 참회개과 하라. 돌아올 것은 다 돌아오나니 꾸준히 방심하지 말고 공을 쌓으라”(무본편 43장)고.

 

앞 만보고 열심히 달려온 우리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있는지 뒤나 옆도 살펴가며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살 때도 되었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즉시에 해결하고 처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빨리병 치료사가 되는 마음으로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는 내생의 삶도 준비하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것도 또한 중요한 일이다.

 

/원불교 동전주교당 교도 유윤섭(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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