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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부동산 중개

 

펑퍼짐한 삼베옷에 허름한 중절모, 듬성듬성한 콧수염을 타고 연신 담배연기는 뿜어져 나오고, 긴의자 마주보고 걸터앉아 '장이야 궁이야'를 불러대며 상대를 다그치는 할아버지, 50∼60년대 골목어귀에서 자주 마주치던 복덕방 영감의 모습이다. 부동산 투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그 시절, 고작해야 학생들 하숙방이나 구해주고 용던 몇푼 벌어쓰던 그 시절에는 복덕방이 부동산 중개업소라기 보다는 동네 사랑방에 가까웠다. 당연히 무슨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특별히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복덕방은 1961년에야 제정된 '소개영업법'에 의해 1982년까지 신고제로 운영됐었다.

 

그러나 토지나 건물이 재산증식을 위한 호재로 이용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엉성한 계약 때문에 분쟁이 자주 일어났고, 심지어 복덕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쯤해서 정부는 부동산 중개가 일반 시민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예상외로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1983년도에 '부동산중개업법'을 제정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1984년 4월부터는 '허가제 중개업'이 시행되고, 이듬해인 1985년에는 중개업자에게 법적 자격을 주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실시, 지금까지 매년 시행해오고 있다.

 

이제 부동산 중개업소는 옛날의 복덕방처럼 더이상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거래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기업과 같이 이윤을 내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부동산 투자 자문사, 즉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말이 중개업소지 웬만한 기업 뺨치는 수준이다. 대학에서 부동산경영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이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국토이용계획이나 도시기본계획과 같은 전문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고객들에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복덕방이 부동산 투자 자문사로 발전하기 까지 실로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한데 엊그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터져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위조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최하 1백만원에서 최고 2천만원 까지 거래가 된 것이다. 게다가 더욱 황당한 것은 가짜 자격증으로 중개업소 까지 개설을 했다. 지금이 무슨 복덕방 시대라고... 봉이 김선달이가 혀를 내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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