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오정숙의 소리는 청중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타고난 맑은 음색에 단련된 소리 공력이 조화된 그의 소리는 고희를 맞은 지금도 여전히 청청하다. 매력은 또 있다. 빼어난 너름새다. 판소리의 극적 요소를 강화시키는 오정숙의 너름새는 연극적 효과를 한껏 자아내면서 판소리에 낯선 오늘의 젊은 세대들조차 종국에는 적극적인 청중으로 끌어들이고 만다.
너름새와 극적 효과가 빼어난 이 소리의 뿌리는 동초제다. 동초 김연수(1907-1974)에 의해 만들어져 오늘에 이어진 동초제는 현대인의 감성에 딱 맞아 떨어지는 소리다. 이른바 현대판소리 랄 수 있다. 창극발전을 주도했던 김연수가 과거의 소리를 섭렵하고 그것들의 장점만을 취해 새롭게 만들어낸 동초제 소리는 그래서 현대판소리를 새롭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초제 소리를 잇는 원로와 중진명창들이 연창으로 한바탕을 완성한다.
오정숙과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명창. 국립극장이 완창판소리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8월의 야외 심야 판소리 공연(하늘극장)에 동초제 명인들이 초대됐다. 8월 15일 전야인 14일밤 9시부터 15일 새벽녘까지 열리는 독특한 형식의 무대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국립극장 완창무대를 가졌거나 계획되어 있는 터이지만 한 무대에서 주고 받는 연창으로 동초제 소리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일은 명창들에게 특별한 감회다.
1940년대부터 60년대, 명창 임방울과 함께 판소리를 주도했던 동초 김연수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사설을 정립하고, 창극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 일제시대 중동중학교를 졸업한 지식인으로 일생을 판소리와 창극에 바쳤던 그는 스물 아홉살 늦은 나이에 유성준 송만갑 정정렬 같은 당대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다섯바탕을 배웠으며 다양한 유파의 좋은 대목을 모으고 장단과 가락을 다시 짜 동초제 소리를 탄생시켰다.
"선생님의 소리는 다른 소리가 미치지 못하는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사설이 정확하지요. 장단은 엇부치는 대목이 많아 까다롭지만 동편제나 서편제 어느쪽으로도 가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청중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소리예요."
김연수의 소리를 그대로 물려받아 동편제 소리의 벌쭉한 계보를 형성해놓은 오정숙명창은 공연까지는 4개월이나 남았지만 "무대의 의미가 남달라서 마음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초대된 명창들은 2대, 혹은 3대로 소리를 대물림해온 스승과 제자 사이다. 김연수의 제자는 오정숙이고, 그의 제자는 이일주다. 조소녀와 민소완은 이일주로부터 동초제소리를 시작해, 후에는 오정숙으로부터 직접 소리를 물려받았다. 그 뒤를 잇는 젊은 소리꾼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활동 못지 않게 특별한 열정으로 후진을 양성해온 이들 덕분에 동초제 소리는 어떤 소리보다도 탄탄한 맥을 형성했다.
특히 전북의 소리는 동초제 소리가 장악했을 정도로 그 위세가 당당하다.
군산대 최동현교수는 동초제 소리의 특징으로 그것이 지닌 극적 요소를 든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고, 사설도 배역별로 분담되어 있는데다 정확하고 다양한 너름새는 현대 청중들을 끌어들이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최교수는 특히 오정숙명창은 소리와 너름새 모두 김연수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그의 무대를 연구하면 우리 창극의 여러동작이나 연기 방식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한다.
동초제는 보성소리와 함께 현대판소리를 주도할 소리로 꼽힌다. 최교수는 그이유를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만들어져 청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미덕 덕분”이라고 했다. 8.15 전야, 동초제 명창들이 밤을 새워 펼쳐낼 동초제 소리잔치는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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