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참 좋아해요. 술을 끊으라는 안식구에게 미안하지만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그래도 시를 쓸 때면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아요. 시는 맑은 정신으로 써야지요.”
2∼3년 전부터 말초신경염이라는 불치병을 앓고있는 시인은 발바닥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음이 부자유스럽다. 나이가 들어서 혹은 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시는 건강하다.
이흥규 시인(66)이 두번째 시집 '오두막 詩篇'을 펴냈다. '나는 애벌레로 늙어간다'는 책머리의 글은 쓸쓸함과 허무함이 짙게 배여있지만, "문학을 한다는 생각보다 인생을 젊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그의 시는 청년처럼 젊다.
"특히 요즘 시절은 비판적 시각을 안가질 수 없죠. 시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른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드러운 서정성을 발휘하면서도 때로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는 것은 "무난하면서도 언제는 독특한” 시인의 성격 때문. 미국과 이라크 전쟁, 나아가 문명과 자본을 비판한 '너', 길게 쓴 시를 단 세 줄로 줄이고서도 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귀가'만으로도 시인의 품성을 읽을 수 있다.
"시집에 표현된 글씨는 모두 시”라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 행 밑에 '군말'을 덧붙였다.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시를 쓰듯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젊은 시절 청마 유치환 시인을 만난 추억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는 '보아도 보아도 보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시'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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