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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인연으로 나란히 책 펴낸 전북대 김재영·김창희교수

전북대 사회과학대학 206호. 이 작은 연구실에는 특별한 사제의 인연이 있다.

 

오래전 스승은 ‘보따리 장사’인 제자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들였다. 스승이 명예교수로 물러난 지금은 제자가 스승을 모시고 있다.

 

20년을 동고동락한 인연. 김재영 명예교수(69)와 김창희 교수(49)가 나란히 ‘한국사상 오디세이’와 ‘김정일의 딜레마’를 펴냈다. ‘정치사회화’를 화두로 스승은 한국을, 제자는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사제가 들려주는 우리 나라, 우리 시대다.

 

“이제 역사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쳐나가야 때입니다. 단순신화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긴 이야기들 중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을 선정해 논의를 제기했습니다.”

 

김명예교수의 ‘한국사상 오디세이’는 한국 사상의 원류부터 오늘날 우리 의식의 근본까지를 다루고 있다. 신라의 화랑정신과 고려의 풍수도참설, 조선조 주자학의 이기론에 대해 그 허구성과 사변성 등 잘못된 측면을 제기하고, 당시 폐쇄적 학문 풍토에서 나름으로 개혁적 지식인 역할을 수행한 실학자들의 면모를 살펴봤다.

 

“우리의 사상과 지도자상, 문화에 관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력했어요. 그것은 독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 속에 스며든 문화의 기본을 우선 가족주의로 규정한 김명예교수는 “젊은이들의 개성만능주의가 우리의 취약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약화시키는 것 같다”며 염려를 드러냈다. 그는 “신구세대 불문하고, 열린 자세를 사회화하지 못하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스승이 독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의 방향성을 과제로 던졌다면, 제자는 ‘알 수 없는 인물’ 김정일을 통해 본 북한을 전한다. 김교수는 ‘김정일의 딜레마’에서 북한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객관적으로 분석해 놨다.

 

“요즘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양극화된 북한에 관한 인식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쓴 책입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하고, 계획경제를 주장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핵문제에서도 벗어나야는데 미국을 믿을 수가 없고, 남한과 호혜적 공존으로 가야 하는데 역시 불안하다. 이 모든 것들이 김정일의 딜레마다.

 

김교수는 김일성이 죽은 지 10년이 된 올해에도 여전히 확고한 위치에 서 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은 독단적이지만 국제 정치에 식견있는 전략가라고 평했다. 그는 김정일 자신의 미래와 북한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개방과 개혁의 선봉에 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 선생님을 처음 만났고, 석박사 지도까지 해주셨어요. 끊임없이 연구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늘 교훈이 됐습니다.”

 

17년 전 스승은 새벽에 맹장이 터진 거구의 제자를 엎고 병원까지 한걸음에 달렸다. 고기잡는 것을 좋아해 함께 투망을 던지러 다녔던 시간들, 토씨 하나도 꼼꼼하게 지적했던 가르침. 김교수는 “스승과 함께 한 시간들이 모두 가르침이 됐다”고 했고, 김명예교수는 “훌륭히 성장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전했다.

 

스승과 제자는 어느새 인생의 든든한 동료가 됐다.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11일 오후 6시30분 전북대 진수당 온고을홀에서 함께 출판기념회를 연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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