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한산한 여의도공원에서 KBS 노현정(27) 아나운서를 만났다. 낙엽을 배경으로 인터뷰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눠볼 계획이었지만 구름같은 인파가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쌌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노현정이야! 노현정”을 연발하며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인터뷰 장소를 KBS 본관 안으로 옮겨야 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인터뷰를 많이 해봤지만 이런 인기는 드물다”고 말을 건넸더니 “감사하죠. 저도 방송으로 얼굴이 알려진다는 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인 줄 몰랐어요”하고 겸손해한다.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노현정’이라는 단어가 단골 인기 검색어다. 몇주간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폭발이다. 맨얼굴 직찍(직접 찍은) 사진,어린 시절 사진,고등학교 때 만든 홈페이지,졸업앨범 사진…. 이런 정보들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현상에 대해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크게는 신경 안써요. 성격이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서….” 의외의 대답이다. 화면 속에서 반듯하고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노현정 아나운서가 아니었던가. “보여지는 것하고는 다른 게 많답니다. 제가 진행하는 프로에서 저 좋다고 고백하는 남자 연예인들요? 녹화 끝나면 얼마나 예의 차리고 거리감 있게 대하시는데요. 다들 프로인 거죠(웃음).”
KBS 2TV의 예능프로 ‘상상플러스’에서 ‘올드 앤 뉴’ 코너를 진행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전에도 KBS의 강수정 김경란 등 연예인급 여자 아나운서들이 있었지만 노 아나운서는 좀 달랐다. 탁재훈 이휘재 등 연예인 MC들이 외치는 엉뚱한 정답에 ‘공부하세요!’라고 차갑게 말하며 깔대기로 머리를 때려주는 모습,예능 프로임에도 잘 웃지도 않고 바르게 앉아 바른 말만 하는 모습들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
“처음 출연 의뢰가 왔을 때 아나운서국에서 반대를 많이 했죠. 아침 뉴스를 진행중인데 오락프로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앵커의 신뢰감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런데 예능국에서 요구한 역할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우리말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이라 양해를 얻었어요.”
그는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라 그런 역을 맡은 게 다행”이라며 “강수정 선배처럼 재치있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면 잘 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처음에는 웃지 않는 표정이 어려워 힘들었다는 그가 귀띔한 안웃는 비결은 ‘속으로 주기도문 외우기’. 그는 모태신앙으로 현재 안양 경기중앙교회에 출석중인 기독교인이다.
최근에는 새로 MC를 맡은 2TV ‘스타골든벨’에서 연예인 20명을 상대로 암산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원래 암산실력이 좋았느냐”는 질문에 “수학에는 소질이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암산도 기술이라서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거든요. 보통 연예인들이 덧셈에서 10자릿수 올림을 하지 않아 틀리는데 저는 계속 연습을 하니 그런 실수를 안하는 것이죠.”
노 아나운서는 “그 프로의 암산장면을 재미있어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저에게 뭘 원하는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아나운서’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하게 진행하기를 바란다는 것.
예능 프로에 계속 출연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런 이미지가 차츰 희석되지 않을까. “글쎄요.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나운서로서의 이미지를 해칠 만큼 저를 더 내보일 생각은 없고,예능국에서도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거든요.” 그래도 언젠가 ‘더 웃겨달라’는 요구가 들어온다면? 대답은 단호했다. “더 출연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는 2003년 KBS에 입사해 이제 3년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현재 두 예능프로 외에도 ‘뉴스광장’ ‘신 TV는 사랑을 싣고’까지 맡고 있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며 이런 저런 모습을 꿈꿔봤지만 이렇게 빨리 많은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한다.
사회생활에서 성공만 거듭한 것 같지만 사실 그에게도 아나운서 지원 첫 해에 최종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1년을 더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다시 도전해 아나운서가 된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재능은 없는데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을지 상상이 안가거든요.”
아직 스물 일곱 나이라 결혼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혼자만의 계획일 뿐이지만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2년 정도 후면 뉴스,교양,예능 중에서 전문 분야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때까지는 일에 매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낙엽이 너무 예쁘니 마음이 외로워지네요”라며 싱숭생숭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노현정 아나운서. 그것도 잠시,‘얼음공주’라는 별명답지 않게 그의 얼굴은 시종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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