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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법의 날' 비웃는 해외도피 사범들

법무부ㆍ 검ㆍ경 "지구 끝까지 추적한다"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되새긴다는 `법의 날'. 그 취지를 무색케 하는 사람들 중 한 부류가 바로 `해외도피 사범'들이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달아난 이 도피사범들은 국제 법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체류국 수사기관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국내 송환을 피하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범죄 용의자들의 송환 실적은 아직 저조한 실정이지만 법무부와 검찰ㆍ경찰은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한다'는 각오로 이들 도피 사범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용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면 수사도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어 해외도피 사범의 조속한 송환은 범죄 분위기 제압을 위해 수사 당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여겨지고 있다.

 

◇ "일단 나가고보자" = 해외도피 사범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도피 피의자는 2002년 749명, 2003년 972명, 2004년 983명으로 매년 늘었다.

 

한 해 1천 명 가까운 범죄자들이 국내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천문학적 액수의 사기 사건이나 중요 범죄의 핵심 용의자, 미궁에 빠진 사건의 열쇠를 지녔음직한 인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 유전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석유전문가 허문석씨는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진행중이던 작년 4월 초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행방을 감춰 기소중지됐으며 현재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의해 적색수배된 상태다.

 

작년 말 해산한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도 부실기업주들이 해외로 나가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비자금 사건의 열쇠를 쥔 김영완씨, 탈세 등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론스타 전 한국대표 스티븐 리 등이 국내 사법당국의 송환 대상 `0순위'다.

 

◇ 국내 송환 더딘 이유 = 범죄인 인도 문제는 현지 국가의 주권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어서 우리 정부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수사권과 재판관할권은 한 국가의 주권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여서 범죄인을 국가간에 인도ㆍ인수하는 과정이 신중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 사이라도 범죄인 1명을 넘겨받는데 1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용의자를 넘겨받는 일이 쉽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사이에서는 그나마 형사사법공조가 잘 이뤄지고 범죄인 인도도 신속히 진행되는 편이지만 후진국으로 갈수록 범죄인 인도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투명성이 낮은 개도국의 경우 도피사범들이 현지 공무원과 유착해 국내 송환을 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 피의자의 경우 국내에서 사기로 챙긴 돈보다 현지 공무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뜯긴' 돈의 액수가 더 많아지자 어쩔 수 없이 귀국해 법의 심판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 "지구 끝까지 추적한다" = 그렇다고 해외 도피 사범들이 두 다리 쭉 뻗고 자도 좋을 정도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찰과 검찰은 인터폴 등을 통해 해외도피 사범의 행적을 꾸준히 좇고 있고 검거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3천900억원대 금융 사기로 재판을 받던 1999년 1월 중국으로 도피한 변인호씨는 지난해 9월 중국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경부고속철 선정 로비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미화 1천여만달러 를 받은 혐의가 있는 로비스트 최만석(64)씨도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국내 송환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인터폴에 수배됐던 최병호 전 체이스벤처 캐피탈 대표도 최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꼭꼭 숨어도 결국은 꼬리를 잡혀 국내로 들어와 법의 심판대에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법정에서는 해외도피 전력 때문에 중형 선고가 불가피할 것이다"는 게 법무부와 검경의 입장이다.

 

법무부는 해외도피 사범의 송환을 위해 현재 23개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과 20개국과 체결한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경찰인력을 8월까지 기존의 35명 선에서 50명 정도로 대폭 늘려 해외도피 사범 추적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기 전에 이들의 출국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을 적시에 출국금지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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