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호남 시인들...시와 산문 묶은 사화집
대학 4년때의 일이다. 가람이셨던가, 석정이셨던가, 늦가을의 어느날 책 한 권을 주셨다. 「시와 산문-호남11인집」 (목포 항도출판사, 1953)이 곧 그것이다. 4·6판 127면, 값 140환의 얄팍한 책이다. 책의 부제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1종의 사화집(詞華集)이다.
호남11인은 이병기(李秉岐) 신석정(辛夕汀) 서정주(徐廷柱) 김현승(金顯承) 김해강(金海剛) 박흠(朴흡 ) 이동주(李東柱) 박정온(朴定 ) 김악(金岳) 백양촌(白揚村) 이석봉(李石奉)으로, 당시 전남·북에 거쳐하고 활동하던 시인들이다.
이책에는 따로 선문이 없다. 오직 끝잠에 항도출판사 편집부의 ‘편집의 말’만을 덧붙였다. 다음 구절이 들어 있다.
‘시에다가 다시 그분들의 수필을 곁드려서 한 권의 책을 엮어보자기는 읽기에 좀더 윤택한 맛이 나지 않을까 함에서였다./전북에서는 신석정선생이 맡아서 수구(需求)하여 주셨고, 전남에서는 사(社)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서 그러했다.’
가람선생의 시는 ‘눈’ 한 편의 수록되어 있다. ‘눈이 쌔고 쌔는/답답한 이 겨울도/금잔디 속닢 나고/종달새 지저귀는/그저 그 봄인양으로/들석이는 이 마음//적이 숨을 돌려/가벼이 뇌는 발이/문을 나서서/차라리 눈을 밟고/그 머언 산길이라도/뛰어 가고 싶었다.’1952년 창작으로 밝혀져 있다. 6.25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난리 속이었다.
석정선생의 시는 ‘서정소곡’ ‘망향의 노래’ ‘발음’ 등 3편, 이들 3편에도 난리 속의 생채기들이 어려있다.
나는 이 사화집에 눈길일 때면, 을씨년스러운 삶에서도 시문학에 불을 지핀 호남문인들이 자랑스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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