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선물 들어오면 거절하고, 마지못해 들어온 선물은 불우시설에 보낸 게 우리 아빠예요. 이런 아빠가 잘못이 있다고는 생각 안해요. 정치적으로 휘둘렸다면 명예회복을 시켜 주세요”
얼마 전 어느 공직자의 딸이 김완주 도지사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의 일부다.부단체장 인사 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걸 전해 듣고 보냈을 것이다. 김완주 지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메일을 계기로 요즘 공무원 같지 않은 이 공직자의 청빈한 태도가 회자되고 있어 흥미롭다.
지난해 이 공무원은 과장인사 때 단체장으로 부터 주문을 받았다. 지방선거 끝의 논공행상 인사 요구였다. 대부분은 알았다고 답변했을 터이지만 이 공무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선거 캠프에 들락거린 사람이고, 이 사람은 부인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요직에 앉힌다면 공무원들 보고 선거때 줄서란 말 밖에 안되지 않느냐. 다음 선거때 어떻게 중립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러니 단체장이 좋게 볼 리 없다.
연말이면 쓰고 남은 업무추진비를 뜻있게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부는 궂은 일 하는 미화원들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상을 받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실과별로 분배한다. 업무추진비는 내 개인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엄격한 것도 트레이드 마크다. 봉사하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려는 공무원은 용납하지 않는다. 업무관계로 청사 밖에서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한다. 그러니 융통성 없다는 소릴 듣는다.
어느 국장이 근무시간에 문상 가겠다고 해서 무안 당한 일도 있다. “내가 3년 동안 한번도 근무시간에 문상 간 일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혼낸 것도 그다.
이런 유형의 공무원은 적당히, 그리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풍토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별종’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마치 외눈박이 세상에선 정상의 눈을 가진 사람이 별종 취급받는 것처럼.
느글느글한 공직세태에서, 푸성귀 같은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이 공무원은 김제 부시장을 지낸 신균남씨다. 청백리는 조선시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공무원들을 찾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 역시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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