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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버지

"나이 먹은 여자한테 꼭 필요한 세가지가 뭔지 아니? 건강, 돈, 친구란다" "그럼 가장 필요 없는 한 가지는? 바로 남편! 귀찮기만 하지 쓸 데가 없잖아." "맞아. 그래서 요즘 안 쓰는 물건 내다놓으라고 하면 늙은 남편 내놓는단다"

 

한술 더 뜬 우스갯 소리도 있다. “요즘 남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아내가 해외여행 가자는 것과 이사 가자는 것이란다. 외국 나가서 버리고 올까봐, 이사 갈 때 안 데리고 갈까 봐 겁 나기 때문이지. 그래서 요즘 남편들 이사 갈 때 따라가려면 강아지라도 안고 있어야 한다잖니"

 

수다쟁이 주부들의 얘기이긴 하지만 한때 헛기침 소리만으로도 집안을 긴장시켰던 아버지가 이젠 우스갯거리의 소재가 되고 있다. 가족 안에서 정서적으로 소외받고, 아이들은 엄마와 똘똘 뭉쳐 한편이니 설 자리가 없다. 이른바 40∼50대 ‘낀세대’ 가장은 경제력은 있어도 경제권이 없고, 입시정보나 교육정보가 없으니 자녀 교육에도 발언권을 잃고 있다.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권위 상실시대를 맞고 있다.

 

아버지는 밖에서도 측은한 존재다. 언제 불어닥칠 지 모르는 구조조정, 상사에 굽실거리고 혼쭐이 나면서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 가족들을 위해 온갖 궂은 일도 참고 견뎌낼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맞닥뜨려 있다.

 

아버지가 아침 일찍 성급하게 나가는 직장은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피로와 끝 없는 일, 직장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기다리는 곳이다. 내시경으로 내장을 들여다 보듯, 아버지가 밖에서 하루 종일 겪는 일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가족 구성원 누구 하나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가정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도 ‘왕따’를 당하는 건 말이 안된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수입이 적거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아들 딸은 불만이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우는 사람,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는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의 느티나무 같은 큰 이름으로 불리워야 한다.

 

어제가 어버이날이었다. 우스갯소리의 소재가 되는 게 끔찍하다. 아내와 가족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주는 문화가 아쉽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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