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환경디자인협회가 제안하는 세시절 식탁꾸미기
우리나라는 시절에 따라 고유한 풍습과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춘하추동 계절에 나는 재료로 음식을 먹는 시식(時食)과 명절에 해먹는 절식(節食)이 있었다. 이러한 시절음식들은 건강 기풍 기복 소속감 안정 풍요 등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 시절음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세시절에 따른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할 수는 있다. 황규선 한국식환경디자인협회장은 "세시절은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점에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세시절 상차림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를 현대생활에 맞게 응용해 낼 수는 있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전주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식환경디자인협회의 '한국식탁전-세시절식'에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실생활에 적용가능하면서 선조들의 문화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세시절 식탁차림을 소개한다.
△유두
'물맞이' 뜻을 지닌 유둣날은 더위를 식히고 몸을 보(補)하는 음식을 즐겼다. 자연의 푸르름을 표현하는 그린색 테이블보를 깔고 보라색 수국으로 식탁을 화사하게 장식한 후 나뭇잎모양의 식기를 사용하면 청량감을 줄 수 있다. 상추쌈, 규아상, 화전, 수단을 절식으로 준비하면 물맞이 파티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삼복
삼복연회에는 숲과 계곡의 바람을 들여본다. 도자기에 닭고기수프와 닭가슴살강회 새알심이 백숙죽 등 보양식을 담아낸다. 작은 돌맹이들을 삼발이에 올려 자연의 분위기도 낸다. 규아상 증편 등도 이 시기에 어울리는 메뉴다.
△칠석
칠석에는 여자들은 참외 오이 등의 초과류를 상에 올리고 길쌈솜씨를 위해, 청년들은 학문연마를 위해 별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여름을 대표하는 세시절인 칠석에는 푸른색 테이블보를 깔고 작은 전구로 밤하늘의 별을 만들어본다. 대나무를 테이블에 활용하면 청량감을 더할 수 있다. 참외, 수박, 오이 등의 계절과일과 밀국수 깨찰편 대나무술 등을 준비해본다.
△백중
음식을 여럿이 나누며 즐겼다는 백중에는 뷔페상차림이 제격이다. 작은 식기들을 어울려내는 것이 포인트. 연잎밥, 각종 나물류, 튀각, 부각, 호박전, 오이, 막걸리, 수박, 참외 등을 준비해 내면 된다.
△처서
여름의 고된 노동을 뒤로하고 가을걷이를 기대하는 때. 녹음의 분위기가 나는 녹색 매트를 깔고 도자기와 와인잔으로 동서양이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본다. 단호박 영양밥, 콩나물 맑은 냉국, 깨소스 야채 샐러드, 우엉된장무침, 감, 그린와인 등을 제안해본다.
△상달
수확의 계절, 추위를 앞두고 가까운 이들과 함께 야외에서 모꼬지 분위기를 내 보는 것도 좋을 듯. 샐러드와 쇠고기양념구이 간과 천엽 쌈, 단호박 맛탕, 시루떡과 백설기, 과일과 마른 안주, 와인과 치즈 등으로 야외 파티를 연다.
중양절에는 노란 국화향기를 맡으며 감국전과 국화차와 함께 시를 읊는 가을놀이도 해본다.
△입동
햇 곡식으로 시루떡을 쪄 외양간에서 고사를 지내며 일년동안 애쓴 소와 이웃들에 정을 나누었다는 입동. 다산과 다복을 기원하는 인형을 디스플레이하고 조개탕 보쌈김치 유자두부 미나리강회 홍시무스로 계절분위기를 듬뿍 내어본다.
△동지
밤의 길이가 긴 동지는 시절을 상징하는 흰색을 활용해 식탁을 연출하면 더 멋스럽다. 전통적인 후식 경단과 동지에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귤 그리고 와인을 곁들이면 현대적인 동지 다과상을 차릴수 있다.
△대보름
풍년을 기원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던 대보름은 한 해를 잘 살아가도록 서로를 축복해주는 파티문화로 제안하면 좋을 시절이다. 전통주인 이명주로 칵테일을 만들고 복쌈과 부럼을 이용해 파티상을 차려본다. 미니오곡비빔밥 견과류 스프링롤 곶감호도말이꼬치 견과류가 들어있는 과편 등을 절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쥐불놀이 불꽃을 형상화한 그릇 등에 음식을 담아내는 것도 아이디어.
△춘분
음양의 기운이 같아지는 춘분에는 부부모임을 제안하면 좋을 듯.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나무와 유리식기를 활용하고 초록식물로 만물이 소생하는 분위기도 낸다. 야채죽 두부딥소스와 야채샐러드 두부스테이크 물김치 떡 등을 준비해본다.
△경칩
경칩은 젊은 연인들이 은행알을 먹으며 사랑을 언약한 신토불이 발렌타인데이다. 사과정과 떡케익을 초콜릿퐁듀와 함께 어울러본다. 은행나뭇잎을 상차림 장식으로 활용하고, 그린카네이션과 정글나무로 봄의 이미지도 내본다. 살구정과와 오미자주도 이 시절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중화절
'노비일'이라고도 하는 중화절은 노동자들을 위한 날로 새겨본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노비송편 콩호두치즈까나페 산딸기정과 와인을 어울려본다.
△삼짇날
삼짇날에는 화전 파티가 제격이다. 조기면 절편 탕평채 오미자화채 두견주 등을 꽃과 나비모양의 식기에 담아내면 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한식
한식에는 조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해가 저물고 별들이 모습을 드러낼 즈음, 가족 지인들이 모여 쑥이 첨가된 리코타 치즈와 고치에 끼운 산적, 청명주 칵테일, 성묘에 사용했던 과일로 후르츠를 만들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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