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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추석과 반보기

추석 명절은 일년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날씨도 딱 좋다.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추석에는 벌초와 성묘, 각종 민속놀이 말고도 ‘반보기’라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으나 조선시대 전국적으로 행해졌던 풍습이다.

 

반보기의 원래 명칭은 중로상봉(中路相逢)이다. 추석이 지난 다음 시집간 딸이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시집과 친정집 중간쯤에서 친정어머니를 만나는 것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추석 특별휴가’인 셈이다. 물론 추석 전에 미리 친정에서 사돈댁에 편지를 띄워 추석이 끝난 뒤 상봉할 날을 잡아 놓는다. 약속된 날이 오면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마련해 준 음식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친정 어머니 마음은 더 바쁘다. 오랫만에 딸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있는 것 없는 것 보따리를 챙긴다. 경관이 좋은 곳에서 만난 어머니와 딸은 손을 붙잡고 눈물부터 쏟는다. 그리고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고 서로의 안부와 고추보다 매운 시집살이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친정길을 반만 간다고 반보기, 다른 가족들을 볼 수 없어 반보기, 눈물이 앞을 가려 어머니 얼굴이 반만 보인다 해서 반보기라 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하에서 추석에 친정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의 얘기다. 요즘 며느리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반면 지금은 명절증후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명절을 맞아 강도높은 노동량을 감당해야 하는 주부들이 갖는 스트레스를 일컫는다. 명절이 오기 며칠 전부터 주부들은 불안 초조 우울 불면 위장장애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주부의 87%가 이러한 명절증후군을 겪었다고 한다. 해결책으로 여성단체 등에서는 ‘온 가족이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함께 쉬자’는 캠페인을 벌이곤 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은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여 속앓이를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결혼이 늦은 싱글들은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성화에 부대낀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명절을 즐겁게 맞았으면 한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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