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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한솔홈데코의 노사 악연 - 엄철호

엄철호(익산본부장)

불교에서 유래된 ‘오비이락’이란 말이 있다.

 

원래 이 말은 ‘오비이락 파사두야(烏飛梨落破巳頭也)’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져 그 밑에서 기어가던 뱀이 머리에 맞아 죽었다는 뜻이다. 오비이락에는 윤회의 업이 담겨 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떨어진 배에 머리가 깨져 죽은 뱀은 얼마후 멧돼지로 다시 태어난다.

 

뱀을 죽게 만든 그 까마귀 역시 죽어서 다음엔 꿩으로 태어난다.

 

이 꿩은 어느 봄날 산비탈 양지쪽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그 위를 지나가던 멧돼지의 발길에 차인 큰 돌멩이가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져 졸고 있던 꿩을 덮쳐 죽이고 만다.

 

졸지에 이렇게 죽게 된 꿩이 이번엔 다시 사람으로 환생해 사냥꾼이 되었다.

 

어느날 이 사냥꾼이 토끼 한 마리도 못 잡고 하루종일 산 속을 헤매다가 마침내 멧돼지를 만났다.

 

저 놈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도망가는 멧돼지를 끝까지 쫓아갔다.

 

죽지 않으려고 도망치던 멧돼지는 결국 산 속의 절간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그 절에는 마침 도가 깨친 도인 스님이 한 분이 계셨다.

 

그 스님은 법당에 앉아 이미 윤회의 업으로 서로 죽이고 죽으며 피를 뿌리는 이들의 광경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스님은 멧돼지가 절로 숨어들자마자 곧 나타난 사냥꾼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전생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업을 숙명통을 통해 보여 주면서 멧돼지를 살려 주라고 말한다.

 

업의 고리를 누군가 먼저 끊지 않으면 이 살생의 업보가 계속 될 것이다고 충고했다.

 

결국 사냥꾼은 스님의 말에 따라 멧돼지를 살려 주게 되면서 윤회하던 살생의 업도 비로소 끝났다는 얘기다.

 

오늘 아침 이런 불교 설화 한토막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무노조 경영 철학 아래서 그동안 화합적으로 평온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오던 익산의 한솔홈데코에 노조가 전격 설립되면서 하루아침에 노사가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전혀 보고 느낄수 조차 없었던 협력의 노사가 서로의 당위성을 앞세우며 한치의 양보없는 줄다리기를 하는 갈등과 대립이 자꾸만 깊은 골짜기로 빠져들고 있는것을 보면서 ‘갑작스럽게 돌변한 양측의 악연이 빨리 끊어져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있는 것이다.

 

생산직 사원 106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03명 전원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도덕적 투명 경영을 통한 무노조 경영을 자랑스럽게 여겨오던 한솔그룹에 크나큰 이미지 타격을 줄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사원들 모르게 조용히 회사를 매각하고 익산을 떠나려다 우연치 않게 사원들에게 발각되고 들통 나면서 고용불안을 느낀 사원들은 어쩔수없는 자구책으로 노동조합이라도 설립하여 투쟁에 나설수밖에 없지 않냐고 항변하고 있다.

 

회사측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무엇이 도덕경영이고 투명경영인지를 모르겠다는 이들은 어떤 희생과 대가를 마다하지 않을 각오임을 거듭 밝히고 있어 화합과 협력의 예전 노사가 어떻게 이 지경의 악연 노사로 갑자기 돌아 앉았는지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당초 악연의 고리를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그자가 끊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엄철호(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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