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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함속 유머와 페이소스

새영화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홍상수식 '생활영화'가 프랑스 파리로 무대를 넓혔다.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밤과 낮'을 통해서다. '밤과 낮'은홍 감독이 처음으로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찍은 영화로, 전체 분량의 90% 정도를 파리에서 촬영했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 숨어 있는 유머와 페이소스를 가감 없는 연출을 통해 끄집어내는 홍상수 특유의 영상미학은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밤과 낮'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주ㆍ조연 배우들의 빛나는 호연이 보태져 영화의 재미와 매력이 배가됐다.

 

영화는 파리에 온 주인공의 하루를 매일매일 독백 형식으로 기록하는 일기체적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메모지에 펜으로 대충 갈겨쓴 듯한 화면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 같아 인상적이다.

 

대마초를 피우다 들킨 국선 화가 성남(김영호)은 2007년 초여름 도망자 신세로 파리로 건너온다. 화가인 성남에게 파리는 언젠가 한번 꼭 와보고 싶었던 도시이긴 하지만 도망자 신세인 지금은 파리 생활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신세를 한탄하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성남은 민박집 아저씨에게 소개받은 유학생 현주의 안내를 받아 오르세 미술관에도 가보고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인 화가들과도 만나면서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현주와 함께 나온 현주의 룸메이트이자 젊은 미술학도인 유정(박은혜)을 만나게 된 성남은 그녀의 미모와 상큼한 매력에 빠져 유부남이란 처지에도 불구하고 유정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여자랑 사귀면 사귀었지, 유부남하고는 절대 안 사귄다'며 쌀쌀맞게 굴던 유정은 그러나 성남의 끈질긴 치근덕거림에 결국 마음의 문을 열고 성남이 그토록 원하던 '하룻밤'을 그에게 선사한다.

 

한편 머나먼 이국땅 파리에서 젊은 미모의 애인과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는 성남에게 서울에 남겨진 성남의 아내 성인(황수정)은 매일같이 국제전화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주지만 성남은 한국의 아내와 파리의 애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 사랑을 즐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임신을 한 것 같다'는 성인의 거짓말에 속은 성남은 역시 자신과의 '하룻밤'을 통해 덜컥 임신을 하게 된 유정을 남겨두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영화는 홍상수 특유의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절묘한 페이소스와 유머, 아이러니를 파노라마적으로 표현하며 성남의 자취를 촘촘히 좇아간다.

 

성남과 유정, 혹은 성남과 성인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언어로 표현한 홍상수식 미장센의 또다른 얼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김영호의 호연도 인상적이지만 유정 역의 박은혜는 놀라울 정도의 자연스런 생활연기로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북한 유학생 역으로 출연한 이선균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도 결코 잊을 수 없다.

 

'밤과 낮'은 12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같은 시각 한국에서도 기자 시사회가 함께 열렸다. 국내 개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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