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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무주군 반딧불이 서식지

서식지 변경 지정…짝짓기 방해하지 않는 생태관광 프로그램 등 필요

반딧불이 생태보존지역 조성사업이 추진되는 무주읍 용포리~분암면 굴암리 강변을 따라 기행단이 걷고 있다. (desk@jjan.kr)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배경은 어둠이 짙게 깔린 여름 밤, 무대는 졸졸졸 흐르는 도랑이 다락 논을 끼고 숲으로 이어진 길가의 지붕 낮은 토담집, 조명은 은은한 달빛에 은하수, 배우는 평상에 앉아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 깜짝 카메오는 불빛을 깜빡이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고향의 서정(敍情)이자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 전국 유일 반딧불이 서식지 천연기념물 지정

 

농촌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반딧불이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라져갔다. 농약과 비료,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과 화려한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에 개똥벌레는 점차 빛을 잃어갔다.

 

어느새 반딧불이는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까지 내몰렸다. 반딧불이는 살아있는 브랜드다. 1급수의 맑은 물과 건강한 생태계를 상징하는 환경 지표종이다.

 

자연생태관광이나 청정 농산물 판매에 반딧불이는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반딧불이 서식지 복원에 나서거나 반딧불이의 도심 출현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반딧불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제322호)로 지정된 곳은 무주 단 한곳이다.

 

 

△ 국내 분포 반딧불이 8종 중 3종 서식

 

우리나라에 분포한다고 보고 된 반딧불이는 모두 8종이다. 이 중 무주군에는 애반딧불이, 운문산 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3종류가 발견됐다. 군은 해마다 주민들의 제보나 탐문으로 서식지 실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무주군 반딧불이 담당 이종원씨는 “반딧불이 무리가 발견된 곳이 45개소예요. 보통 100∼200마리 정도가 보이는데, 무주읍 용포리 잠두 마을 뒷산과 금강변에서 400∼500마리가 확인됐다”며 무주가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임을 자랑했다.

 

이중 설천면 수한마을은 강바닥의 돌멩이에 붙어사는 다슬기나 고둥을 잡아먹고 사는 애반딧불이(6월 초순∼7월 중순), 무주읍 가림 마을은 가장 먼저 출현하는 운문산 반딧불이(5월 하순~7월 중순), 무풍면 올림픽 숲 일대는 몸이 커서 빛도 환하고 달팽이를 좋아하는 늦반딧불이(8월 하순∼9월 하순)가 먹이서식지와 함께 지난 2002년 1월 천연기념물로 변경 지정됐다.

 

 

△ 반딧불이 체계적 관리나선 자치단체

 

1982년 당시 천연기념물 지정 장소는 앞에서 밝힌 세 지역이 아니라 설천면 청량리∼소천리 남대천 구간 4㎞ 일대로 면적이 23만 평이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무주리조트와 구천동 집단시설지구의 영향으로 수질이 나빠지고,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자동차의 매연과 불빛으로 반딧불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갔다.

 

결국 보호구역에서 마저도 반딧불이가 살 수 없게 돼 보호구역이 해제됐다.

 

다행히 무주군과 문화재청의 협의로 천연기념물 지정 탈락 위기는 면하고 새로운 대규모 서식지를 찾아내 변경 지정을 이끌어 내 그나마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정면적은 14만 평 정도로 줄었다. 반딧불이라는 브랜드에만 현혹돼 서식지 보호와 복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이후 군은 전문가의 의견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주변 사유지를 매입, 서식환경을 저해하는 인위적인 시설의 입지를 차단하는 등 체계적인 서식지 보존대책을 세워갔다.

 

또한 반딧불이가 많이 발견된 무주읍 용포리와 부남면 굴암리 일원 금강변에 반딧불이 생태보존지역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식지 복원 사업과 서식 환경을 헤치지 않는 생태관광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 반딧불이 보존 주민들도 ‘한몫’

 

지역주민들의 반딧불이 보존활동도 활발하다. 반딧불이가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천환경보존회는 수한마을의 애반딧불이 서식지 일대 계곡을 따라 형성된 다락논과 밭을 임대해 직접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주환경사랑, 무주생태보전모임, 친환경농업인들도 서식지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 수한마을 반딧불이 서식지 주변의 레미콘 공장 재가동을 놓고 서식지 환경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운동을 벌여 공장 허가 취소를 이끌어 냈다.

 

서식지 변경 지정이후에도 반딧불이는 큰 위기를 맞았다. 태풍 루사와 매미의 수해를 복구한다면서 남대천은 물론 대부분의 소하천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무주를 알리는 일등공신인 반딧불이 축제도 규모와 시설, 관광객 수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반딧불이의 생태를 반영한 관광 프로그램과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

 

짝짓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동차는 최대한 멀리 주차하게 하고 살금살금 탐방로를 따라 걷게 하면 어떨까? 명멸하는 작은 불빛이 아름답듯 작은 축제, 사람도 보이고 반딧불도 보이는 축제도 좋을 듯하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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