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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잠꼬대할 정도로 클래식 들었지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발표회

4일 오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기하는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지휘대에 올라섰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배우 김명민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능숙하게 지휘봉을 놀리기 시작했다. 유장한 선율을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절도있게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소화했다.

 

이처럼 김명민이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것은 10일부터 방송하는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ㆍ홍자람, 연출 이재규)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마에스트로 강건우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배우가 극중에서 흉내를 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시청자로부터 '김명민이 진짜로 지휘하는 거냐', '지휘는 쉬워서 아무나 하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지휘는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시청자가 리얼한 연주를 보며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 실제 연주회를 열자는 제의에 응하게 됐지요."

 

그는 이 배역을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서희태 지휘자의 지도 아래 틈만 나면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에는 지휘가 뭔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10~20년을 지휘해도 교향곡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저도 포기하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잠꼬대를 할 정도로 항상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연습했습니다. 20여 종의 악기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런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무조건 외웠습니다."

 

처음으로 관객 앞에서 지휘봉을 잡은 것에 대해서는 "지휘봉 끝을 따라 연주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놀랐고 짜릿함을 느꼈다"며 "내가 언제 다시 오케스트라 앞에서 이런 지휘를 해 볼까라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극 중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지독한 개인주의와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해 '오케스트라 킬러'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루미(이지아 분), 강건우(장근석 분) 등이 소속된 오합지졸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된다.

 

"극중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박살내는 신이 있습니다. '니들은 그냥 개야. 나는 주인이고'라는 대사를 하지요. 집에서 그 신을 연습했는데 어느 날 아들이 그 말을 따라하는 것을 본 적도 있어요."

 

그가 지휘자의 롤 모델로 삼은 이는 전설적인 지휘자인 카라얀이다. 카라얀의 지휘 장면이 담긴 DVD 영상을 보며 자세와 표정을 익혀 나갔다.

 

"강마에가 실제 인물이라면 카라얀과 비슷했을 거에요. 카라얀도 오케스트라 단원을 잡는 잡는 킬러였습니다. 그 분 마음대로 오케스트라가 움직여야했지요. 물론 악기에 대해서도 연주자 이상으로 잘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클래식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김명민이지만 사실 어릴 때는 클래식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누나의 연주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클래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어릴 때와 달리 클래식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도 대중가요를 들으면 뭔가 허전해요. 클래식에는 많은 악기와 웅장함이 있고 기쁨과 슬픔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박신양 주연의 SBS TV '바람의 화원', 송일국 주연의 KBS 2TV '바람의 나라' 등 대작 드라마와 동시간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드라마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더라도 우리가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인정받을 것"이라며 "30~40%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한두 달 뒤에는 잊히는 드라마가 아니라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라도 종영 후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음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고르는 입맛도 까다롭다. 무려 1년 동안 방송된 대하 사극 KBS 1TV '불멸의 이순신'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데 이어 인간 내면의 정치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MBC TV '하얀 거탑'에서는 출세욕 강한 의사 장준혁 역으로 박수를 받았다.

 

"캐스팅 제의를 받을 때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배역에는 손이 가지 않아요. '이것을 어떻게 해',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이 드는 역을 고르게 됩니다.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내가 볼 때 이 배역은 정말 멋있어요. 고전음악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열정이 멋있습니다. 다만 '하얀 거탑' 때는 의사 역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지휘 연기가 워낙 까다롭다보니 지금은 지휘자 배역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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