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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주말] 더 풍요로운 한가위

다양한 작품전시…문화 즐기면 명절기쁨 두배전시로

집집마다 명절 연휴 풍경은 비슷하다.

 

한바탕 손님을 치르는 동안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잠시. 텔레비전 리모콘을 만지작거리거나 단합을 핑계로 화투판을 벌이기 위해 담요를 펴기 시작한다.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 전경. (desk@jjan.kr)

짧지만, 연휴도 보내기 나름. 바쁜 일상 속에 문화를 누릴 시간이 부족했다면 추석 연휴를 이용해 전시장에 나가보자. 속이 꽉 찬 송편처럼, 오랜만의 문화생활에 한가위가 더욱 풍요로워진다.

 

▲ 전시는 역시 미술관에서

 

같은 작품이라도 어디에 놓여지느냐에 따라 관람객들에게 주는 느낌이 다르다. 전시는 역시 미술관에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법.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에서는 재일한국인 2세 사업가이자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을 맡고있는 하정웅, 중국 신흥판화운동을 주도한 루쉰, 우리나라 초기 서양화가인 남원 출신 이경훈 등 세 인물을 기리기 위한 세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재일(在日)의 꽃-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특별전'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재일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이다. 하정웅 명예관장이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하정웅 컬렉션' 주요작품들로, 전체 2000여점 작품 중 컬렉션의 성격을 규정짓는 대표작 110점만을 선별했다.

 

전화황 송영옥 조양규 곽덕준 곽인식 이우환 손아유 등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며 일본 미술계를 주도하고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로, 재일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추석 연휴기간 전시되는 하정웅, 이경훈, 중국목판화 작품(왼쪽부터). (desk@jjan.kr)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은 개관 당시 중국의 흑백목판화가들이 다녀가면서 화제가 됐던 전시다.

 

2006년 중국 판화가 루쉰 선생의 서거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중국에서 개최된 '21세기 중국흑백목판화전' 200점 중 95점을 골랐다. 과거 국제 반파시트전쟁과 중화민족 해방전쟁의 투쟁 속에서 사회발전에 기여해 온 중국의 흑백목판화가 현대에 와서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면 이 전시를 추천. 80년대 한국의 민중판화운동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있다.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전주역사박물관 전경과 현재 전시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사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모습. (desk@jjan.kr)

'동창(東暢) 이경훈전'은 남원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초기 서양화가 이경훈(1921∼1987)을 조명했다.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1945년부터 전주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전북지역 서양화가 단체 '신상미술회' 등에서 활동했다. 지역의 미술교육과 미술제도 기틀을 마련한 작가. 작품에는 전주천변, 마이산, 다가공원에서 바라본 풍경 등 우리 지역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가 남긴 민족기록화도 이번에 새롭게 공개됐다.

 

도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MP3를 이용해 전시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전시설명 표시가 돼있는 작품에 해당하는 파일을 검색해 전시설명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다. 미술관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과 오디오가이드를 교환하면 된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계속되지만, 추석 연휴동안은 13일까지만 문을 연다. 14일은 추석이라, 15일은 정기휴관일이라 미술관 문을 닫는다.

 

▲ 역사 다시 읽기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사와 전시의 결합. 수업시간 책으로만 배우던 역사가 전시를 통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에서는 정부 수립 60돌을 맞아 우리 민족에게 있어 첫번째 민주공화정부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정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사'. 이번 전시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건국 60년'이란 표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문제제기도 포함하고 있다.

 

전시는 '임시정부의 수립' '의열투쟁과 광복군' '임시정부의 환국' '자주·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으로 구성됐다. 임시정부 선포문, 임시정부 임시헌장 초안, 임시의정원 의회경과록, 의연금 모집활동을 보여주는 문서,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의 유품과 관련자료, 해방당시 임시정부 명의의 성명서 등이 10월 7일까지 전시된다.

 

매달 유물을 바꿔가며 박물관 1층 로비에서 여는 '이달의 유물'도 잊지말 것. '경험의 축적 한방(韓方)'을 주제로 한 9월 유물은 약장, 약탕기, 약저울, 동의보감, 증맥방약합편 등이다. 지역 축제인 한방엑스포와 관련해 전통한방 관련 유물을 전시했다.

 

상설로 전시되고 있는 '전주역사실 Ⅰ·Ⅱ' '동학농민혁명실' '기능기탁실'도 꼼꼼하게 챙겨보자.

 

▲ 특별한 공간, 특별한 전시

 

분위기 좋은 곳으로 이미 소문 난 전주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와 갤러리 공유(관장 이정임). 평소에는 데이트 코스로 딱이지만, 추석에는 가족들과 차 한잔 마시며 함께 해도 좋다. 딱딱한 전시와는 달리 특별하고도 재밌는 전시들이 공간을 채운다.

 

한옥마을에 자리한 교동아트센터는 역사성으로도 의미가 있다. 내의류업체인 BYC의 옛 상표 백양메리야스를 제조하던 생산시설이 있던 공장터였기 때문.

 

21일까지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여류작가들의 모임 'Chroma(채도)'의 창립전으로, '그녀들의 시선'이란 제목이 붙었다. 색의 3속성의 하나로 색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Chroma'는 각기 다른 작업을 하지만 같은 채도의 색처럼 함께 공유하고 호흡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뜻이다.

 

참여작가는 강정이 김연 김완순 송수미 유경희. '삶에 대한 고뇌와 정체성에 대한 탐색의 반영체로서의 우주' '인간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자연' '희노애락의 상호작용으로의 인간' '생사와 자아 대립의 상호관계' '무의식과 의식의 소통언어로서의 과거' 등 작가마다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작품 디스플레이도 매력적이다. 하얀 벽면을 그대로 사용했던 기존 전시와 달리 블랙, 그레이, 네이비, 베이지, 그린 등 작품 배경에 색깔있는 천을 깔아 '색다른' 전시를 만들었다.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아트샵도 빼놓지 말고 둘러볼 것. 생활 속에 들여놓고 싶은 문화상품들이 많다.

 

전북대 앞 갤러리 공유에서 건축개인전 'Season off Sale'이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주대 건축학과 임용민 교수가 연 이 전시는 공모 등에 출품했다 낙선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라서 더 재밌다. 전시 제목도 낙선작들이라 이같이 붙였다고. 임교수는 "건축은 지어지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분야"라며 "평소 낙선된 작품들이 방치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경제성과 사회적 여건에 맞지 않아 실현화되지 못한 작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만. 서울 오페라하우스와 전북체육회관 등 7개의 낙선작이 전시됐다. 오페라하우스는 기하학의 순수함으로 표현하고 건축에 있어 비례의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전북체육회관은 파사드(건물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의 불규칙한 리듬으로 활력을 주려고 했다. 봉담도서관은 건축의 기본적 속성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며, 노원구청사 증축은 지금껏 시도한 건축적 방법을 통합했다는 설명이다.

 

임교수는 "지금까지 지겹도록 사용했던 건축적 표현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창조행위 과정에서 나타난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건축은 돈이 들거나 접근이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있는 친근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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