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문화교육부장)
필자는 학교의 시험이나 성적공개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평가에 대해 긍정적이다. 어떤 일이든 주요 단계마다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목표나 실천계획의 수정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계의 관심들이 온통 '성적'에만 쏠려있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거북하고 못마땅하다.
서울대 입시에서 싹쓸이라고 할 만큼 강남이 두각을 드러냈다는 보도나, 강남교육청이 우리나라 교육특구 1번지답게 10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자교육을 실시키로 했다는 등의 뉴스 말이다.
더욱이'강남'을 빼놓고는 '성적'이야기가 불가능한 우리나라 교육의 서사구조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강남의 교육 우위라는 것이 기실은 부모의 재력으로 뼈대를 세우고 자기들끼리의 정보 빼내기로 살을 붙이고 시험기술자에 의해 훈련되고 선행학습으로 도배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이 학업중단 등 고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올부터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고, 학교에서 기피대상이 되다시피 한 아이들이 대상이다. 여러 학교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있다.
이 곳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말썽 많고 골치 아픈 대상이다. 그러나 이는 어른들이 어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야기다. 아이들의 높이에서 보면 다르다. 선생님 한 분이 이렇게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볼 때는 폭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기들끼리의 원칙과 기준이 있습니다. 언어 사용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보면 심한 욕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단순히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상태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일 뿐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 욕설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무력사용과 욕설이 이들의 생활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는 일반 학교에서는 이들이 버텨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와 행동을 조금만 더 눈감아 줄 수 있다면 굳이 이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어 학교에서 쫒아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사립 대안학교들도 있지만 이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제도권 교육에 대한 대안학교이지, 학교에서 탈락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는 많지 않다. 전북도교육청이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더 나아가 공립대안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자칫 엉뚱한 길로 들어서 사회의 변두리를 맴돌다가 범죄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새정부 들어 교육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영어몰입교육에서 시작된 논란이 학교자율화와 고교선택제, 국제중학교 설립, 수능원자료 공개 등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실로 어지럽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성적만이 교육의 전부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객관성도 의심스러운 성적 지상주의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는 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이성원(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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