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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또 서울로 향해야 하나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전주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아들 뒷바라지에 요즘 어려움이 많다. 공부 좀 하는 아들을 올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키면서 학비 이외 숙식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끔 오가는 교통비에 서울 살이 생활비도 큰 부담이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B씨는 문화 향수에 목말라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활동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루어진다. 매주 서울을 오가며 공연예술을 즐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식품업을 하는 기업인 C씨는 판매망 확보가 걱정이다. 주변에 대도시라도 있으면 판로 걱정이 한결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에 사는 사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대적 소외다. 그래서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정치·경제·교육·문화 모든 분야의 중심에 서울이 있고, 각 분야의 엘리트들 또한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인 봉화마을로 내려온 것이 이채롭고, 유성엽 국회의원이 지역구 정읍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겠다는 공약이 기특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서울 타령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500여권의 방대한 저술과 업적을 남기며 실학의 집성자로 평가받는 조선 후기 인물이다. 중농학파며, 그의 학문적 업적은 유배지 전남 강진에서 대부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도 자녀 교육만은 꼭 서울에서 시키고 싶어 했다.

 

"지금 내가 죄인이 되어 너희들에게 아직 시골에 살게 하였다만 앞으로는 오직 서울의 10리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만약 힘이 없어 당장 서울의 한복판에 깊이 들어갈 수 없다면 잠시 서울 근교에 살면서 과일과 채소를 심어 생활을 유지하다가 재산이 조금 불어나면 바로 도시로 들어가도 늦지 않다"

 

다산은 아들에게 절대 서울을 떠나서는 안 되며, 최소한 수도권에 살아야 한다는 단계적 방도까지 가르쳐준다. 다산의 실용주의 정신이 자녀교육에도 고스란히 담겨진 셈이다.

 

2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뀐 오늘날로 돌아와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특히 실용주의를 최대의 무기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과 지방정책은 다산의 자녀교육관이 아주 적절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오해살 만큼 서울 제일주의로 나가고 있다.

 

전 정권의 기조였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이리저리 흔들려다 겨우 제자리에 놓으면서 갖은 생색을 낸 지가 엊그제다. 그런 정부가 20년간 유지돼온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너무 쉽게 발표했다.

 

국가경쟁력 강화니,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기업의 투자활성화니, 경제 악화의 돌파구니 갖은 명분이 동원됐다. 이들 명분이 엉터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에 일정 부분 정책으로 반영될 것을 예견하지 못한 바도 아니다. 그러나 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수도권정비기본계획법 시행령 손질만으로 허용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필요하면 법까지 개정하겠다고 하니,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읽을 수 있다.

 

80년대 중반 수도권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조금씩 훼손돼다 이번 방침으로 와르르 무너질 상황이다. 사회 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법이 개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만큼 지역발전도 중요하다.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이 따로도 아니다. 특히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지역의 발전을 허물기는 쉬워도 쌓기는 어렵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방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태풍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김원용(정치부장)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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