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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익산시민과 김완주지사의 약속 - 엄철호

엄철호(익산본부장)

예부터 약속은 천금과 같아야 한다(千金一約)고 했다.

 

약속과 관련해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증자(曾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아이가 울면서 뒤좇아 와 보챘다.

 

그러자 아내는 급하고 귀찮은 나머지 "어서 집에 들어가 있거라, 시장에 다녀오면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고기를 먹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급하게 둘러댄 말이었다.

 

한참이 지나 시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집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인 증자가 돼지를 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증자에게 깊은 생각 없이 불쑥 내던진 말이었음을 밝혔다.

 

증자는 정색을 했다.

 

아이들에게 대충 거짓말로 둘러대면 그대로 배울 것이 아니냐고 나무랬다.

 

또 아이가 자신이 속은 줄 알면 장차 부모의 말인들 어찌 믿으려 하겠는가 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증자와 아내는 그날 돼지를 잡아 아이에게 먹였고, 그것으로 약속을 지켰다.

 

증자가 자식에 대한 약속과 믿음을 얼마나 엄중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보게 하는 한대목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한 번 신뢰구조가 무너지면 엄청난 후유증이 뒤따르게 된다는 점을 의식했던 것 같다.

 

돼지 한 마리를 잃는 것보다 가볍게 내 뱉은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재차 생각해보게 한다.

 

허물없는 가족 간의 관계가 이러해야 하건대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약속은 더 말할 것도 없을것 같아 끄집어낸 얘기다.

 

올 연초 김완주 도지사가 익산을 방문한바 있다.

 

모처럼의 도백 방문 소식을 접한 익산시민들은 그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크게 박수 쳤다.

 

도지사의 익산방문 축하리셉션이 열린 행사장에는 겨울철 눈비가 내리는 짓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 유지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루면서 환영 열기가 가득했다.

 

시민들로부터 기대이상의 뜨거운 환영을 받은 선출직 도백인 김 지사로써는 매우 흡족하고 기분좋은 광경이 되었을것으로 본다.

 

이에 김지사는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열기에 다소나마 화답이라도 하듯 지역에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던져 놓았다.

 

다름아닌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 익산 유치를 갈망하는 시민들에 대해 깊은 배려의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확정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했지만 지역민들이 큰 희망과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희소식임은 분명하고 틀림 없었다.

 

김 지사의 인사말이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익산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로 김지사에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장시간 토해냈다.

 

매우 흐뭇하고 기분좋은 광경이 재차 연출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연말 문턱에 도달해 있다.

 

그런데 연초에 익산시민들에게 커다란 희소식이었던 식품클러스터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익산 유치가 익산을 비롯한 김제,완주, 전주 등 4파전 전개로 진행되면서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좋지않은 소식이 전해져온다.

 

물론 경쟁 시군에서 흘리는 한낱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식품전용클러스터산업 유치를 위해 연초부터 사활을 걸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며 확정 소식과 함께 한해를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했던 익산시민들로써는 너무 어처구니 없고 분통터지는 소식이 아닐수 없다.

 

익산시민과 도지사의 약속이 혹시나 하는 우려감도 솔직히 떨쳐낼수 없지만 익산시민들은 마지막 유치 확정 소식을 기다리며 끝까지 지켜볼것이다.

 

비록 필부(匹夫)의 한마디라도 천년을 변치 말아야 한다(丈夫一言千年不改)했는데 하물며 도백이 시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지키는 데 무슨 사족(蛇足)이 필요하겠는가를 믿고 또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엄철호(익산본부장)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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