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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웃다보면 감동이…'과속 스캔들'

배우 차태현 출연

배우 차태현을 그리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좋아한 것도 싫어한 것도 아니다. '이 배우가 출현한 영화는 꼭 봐야겠다'라든가 '차태현이 나온 오락 프로그램은 챙겨봐야지'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프로그램에 차태현이 나오면 마음껏 웃을 수 있었고, 그냥 선택한 영화에 그가 출연하면 실망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따지고 생각해 보니 차태현은 참 대단한 배우다.

 

다른 남자 배우들 보다 특별히 잘 생겼다거나 키가 큰 것도 아니지만 그만이 가진 색깔은 배우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네 오빠 같은 느낌에 한번쯤 얘기해보고 싶은 대상. 우울할 때 만나면 금방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 그것이 차태현이다.

 

올해 초 영화 '바보'(지난 주 소개했던 영화 '순정만화'의 원작자 강풀의 만화 '바보'가 원작이다.)를 통해 관객을 찾았던 그가 새로운 영화 '과속 스캔들'로 돌아온다. 혹자는 너무 뻔한 결말과 흔한 스토리라고 폄하 하지만 그럼 어떠랴. 차태현이 나온다는데.

 

▲ 과속으로 무너지는 한 인생

 

아이돌 스타로 데뷔해 10대 소녀들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남현수(차태현).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청취율 1위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애청자로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찾아오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정남은 자신이 현수가 중 3때 과속을 해서 낳은 딸이라며 무조건 책임 지라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현수의 손자라며 꼬마아이 황기동(왕석현)까지 대동했다. 이들 모자가 현수의 펜트하우스 같은 집에 들어가면서 일은 점점 꼬여간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대략적인 스토리를 듣고 나면 끝이 뻔하고 차태현의 쇼맨쉽이 돋보이는 '그저 그런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예고편 영상의 부실함을 제작자측에 건의하고 싶다.)

 

그러나 일단 알아둘 부분은 절대 이 영화가 차태현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것. 신인 여배우인 박보영과 손자 역의 왕석현이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빠졌다면 영화의 완성도는 급감했을 테니까. 오히려 차태현이 이들의 연기를 뒷받쳐 주고 있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두 번째로 짚어야 할 부분은 '그저 그런 코믹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도 말 못하는 미혼모 문제를 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여성의 인권을 인정하는 사회라 해도 아직까지 혼전 임신도, 이혼이나 미혼모 문제에서도 여성이 불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 이 영화는 미혼모 본인부터 그 자식이 가지고 살아야 할 짐까지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그리고 있다.

 

서태지의 '컴 백 홈(Come back home)' 노래를 듣고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드라마 '엠(M)' 방영 당시 낙태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문화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기시켜 본다면, 이 영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영화의 또다른 묘미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십중팔구 영화 OST를 찾게 될 것이다. 영화 '복면달호'에서도 노래 실력을 발휘한 차태현이 가수 역할로 등장해 노래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차태현의 노래도 노래지만 더 마음을 휘어잡는 곡이 있으니 극 중 정남의 노래다. 이 신인 배우는 오디션 당시에도 훌륭한 노래 실력은 뽐냈다는데,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90년대 인기곡인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을 비롯해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등 네 곡을 소화해 냈고, 기타까지 연수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어깨 위의 짐을 덜어내주는 듯한 삽입곡들이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평.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기동역의 왕석현은 다섯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다. 웃음의 큰 역할을 하는 그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며 이미 많은 누나 팬들을 확보한 상태. 우렁차게 외치는 '할아버지!'라는 대사와 배꼽인사, 예사롭지 않은 화투 치는 솜씨에 반하고 말 것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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