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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오랄 해저드' 이제 그만!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라운드를 할때 2벌타를 받게 되는 OB(Out of Bounds·코스의 경계를 넘어선 장소 ) 다음으로 연못이나 개울·웅덩이·벙커 등을 통칭하는 '해저드(Hazard)'를 몹시 싫어한다.

 

볼이 연못·개울 등에 빠지면 1타가 더해져 타수를 줄이는데 공을 들이는 골퍼들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해저드는 피하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이다.

 

골프에선 장애구역으로 지칭되는 이런 해저드 말고도 다른 해저드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구찌 겐세이'로 알려진 오랄 해저드(Oral Hazard)다.

 

내기골프를 하는 골퍼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행동중의 하나로 골프실력이 아닌 말로 동반플레이어들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 경우를 일컫는다.

 

동반플레이가 OB를 내면 "와! 이 친구 우정의 샷좀 보게. 정말 우정이 돈독한 친구야" " 페어웨이는 자네에겐 필요없는 장소구먼" "장타와 OB는 항상 단짝이라지. 아마"라든가, 자세를 취하고 볼을 치려고 하면 기다렸다는듯 "자! 이번 홀에 원온(One On) 어때? 자네 할수 있지 오케이" 등등이 그것이다.

 

이런 오랄 해저드는 얼핏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은 말인 것 같지만 멘탈(mental)경기인 골프에선 상대방의 심신 상태를 흩뜨려 놓거나 어깨에 힘을 잔뜩 들어가게 해 그 날 샷을 망치게 하는 결과까지 초래하기 일쑤다.

 

게임매너가 중요시되는 골프에서 오랄 해저드는 결코 바람직스러운 행위라고 볼수 없지만 파장이 동반플레이어들에게 국한돼 사회적 문제까지는 야기하지 않는다.

 

골프의 오럴 해저드와 철자는 같지만 의미와 파장이 확연히 구별되는 또 다른 오럴해저드가 최근 사회저변에서 화두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오랄 해저드는 소위 남의 돈을 빌려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일컫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서 빗대어 따온 말로 사려깊지 못한 발언·생뚱맞은 헛소리나 말실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같은 오랄해저드는 노무현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 3월 당시 노 대통령은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자리에서 검사들의 거침없는 발언과 관련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 같은해 5월 각종 사회적 갈등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자 "이러다가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말을 내뱉으면서 신조어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랄해저드는 개그수준으로 희화화됐을 정도이다.

 

이같은 오랄해저드는 MB(이명박)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부터 시작돼 새정부 출범이후에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물가안정이 성장보다 시급하다", "주가가 바닥이니 주식을 살때다","BIS(자본자기비율)을 개정하겠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이 1030원까지 간 것은 천장을 테스트 해본 것",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발언등도 외환·금융시장과 기업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 오럴해저드의 사례로 꼽힌다.

 

이런 오랄해저드는 골퍼들의 오랄해저드와 달리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안겨줌은 물론 국가및 지방경제를 망칠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이닐수 없다.

 

국민들은 잇딴 태풍급 오랄해저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가 최고 통치권자와 정책 입안및 결정자들의 말은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는 조심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 한마디를 아끼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오랄해저드 시리즈가 제발 막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홍동기(편집부국장)

 

홍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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