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정치부장)
살아가는 데 누구에게나 기로가 있기 마련이다. 수능을 마친 고3생들은 대학과 학과를 두고 고민할 것이며, 취업을 앞둔 청년들은 직업 때문에 밤을 뒤척일 것이다. 기로에 선 사람들의 선택에는 고통이 따른다. 선택은 한편으로 기회지만,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상황에 부딪히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떠올려진다. 시인은 숲 속에 난 두 갈래의 길을 만나 망설이다가, 그 중 적게 다니는 길을 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노래한다.
기로에 섰을 때 시인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시다.
선택의 문제는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나 자치단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0년, 100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전북도가 요즘 혁신도시와 관련한 토공-주공 통합 문제를 놓고 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토지공사가 전북지역에 입주하는 공기업이 아니라면, 토공-주공 통합문제에 전북도가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 토공-주공 통합에 어떤 식으로든 전북의 목소리가 필요했고, 전북은 토공-주공통합을 반대하는 쪽을 선택했다.
전북도의 선택에 맞춰 100만명이 넘는 도민들이 토공-주공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도민 대다수가 전북의 선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셈이다.
그러나 며칠전 전북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전북도 간부들이 만난 당정회의에서 통합반대 보다 통합 본사유치쪽으로 가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고 들렸다. 통합법안의 국회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대세가 기울였다고 보고 실리를 얻자는 취지로 보인다.토공-주공의 통합반대는 그 자체 목적이 아니라 혁신도시의 성공적 조성이 주목적이라고 볼 때 상황에 따라 전술의 변화는 있을 수 있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토공-주공 통합반대를 선택했고, 이 시점에서 반대입장을 거둬들여야 하는지다. 경남도는 통합문제에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통합 본사 유치쪽에 힘을 모았다.
통합법안이 여당에 의해 강행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제와서 통합 본사 유치쪽으로 선회하는 것은 한참 늦던지(경남에 비해) 아니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다.
통합반대가 전북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통합이 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통합을 반대해보고, 힘이 부치면 본사 유치쪽으로, 그도 안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으면 된다는 `순서도`는 누구나 그릴 수 있고, 속보이는 전술이다.
어제 열린 범도민비대위에서는 통합법안 통과를 반대하며 국회 통과시 강력한 도민투쟁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북도와 정치권이 갖고 있는 카드가 반대입장을 거둘 수도 있다는 측면이 읽혀지면서'투쟁카드'가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가지 않은 길'에서 처럼'먼 훗날 후회하더라도'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할 때 행정과 정치권에 믿음이 갈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더 중요하지만, 아직 어떤 선택이 맞는지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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