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익산 미륵사 백제 왕후에 의해 창건 확인

삼국유사 결혼설화 허위 가능성

1400여년 동안 국경을 넘은 아름다운 사랑으로 전해져 온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다.

 

서동왕자로 알려진 백제 제30대 왕 무왕(武王, 600~641)과 신라 선화공주의 설화가 깃든 익산 미륵사가 백제 좌평(佐平, 백제 관등의 하나)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에 의해 서기 639년(무왕 재위 40년)에 창건됐음이 19일 확인했다.

 

최근 해체보수 작업 중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백제 사리장엄이 발견됨에 따라 유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해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00여점에 이르는 사리장엄 중에서도 미륵사의 창건 내력과 시기, 시주자 등이 기록된 금제사리봉안기(金製舍利奉安記)는 특히 학계 안팎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동설화는 고려 때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를 사모해 선화공주가 밤마다 서동을 찾아간다는 노래를 신라에 퍼트렸다. 이에 진노한 진평왕이 공주를 귀양 보내자 서동은 공주를 데려와 혼인한다. 후에 서동은 무왕이 됐으며, 왕후와 함께 미륵사를 건립했다는 내용.

 

그러나 가로 15.3cm, 세로 10.3cm의 금판에 194자를 새긴 봉안기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봉안기에는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 지극히 오랜 세월에 선인을 심어 금생에 뛰어난 과보를 받아 삼라만상을 어루만져 기르시고 불교의 동량이 되셨기에 능히 정재를 희사하여 가람을 세우시고, 기해년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고 적혀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왕후는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가 아닌, 최고 관직 좌평의 딸이 된다. '사택'은 당시 백제의 8대 성 중 하나로, 이 역시 왕후가 백제인이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서동설화에 대한 의문은 이전에도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서동과 선화의 결혼 시점으로 설정된 6세기 후반이 백제와 신라가 군사적 대치를 거듭했던 시기기 때문. 18세기 실학자 안정복은 「동사강목」에 「삼국유사」에 소개된 서동설화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 많고, 본사(本史)에도 나오지 않으므로 취하지 않는다"고 썼다고 한다.

 

금판 명문을 최초로 번역한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 역시 "좌평의 이름 등을 놓고 이견이 나올 수 있지만, 결혼 설화는 여러 정치적 이유에서 나중에 꾸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나종우 원광대 인문학부 사학전공 교수는 "삼국유사는 역사적 기록보다는 사찬사서(私撰史書)로 그 내용 역시 시대상이나 사회상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나교수는 "과거에는 결혼동맹이 양국 관계가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였다"며 "고려는 정치적으로 백제도 신라도 아닌, 우리는 하나였다는 의식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동설화를 무조건 허위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를 '백제 왕후와 사택적덕의 딸'로 읽는 견해와 선화공주가 무왕의 다른 왕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철 전북도청 문화재전문위원은 "미륵사의 세 개 가람 모두에서 증거가 나왔다면 몰라도 서탑 한 곳에서 나온 자료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현 단계에서 「삼국유사」 기록이 허구라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주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서동설화가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거기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전해져 온 것 아니겠냐"며 "설화나 신화는 꾸민 이야기라서 잘못됐다는 식보다는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의 역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휘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