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무게감 있는 주제 의식, 쉴새 없이 이어지는 철학적 대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을 지닌 러시아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내달 12-2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라트비아 출신 극작가 류드밀라 라주모프스카야가 1980년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구시대의 몰락과 새로운 시대의 혼란스런 이데올로기를 그렸다는 이유로 옛 소련 정부에 의해 공연이 금지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지금도 매년 러시아에서 이 작품만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이 열려 세계 각국의 공연팀이 각기 다른 해석을 가한 작품을 들고 참가하고 있다.
극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고등학생 네 명이 수학 교사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의 생일날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꽃다발과 와인을 들고 와 생일을 축하해주던 학생들은 갑자기 모습을 바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답안지를 고쳐야 한다"며 선생님에게 답안지가 들어 있는 금고의 열쇠를 줄 것을 요구한다.
절대 열쇠를 내줄 수 없다는 선생님과 열쇠를 얻으려는 학생들간 대립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이 쉴새 없이 쏟아내는 논리정연하고 철학적인 대사,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극 전개가 관객을 두 시간 내내 긴장하게 만든다.
2007년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른 이 작품은 1980년대 붕괴 과정의 소련을 배경으로 구시대와 새 시대의 충돌로 생기는 도덕 붕괴와 미래에 대한 불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과 모함 등을 그리고 있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극의 내용은 입시 경쟁과 학력 위조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공연은 연극 '맥베드'로 호평받았던 김낙형이 연출을 맡고, 대한민국 연극대상 시상식에서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길해연이 '엘레나 세르게예브나' 선생님으로 출연해 작품에 무게를 실어줄 예정이다.
제작 투비컴퍼니. 출연 길해연, 김동현, 김종태, 임기정, 송유현. 2만5천원. ☎02-744-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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