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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매화(梅花)

조선의 선비들은 동지(冬至, 12월22일 무렵)때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벽에 그려놓고 봄을 기다렸다고 한다. 난방 여건이 요즘같지 않던 시절의 혹독한 추위를 마음으로라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매화 나뭇가지에 흰 매화를 그려놓고 매일 한 봉오리씩 붉은 칠을 해서 81일 째면 그림은 홍매도(紅梅圖)가 된다. 이 때가 동지로 부터 세기 시작해 81일 째인 3월12일 무렵으로 81일간이 구구(九九)에 해당된다.

 

예로 부터 매화는 겨울의 끝에서 제일 먼저 피는 봄꽃으로 꼽혀왔다. 2월초 잔설속에서 꽃망울을 피어내기에 설중매(雪中梅)라고도 했으며, 강인함과 청초한 모습으로 여러 다른 말로 불린다. 일지춘(一枝春) 또는 청객(淸客), 옥골(玉骨),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화는 그 고고한 자태와 그윽한 향기 때문에 특히 선비들이 좋아했다. 퇴계 이황선생은 임종하기전 병석에서 제자에게 "매화에 물을 주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퇴계 선생은 매화를 매형(梅兄), 매군(梅君), 매선(梅仙)이라 부르며 인격체로 대접했다고 한다. 평생 100여 수에 달하는 매화시(詩)를 지어 시첩까지 펴낼 정도로 퇴계선생의 매화사랑은 유명하다.

 

남쪽으로 부터의 매화 화신(花信)에 이어 도내에서도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내일(18일)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고, 보름후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이다. 최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절기도 예전 같지가 않다. 구구소한도의 흰 봉오리가 아직 상당히 남았지만 계절은 어느듯 봄의 길목에 와 있다. 어제와 오늘 같은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초목들도 새싹을 틔우기 위해 한껏 물이 올라 있다.

 

계절은 봄을 향해 가지만 지속되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시민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고, 길거리에는 방황하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희망의 봄에 대학문을 나서는 상당수 젊은일들이 갈 곳이 없다. 계절 탓이 아니라 이같은 각박한 세태 때문에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실감나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여야 정치권 모두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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