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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세계3대 박람회 무대공연 기획자 서 엘리사씨

한국공연에 대한 믿음과 확신 오늘의 나를 있게해

"세계적인 박람회 공연기획을 맡아 걱정이 앞섰는데 막이 내린뒤 들려오는 함성속에 그동안 오기와 끈기로 버텨온 인고의 세월이 한순간에 녹아내린 것 같습니다"

 

지난달말 막을 내린 세계 4대 박람회중 하나인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무대공연기획을 맡은 남원출신 서 엘리사씨(31·독일 하이델베르그 다리 문화예술기획사 대표).

 

박수에 인색한 그들이 공연이 끝나자 '앙코르'를 연거푸 외치면서 찬사를 보낼때 자신이 꿈꿨왔던 현실이 다가오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동양 여성이 공연기획사를 운영한다고 하자 만만하게 보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 까만 뿔테 안경은 인상을 좀 더 강해 보이기 위해 쓴 패션 아이템이다. 안경을 벗자 수줍게 웃는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이미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의 재즈 그룹인 '살타 첼로'의 곡인 'Korea, Go Fighting' 작사를 담당했기 때문. '살타첼로'의 유명세로 소니가 앨범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썼던 일기의 80%가 노랫말이 될 줄은 몰랐다"는 그녀는 "한국인으로서 겪는 소외감, 앞만 보고 달렸던, 그래서 괴로웠던 유학시절의 고생담이 가사로 풀어졌다"고 전했다.

 

"제 본명은 엘리사, 언니는 마리나에요. 아버지께서 딸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 운명인 것을 예견하셨나봐요."

 

그녀는 처음 '가야금쟁이'가 될 뻔 했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 문재숙 교수(주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영향으로 수많은 국내·외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늘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수준 높은 공연이더라도 1회성에 머무는 현실을 깨고 싶었던 것.

 

돌연 독일행을 선택,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시덤불로 뛰어들었다. 다리 문화예술기획사 대표로 당당히 서기까지 7년이 소요됐다.

 

"주변 만류는 상상을 초월했죠. 미국도 아니고 왜 하필 독일이냐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 자신이 있었어요. '우리는 슈베르트도 있고, 베토벤도 있다'는 독일인들의 문화적 자긍심, 뿌리가 튼튼한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베체데(ABC)'도 몰랐던 그녀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국악과 출신이 대학원 졸업장에 도전한다'는 회의적인 시선에 오기가 발동, 진저리가 나게 독일어를 공부했다. 자격조건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루드빅스부르크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외국인 수석 졸업장도 당당하게 거머쥐었다.

 

박사과정에 뜻을 두고 밟은 독일땅이었으나, 한국공연을 독일 곳곳에 전파하고 싶다는 소망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낯선' 가야금과 거문고 등 선율을 들려주는데 방점을 찍었다.

 

"유럽인에게 어찌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의해 가려진 나라에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인식도 강했구요. 그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경품으로 내걸고, 정말 발로 뛰었습니다. '노가다'가 따로 없을 정도였죠. 고생한 덕이었는지 700여명이 몰려왔습니다."

 

지난 19일 고향인 남원문화원에서 열린 '지역 청소년 국제 교류를 위한 명사 초청 강연회'와 집안행사 참석차 고국을 찾는 엘리사씨.

 

한국공연에 대한 단단한 믿음, 그리고 확신. 한국문화의 전도사를 자처한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오늘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 목표"라며 "조금씩 전진하는 느낌이라 나이 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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