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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농촌 장단점 알아야 귀농 성공"

남원 오리농장 운영하는 유용기·황인애씨 부부

"전국 여행 중 우연히 남원을 들렀는데, 도시가 너무 편안해 딱 눌러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남원시 주천면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용기(51·남원귀농귀촌인협의회 회장) 황인애(50)씨 부부. 불과 3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상조회사를 운영했던 이들은 지친 서울생활을 과감히 접고 귀농을 결심했다. 아내 인애씨의 반대는 심했지만, 용기씨가 알찬 노후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그의 뜻을 존중했다고 한다.

 

인애씨는 "남편이 성당에 나가야 한다고 조건도 내걸어 남편이 오리농장을 운영하면서'예수쟁이'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하자 머쓱해진 용기씨는 자신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 아내의 공이 큰 것이라고 돌렸다.

 

이들 부부는 5289.28m²에 해당하는 하우스 총 6동에 오리 1만 3000여마리를 키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병아리만한 오리새끼에게 사료를 먹여 45~50일 동안 길러 다시 공장으로 넘기는 일. 오리를 대신 길러주는 대가로 받는 돈은 대략 마리당 1000원 내외다. 1억 5000만을 투자한 결과 올리는 연간 소득은 약 7000~8000만원 정도.

 

연고가 없는 이곳에 이들이 정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남원시의 귀농 지원책도 있었지만 육체노동과 지역민들의 배타적 시선 및 보수 성향은 매우 힘이 들었다고 했다. 오리농장을 한다고 처음에 반대했던 마을 사람들도 많았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들이 기거하는 곳은 다름 아닌 컨테이너.

 

"귀농 하던 그해 겨울 매우 추웠어요. 컨테이너 박스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잠 못 이룬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특히 짚더미 속에서 나오는 오리 오물 냄새로 인해 고역이 말도 못했지만, 이들은 말없이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물론 더 큰 위기도 있었다. 조류 독감이 창궐했던 지난해 3월은 이들에게 가장 큰 고비. 정부의 대응 미숙으로 오리시장이 얼어붙고, 오리 농장주 자살까지 벌어졌지만, 남원시의 방역 덕분에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매일 오리 사료와 물은 챙기고, 오리 축사를 청소하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오리가 출하되는 소독기간 은 이들에게도 휴식기. 하지만 이때마저도 귀농가를 방문, 오리농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좋은 정보를 나눈다.

 

용기씨는 귀농에 대한 설익은 환상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귀농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모두가 농촌의 어려움과 좋은점을 같이 알고 와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자 등 가족의 동의가 필수이고, 정착지, 작목 선택을 신중히 하고 농촌 공동생활에 잘 적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용기씨는 갈수록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유기농 재배 등을 이용하면 농촌의 미래는 아직 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귀농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면 일자리 늘리기와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다고도 했다.

 

이들 부부는 농촌 생활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꿈을 이루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숙희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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