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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⑭우세남의 '공자묘당비(孔子廟堂碑)'

온화하고 뛰어난 인품…해서의 걸작이 말해주다

虞世南 撰書 '孔子廟堂碑'(626년) (desk@jjan.kr)

우세남은 자가 백시(伯施)이며 여요(余姚 절강성) 사람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형 세기(世基)와 함께 고야왕(顧野王)에게 10여 년 간 공부하며 간혹 열흘동안 세수와 빗질을 하지 않을 정도로 전념하였다. 수대에 비서랑·기거사인이 되었고, 당대에는 태종의 신임을 얻어 홍문관학사·비서감에 임명되었다. 홍문관학사 시절에 구양순과 함께 서법을 교수하였는데 그보다는 한 살이 아래였다. 외모가 매우 유약하여 옷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으나, 마음은 항상 정열에 불타 올바른 의론을 전개하였다. 양제(煬帝)는 그러한 면을 못마땅히 여겨 그를 등용하지 않았으나 당태종은 정반대였다. 당태종은 우세남을 서예고문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물됨을 사랑하여 우세남의 다섯 가지 뛰어난 점으로 덕행·충직·박학·문사·서간을 꼽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군이 명사를 알아보는 법이다.

 

'구당서' '우세남전'에는 당태종의 총애가 잘 나타나 있다. 당태종이 우세남을 홍문관학사로 임명하고 당대의 명사 방현령(房玄齡)과 더불어 문한을 담당하게 하였는데, 하루는 「열녀전」을 써서 병풍으로 만들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당시 책이 없어 우세남이 속으로 외워 썼는데 한 글자도 틀린 것이 없었다. 태종은 그의 박식함을 중히 여겨 바쁜 정무에 틈이 날 때마다 우세남을 불러 담론하며 경사(經史)를 함께 보았고, 때로는 군신들에게 우세남을 본받으라고 교시하였다. 그가 81세로 세상을 떠나자 "우세남은 나에게 한 몸과도 같았으니, 습유(拾遺)하여 빠진 것을 보충하고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실로 이 시대의 명신이자 인륜의 준적(準的)으로서, 내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는 반드시 얼굴을 들이대고 간하였다. 이제 그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니 그 애통함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하고 탄식하였다. 세상을 떠난 후 칙명에 의하여 그의 초상이 능연각(凌煙閣)에 그려졌다. 저술로 「북당서초」가 있는데 이것이 전존하는 최초의 유서(類書)이다. 서예이론으로 「서지술(書旨述)」, 「필수론(筆髓論)」 등이 있다.

 

우세남이 일찍이 지영 스님에게 사사하여 서명을 날리며, 홍문관에서 구양순과 함께 해서를 교수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장회관은 '서단(書斷)'에서 구양순과 우세남을 비교하여 "우(虞)는 안으로 강유(剛柔)를 머금고, 구(歐)는 밖으로 근골(筋骨)을 드러냈다. 군자는 재주를 감추는 법이니, 우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라고 평하였다. 안에 엄중함을 간직하여 밖으로 표출된 뛰어난 그의 인품은 해서의 걸작 '공자묘당비(孔子廟堂碑)'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온화하며 높은 기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초당삼대가 구양순·저수량·우세남 등으로 대표되는 초당의 해서는 힘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진나라 사람들의 행·초서에서 볼 수 있는 자유로움과 미완의 감각은 이미 희박해졌다. 그것은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합리주의 정신이 이와 같은 부동(不動)의 균제미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진나라와 당나라가 공통적으로 동일한 기반 위에 서 있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전자는 균형(均衡)의 조형이고, 후자는 균제(均齊)의 조형이라 말할 수 있다. 초당의 해서는 완성된 균제미에 그 특색이 있다. 이것은 그 당시 문화에서 볼 수 있는 국가성 내지 공공성을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이다.

 

/이은혁(사단법인 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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