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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보는 세상] '마가렛을 그리며' 운영자 신운섭씨

"33년 교직 정리하는 블로그형 교단일기"…5년전 블로그 개설 농촌·문화유산 앵글에 담아

늙은 농부가 입을 꾹 다문 채 재래식 탈곡기로 벼 낟알을 털고 있다.

 

TV에서는 풍년이라며 징을 치고 꽹과리를 울리지만, 쌀값이 떨어진 농부의 얼굴엔 시름이 깊다.

 

'쌀 한 톨이 내 목숨이여….'라고 이름 붙여진 사진이다.

 

블로그 '마가렛을 그리며(http://blog.naver.com/singunji)'에는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억척스럽게 살아온,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들이 즐비하다.

 

하얀색 소국과 비슷해 하국(夏菊)이라고도 불리는 마가렛은 블로그 운영자 신운섭씨(57·김제초처초 교감)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우리 젊었을 때야 블로그가 있었나요? 블로그라는 공간이 생긴 지 불과 6년 정도 됐고, 제가 블로그를 2004년 10월 7일에 만들었으니 일찍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신씨는 "사이버 공간에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성을 쌓고 싶어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미 1992년부터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다.

 

그의 블로그를 뒤늦게 발견한 지인들은 '언제 이렇게 여행을 다니고, 자료를 모았냐?'며 감탄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가기 전 사전 교육용이나 현장학습을 다녀온 후 학습정리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이 든(?) 선생님들에게는 직접 블로그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신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33년의 교직 생활을 스스로 정리하는 일종의 '교단일기'"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사진에 몰두한 것은 4년 전부터. 우연히 문화재청이 주최한 '문화유산 사진전'서 입상을 하면서 더 나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었단다.

 

올해 대구매일신문이 주최한 '웃는 얼굴 사진 공모전'에서는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노란 은행잎을 던지는 장면을 담은 '개구쟁이들의 미소'가 금상을 탔다. 그동안 공모전에서 10회 이상 입상했으니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웃지 못할 일화도 겪었다.

 

"지난 10월 익명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옥정호의 새벽 풍경을 촬영하려고 하는데, 지리를 잘 모른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자세한 위치며 옥정호에서 새벽 풍경을 담기 좋은 포인트까지 세세히 설명해줬어요. 그런데 우연히도 옥정호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대학에서 사진을 강의하는, 국제적인 사진작가시더라고요. '동네 사진사'가 '국제적인 사진사'에게 폼을 잡았던 거죠. 지금은 그분에게 온라인 상으로 제 작품을 보여드리면서 지도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신씨는 최근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북 포토피플(photo people) 사진동호회 회원전. 이발사, 축산업자 등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회원 8명이 <빛, 꿈, 삶> 이라는 주제로 저마다 앵글에 개성을 담았다.

 

그는 "제 블로그를 보면서 '수박 겉 핥기'식의 사찰 답사가 아니라 그 절집의 역사와 유래, 문화재 등을 함께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덧글을 볼 때 가장 힘이 난다"며 "지금은 여행과 사진으로 꾸며져 있지만, 좀 더 범위를 좁혀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블로그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낯선 풍경을 보면 엔도르핀이 마구 솟는다는 그의 꿈은 뭘까.

 

"정년퇴임 전에 전북 농촌의 사계절과 도내 숨겨진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책을 꼭 엮고 싶습니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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