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국회의원)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국무총리실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 세종로청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 계획안을 발표했다. "세종시에 들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 원천기술 육성을 통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과학혁신도시를 지향하며, '세종국제과학원(가칭)'을 중심으로 기초 연구개발 인프라를 조성하고, 첨단지식산업·대학·금융 인프라를 종합 연계한 자족 도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안의 핵심은 오는 2015년까지 총 330만㎡(100만평) 부지에 3조5000억원을 들여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국제과학대학원·첨단융복합센터로 구성된 '세종국제과학원'을 설립해 우리나라 기초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의 도입 및 운영에만 오는 2029년까지 총 16조8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관련해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첫째, 2009년 2월 1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본계획을 수립·확정하도록 되어 있고, 국토해양부장관은 기본계획에 따라 입지가 확정되면 해당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관련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고 기본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는데, 정부는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를 세종시로 확정하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 만든 법률안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로 확정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즉 이명박정부는 세종시 국면 전환을 위하여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 선정에 무리수를 둔 것이다.
둘째, 정부가 제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제9조에 따르면 입지와 관련해 지반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빠른 속도로 중이온을 가속시켜 원자핵에 충돌시키는 만큼 지진 위험이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특히 민감한 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는 만큼 지질학적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가속기 전문가인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이용영 박사는 "100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가속기를 지어야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바 있다. 세종시가 위치한 충남 일대는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지진 다발지역으로 꼽힌다. 기상청의 1978년부터 2009년 2월 2일까지 지진기록현황에 따르면 충남에서는 총 84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지진규모 4.0이상인 경우도 1978년 10월 7일과 1979년 2월 8일에 걸쳐 두 번이나 발생한바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편경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장은 "세종시가 도시개발용으로는 지질조사가 돼 있지만 가속기에 적합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1년간 가속기 개념 설계를 진행하면서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지질조사가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입지선정이 되어야 함이 순리인 것을 세종시 유치로 확정하고 앞으로 설계를 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계가 그토록 소망하고 했던 국책사업으로 신중하고도 면밀한 부지선정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성공의 핵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지에 대한 신중한 조사 없이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정치적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국제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유치라는 어이없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마련한 법률안의 원칙과 절차도 무시함으로써 국민을 우롱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세종시의 졸속적이고 무리안 수정안을 과감히 백지화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세종시 수정문제로 불거진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이명박대통령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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