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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민경제아카데미 5강 손석춘 연구원장

"내 자녀 밝은 미래 위해 현실 정치에 관심을"

20일 오전 전주시 경원동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교육관. '우리사회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을 주제로 시민경제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연에 나선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은 몇 년 전 자신이 취재한, 어떤 부부의 비극적 얘기를 길게 풀어놨다.

 

"충남 태안에서 상경한 부부는 경기도 부평시 전세 1700만원짜리 작은 연립주택에 터를 잡았습니다. 남편은 가구 만드는 회사에 다녔고, 동네에서 부인은 '천사표'로 불리며 화목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IMF를 맞아 먹구름이 닥쳤습니다. 남편이 일하던 가구회사는 경영난에 처했고 금융권은 대출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비롯한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은행을 감동시키면 대출이 되고 어려움도 곧 풀릴 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대출은 되지 않았고 회사는 부도처리 됐습니다.

 

부부는 처음 1~2달은 적금을 쪼갰고, 이후에는 은행 카드빚을 얻어 살았습니다. 1년간 월급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데 원치 않는 셋째 아이가 생겨 부인은 김밥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보육에만 매달려야 했습니다. 남편은 먼 곳에 가서 일용직으로 일했는데 연락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갓난아이는 피부병에 걸렸지만 부인은 병원 갈 돈이 없었습니다. 집안에 라면도 떨어지고, 한두 번 언니에게 생활비를 빌렸지만 이마저 눈치 보여 단념했습니다.

 

부인은 어느 날 삼남매를 데리고, 언젠가 큰 아이가 '우리는 언제 저런 곳에 살아?'라고 묻던 고층 아파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둘째 아이를 밑으로 떠밀었습니다. 또 첫째 아이도 떠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인은 갓난아이를 안고 몸을 던졌습니다."

 

긴 사연을 마무리 지으며 손 원장은 "실업수당과 육아수당이 지급되고 병원비가 무료이며, 시·군이 지역 내 집의 절반을 소유해 임대료가 저렴하다면 천사표 부인이 비정한 엄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이런 게 불가능할 것 같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을 산정하는 세계 198개국 중 출산율 198위, 전체 노동자 중 850만이 비정규직으로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 한국의 전문대 이상 대학생은 300만명으로 이들에게 등록금의 절반(500만원)가량을 지원할 때 필요한 1년 예산 15조원 마련은 불가능하다면서도, 현 정부가 소득 상위 10%에게 경감시켜 준 세금은 1년에 22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두고 손 원장은 말했다.

 

"아래로부터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세상은 변할 수 있습니다. 내 자녀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관심을 갖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북일보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함께하는 시민경제아카데미 마지막 강연인 6강은 오는 27일 국중하 우신산업 대표가 '기업인, 문학인으로 삶의 여정'을 주제로 진행한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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