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서신 선변주택 임차인대표회 부대표 김영한씨, 낙찰가 시세보다 높아질까 걱정
"하루는 한 신혼부부가 찾아와 눈물바람을 했습니다. 이 아파트에 자리잡고 잘 살아보겠다고 집도 다 꾸몄는데 쫓겨날 것 같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펑펑 우는데 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부도난 건설회사 (유)선변주택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미 이달 중순 전주 효자동과 평화동 선변아파트는 경매가 마무리된 상태.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우선매수권을 신청했음에도 임대사업자 등이 경매에 몰려, 법원 감정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낙찰을 받거나 최고 낙찰가격을 지불한 돈이 없으면 낙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선변주택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다. 그러나 경매시장 쓰나미같은 임대사업자들의 개입은 마지막 경매대상인 전주 서신동 선변아파트까지 몰려 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음달 3일 있을 경매를 두고 이 아파트 임차인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6일 서신 선변아파트 임차인 대표회 김영한 부대표(57)는 이같은 상황이 분한 듯,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신선변아파트는 40여m²형 48세대, 56여m²형 106세대 등 모두 154세대가 살고 있으며 이 중 이미 분양을 받은 곳을 제외한 121세대가 이번 경매에 나온다. 법원 감정평가액은 40여m²형이 4380만원, 56여m²형이 479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최고낙찰가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분양을 받은 주민이 최근에 56여m²형을 55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놨는데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낙찰가는 6000만원은 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팔겠다고 내놓은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데, 경매에 나갈 아파트는 훨씬 비싼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소문들. 하지만 이 소문은 이미 효자동과 평화동 선변아파트 경매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법원감정가 8800만원짜리 아파트의 최고낙찰가가 1억400만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김 부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속칭 '깡통아파트'로 풀이했다.
"주민들이 2000~3000만원 가량 임대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는데요, 만약 임대사업자가 6000만원에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임차를 줘서 주민에게 3000만원을 받고, 아파트 담보 대출로 3000만원을 충당할 것입니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아파트를 얻는 것인데요, 2~3년 뒤 만약 개인 임대업자가 고의부도를 내고 달아나면 그때는 주민들이 보증금을 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김 부대표는 실제 강원도 강릉 등지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주민들이 갖는 불안감의 근원을 설명했다.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서민이고, 과다 채무자도 많습니다. 우리가 경매로 대박을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간 살았던 집을 적정가를 내고 다시 살겠다는 것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당하게 이득을 누리는 투기세력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반드시 제제를 가해야 합니다."
김 부대표는 주민들의 바람을 실어,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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