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힘겨운 삶에서 발견하는 한줄기 희망

"내일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질퍽하지 않을 것이다/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따끔거리지만 수면 위의 꽃을 둥글게 피운다"('내일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중)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한 이기인 시인이 5년 만에 시집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를 펴냈다.

 

과일장수, 청소부, 철거민, 공사장 인부, 외국인 노동자 등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 시 70여 편을 실었다.

 

첫 시집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에서 도발적인 언어로 소외된 자들의 분노와 절망을 표현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회적 약자의 힘겨운 일상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졸린 눈으로 한숨을 쉬는 시래기가 벽에 걸려 있다/그의 영혼은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그의 등뼈는 집으로 돌아와 시름시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중략)/그의 어깨를 붙잡아서 깨우고 싶은 바람이 오늘은 외치듯이 온다/한시름을 놓은 주름살이 허름한 살림을 본다/지친 날개를 한 묶음 껴안은 가슴이 파닥거리고 싶다"('시래기' 중)

 

현실은 여전히 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시인은 그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과 삶의 의지를 찾으려 한다.

 

"콜록콜록 돌 깎는 사람이 오래된 기침을 하면서 한 반의 아이들에게 오래된 천식을 가르친다/오래 입은 옷이 해지는 것을 가르치고 그 옷을 기워입는 것을 가르친다//작은 돌에서 더 조그맣게 떨어져나온 돌을 오래오래 보는 눈빛을 가르친다/아픈 몸을 끌고 가면서도 가끔은 되돌아보는 눈빛을 가르친다"('돌 깎는 사람' 중)

 

문학평론가 송종원 씨는 "이기인은 세계의 뿌리와 꽃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자리에 몸을 두고 그들의 삶에 깃든 슬픔의 넝쿨들을 시로 적는다"며 "그리고 그들이 삶의 바닥으로부터 뽑아 올리는 한 줄기 빛과 희망에 대해서도 적는다"고 말했다.

 

148쪽. 7천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