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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43)고구려 평양성 석각

추사 김정희의 '보서' 기록…역사적·서예사적 가치 반증

고구려평양성 己酉銘(상)과 丙戌銘(하) 석각. (desk@jjan.kr)

고구려가 처음 환인에 뿌리를 내렸다가 집안(輯安·集安)으로 수도를 옮겨 중국동북부를 지배하는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며 위세를 떨쳤다. 벽화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사도(騎射圖)는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을 대변하는 하나의 역사적 증거일 뿐만 아니라 역동성을 표현한 회화로서도 가치가 높다. 그러나 고구려의 위상에 비하여 그의 기록들은 매우 미비하다. 앞서 광개토호태왕비 이외에 중원고구려비와 호우를 소개하였지만 여기에 그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또 묵서묘지에서 역사의 한 면을 볼 수 있음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와 더불어 귀중한 자료로서 평양성석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고구려는 정복활동이 가장 왕성하였던 광개토대왕 때에 영토을 확장함과 동시에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여러 곳에 축성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평양에 아홉 불사(佛寺)를 창건하였고, 나라 남쪽에 일곱 성을 쌓아 백제의 침구에 방비하였으며, 나라 동쪽의 독산(禿山) 등 여섯 성을 쌓고 평양의 민가를 옮겼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평양과 관련이 깊은 기록이다. 평양은 정복활동에 성공한 광개토대왕이 차기 도읍지로 염두에 두었던 것이 분명하다. 평양천도는 장수왕 15년(427)에 단행되었다. 장수왕은 평양으로 수도를 옮긴 후 대규모의 안학궁을 건설하고 주위에 대성산성을 쌓아 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평시에는 안학궁에서 거처하고 비상시에는 대성산성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당시 국제관계로 보면, 북방의 강력한 위(魏)를 중심으로 연(燕)과 거란이 대립하고 있었고, 한반도에는 신라와 백제가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고구려는 대륙의 위와 연을 견제하는 한편 신라와 백제에 대해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평지는 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두 개의 강으로 둘러 쌓인 평양성은 그러한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였다. 평양성은 내성, 북성, 중성, 외성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총 길이가 무려 23k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중국의 유명한 장안성이 16km라는 점과 비교된다. 기록에 의하면 평양성은 양원왕 8년인 552년에 지어지기 시작하였는데, 평양속지의 '本城四十二年畢役'라는 기록으로 보아 42년 만에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영화를 보여주는 성이 발굴되면서 그에 관한 기록들이 발견되었다. 평양성은 특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축조 당시 부분별로 지역을 분담하고 그 책임을 분담하였다. 각 성벽에서 발견된 각자(刻字)된 섬돌에는 시기와 해당지역 그리고 책임자의 이름 등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여섯 개가 발견되었으나 현재는 세 개만 전하고 나머지 세 개는 기록으로만 전한다. 「삼한금석록」과 「해동금석원」에서 각자의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해동금석원」의 기록에는 추사 김정희의 보서(補書)가 기록되어 있어 이에 대한 역사적 중요성과 서예적 가치를 반증한다. 추사가 여러 경로를 통하여 금석문을 탐문조사하고, 이를 연구하며 중국에 전파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사는 평양성 석각문자를 수습하여 고구려시대의 것으로 고증하고 이를 중국의 유연정에게 전해주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역관 오경석은 평양석각 편을 수습하여 소장하였는데 이후 그의 아들 오세창에게 전해졌고, 후에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되었다.(보물642호) 이것이 남한에 있는 유일한 평양성석각이며, 현재 북한의 중앙역사박물관에 나머지 두 편이 소장되어 있다. 한편 청말 민국초의 강유위는 그의 저서 「광예주쌍즙」 구비(購碑) 조에서 오경석이 소장하고 있던 평양성석각을 꼽은 뒤, 비품(碑品) 조에서 고품하(高品下)로 품평하기도 하였다. 역사적 가치와 서예사적 가치를 반증하는 기록이다.

 

/ 이은혁 (전주대 한문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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