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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⑥"나 좀 받아줘요"

김승용 정신보건사회복지사(김제 미래병원)

 

그가 걸어오고 있다. 비를 맞으며 그가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4개월 전, 상담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퇴원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계속입원 심사에서 불승인이 났거든요. 보호자 분께는 제가 연락하도록 하죠."

 

정신보건법상 정신과 병원에서의 입원기간은 6개월 이내다. 정신장애인의 호전도에 따라 입원치료 기간을 더 늘려야 할 경우, 그것을 위해 6개월 단위로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계속입원 심사제도'라는 게 있다. 치료를 마친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와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그는 이 제도의 심사에서 퇴원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나갈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나가서 지낼 곳이 없다고도 했다. 나로서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힘없이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예전 사회복귀훈련 시간에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고, 가족들도 나를 무서워하고……. 밖에 나가도 갈 곳이 없어요."

 

갈 곳이 없다는 그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어떻게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했다.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놈을 데꼬 가라고요? 우리 보고 우짜라고? 선생님, 그 놈은 이미 우리 마을서는 죽은 줄 알고 있는디, 으뜨케 안 되것소?"

 

"그래도 퇴원을 하셔야 되는데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대꾸없이 침묵만 흘렀다. 참다못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정이 정 그러시면 제가 사회복귀시설을 알아 봐 드릴까요?"

 

"됐고만이라. 이것저것 생각허기 귀찮은께 월세 방 하나 알아봐서 기간 내에 찾아갈께라."

 

정신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신장애인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으로 입원경력이 있다고 하면 그들의 해맑은 미소를 '미친놈'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소외시킨다.

 

또한 퇴원하고 나서도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을 만날 때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부담을 느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복귀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특히 농촌형도시 지역은 그게 더욱 심해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복귀를 지원할만한 생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신보건전문요원 교육을 받을 때 사회복지사의 업무 중에서도 지역사회와의 자원연계가 중요하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현장에 와보니 연계할 시설이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원이 다 차서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퇴원한 지 열흘이 조금 지난 지금, 그가 걸어오고 있다. 비를 맞으며 그가 다시 병원으로 걸어오고 있다. 마른 몸, 쾡한 눈, 덥수룩한 수염……. 몇 년 전, 처음 병원을 찾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와 있다.

 

"살아보려고 했는데 힘들더군요. 나 좀 받아줘요."

 

※ 이 캠페인은 전라북도·전북일보·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 김승용 정신보건사회복지사(김제 미래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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